현대전자 가조작 형사사건 담당재판부에 진정서



1.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형사재판과 관련하여 참여연대는 21일 담당재판부(서울지방법원 형사제3단독)에 진정서를 내어 이익치 회장 등 관련자들에 대한 엄정한 형사처벌을 해 줄 것을 요청했다.

2. 이와 관련, 20일 열린 공판에서 검찰은 이익치회장에 대해 징역 5년, 박철재 상무에 대해 징역 3년을 구형하고, 현대증권에 대해서는 벌금 100억원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는 사안의 중대성에 비추어볼 때 너무나 경미한 형량이다. 특히 현대증권의 경우, 검찰 스스로 현대증권이 주가조작으로 얻은 부당이득은 1,500억원이라고 발표한 바 있고 현행법상 주가조작으로 인한 부당이득의 3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100억원의 벌금만 구형한 것은 1,400억원에 달하는 불법적 이득을 용인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검찰이 어렵게 수사를 진행하여 현대증권이 주가조작에 주도적으로 개입하여 부당이득을 취한 사실을 밝혀내고도 그에 합당한 처벌을 요구하지 않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3. 참여연대는 검찰의 경미한 구형에 실망을 금할 수 없으며, 담당재판부가 검찰의 불철저한 구형에 구애받지 말고 이익치 회장을 비롯한 주가조작 관련자들과 현대증권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내릴 것을 재차 촉구하는 바이다. 끝.

현대전자 주가조작 형사사건 재판부에 드리는 글

희대의 주가조작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통해 이 땅에 법과 정의가 바로 서도록 해주십시오.

1. 이 사건 범죄의 심각성

이 사건 범죄는 외견상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것도 아니고 또 피해자가 특정되어 있는 사건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 사건 범죄는 수백만 서민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대주주 및 계열사에게 건네 준 희대의 사기범죄이며, 간접적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재산을 빼앗은 범죄행위에 해당합니다. 또한 우리 증시의 질서를 다시 한번 어지럽히고 우리 경제의 근간을 해한 중대한 범죄에 해당합니다.

2. 이 사건의 피해자는 과연 누구인가?

이 사건의 피해자는 비록 특정되어 있지도 않고, 따라서 전면에 나선 사람도 뚜렷치 않지만 다음과 같이 광범위하게 걸쳐 있습니다.

1) 현대전자의 주식을 인위적으로 형성된 고가에 취득한 현대전자 투자자들

현대전자는 시가총액이 10위안에 드는 종목이며 따라서 개인투자자들이 많이 투자하고 있는 종목이기도 합니다. 현대증권의 이익치 회장이 주도한 것으로 되어 있는 이 사건 주가조작은 1998. 4. 9.부터 1998. 11. 30.까지 사이에 무려 7개월여간이나 지속되었으며 주가조작이후에도 금감원의 발표가 있은 1999. 4. 8.까지 그 영향이 지속되었습니다.

현대증권의 주가조작 기간 (1998. 4. 9.부터 1998. 11. 30.까지)동안 현대전자의 주가는 14,800원에서 최고 32,000원으로 두 배 이상 올랐습니다. 문제는 같은 기간동안 종합주가지수의 추이나 동종업체인 삼성전자 및 LG반도체의 주가변동과는 현저히 다른 양태를 보였다는 점입니다. 같은 기간동안 종합주가지수는 400선대에서 시작하여 한 때 290선까지 내려갔다가 겨우 400을 회복하는 침체상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종합주가지수의 양태를 보이는 자료는 별첨 1과 같습니다.

같은 기간동안 경쟁사인 LG반도체는 17,100원에서 한 때 8,100원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14,000원을 겨우 회복하는 수준을 보였습니다. 삼성전자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동안 74,000원에서 한 때 33,300원까지 떨어졌다가 66,600원을 겨우 회복하였습니다 (별첨 2,3).

따라서 같은 기간동안 현대전자의 주식을 취득하였던 많은 개인투자자들은 정상가보다 몇배더 비싼 가격에 현대전자의 주식을 취득하는 손해를 입은 것입니다. 이들 개인투자자들 중 실제로 취득가격보다 매각가격이 낮아 손해를 본 투자자들은 현대증권 및 이익치회장 등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하였습니다 (별첨 4-보도자료 참고).

하지만 여러가지 장애로 인하여 소송을 제기하지 않은 많은 현대전자의 주주들은 모두 이 사건 범죄로 직접 피해를 입은 것에 해당합니다. 이 사건 범죄행위가 발각된 이후 현대전자의 주가는 14,150원까지 급락하기도 하였으며 현재에도 24,000원정도에 머물고 있습니다. 반도체경기가 살아나고 종합주가지수가 두배이상 뛰었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전자의 주가는 오히려 작년보다 낮다는 사실은 아직 주식을 보유하고 있어 투자손실이 가시화 되지 않은 많은 개인투자자들도 엄청난 손해를 입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많은 서민들이 이번 사건을 통해 고통받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실의와 분노를 머금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참여연대 홈페이지 (WWW.PSPD.ORG)에 올라온 시민들의 분노의 목소리를 동봉합니다 (별첨 5)

2) 시중 투신사에 자금을 맡긴 1200만의 투자자들

현대는 금감원에서 이 사건을 발표하기 직전인 1999. 3.말까지 현대계열사 및 정씨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막대한 현대전자 주식을 모두 투신권에 매각하였습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보유분을 감안하더라도 현대그룹은 막대한 순매도를 통해 현대계열사 및 정씨일가의 지분율이 80%대에서 40%대로 하락하였음). 매각가격은 주가조작에 의한 영향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형성된 가격이었습니다. 투신권은 2만 3천원선에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들 투신사들도 현대전자 주가가 그 이후 맥을 못추는 바람에 엄청난 손해를 입고 있습니다. 따라서 투신사에 돈을 맡긴 1200만의 시민들에게도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에 해당합니다.

개개인으로 보자면 손해가 작을 수 있고 정작 피해를 입은 시민들조차 자신들이 피해자인지조차 모르고 있으나 현대증권 및 이익치회장은 엄청난 액수의 손실을 서민들에게 안긴 셈입니다.

3) LG반도체의 주주들

현대는 이번 주가조작으로 인해 LG반도체와의 빅딜협상에서 유리한 결과를 얻었으며 반사적으로 LG반도체의 주주들은 주가하락 및 합병비율 산정에서의 불이익으로 말미암아 막대한 손해를 입었습니다. 특히 LG반도체 주주들은 현대측이 경영주체로 선정된 이후 3:1로 합병될 것이라는 공시에 놀라 주식을 대량매각하였으며 이를 현대측이 싹쓸이하는 바람에 또한번 엄청난 손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4) 국민경제 및 국민 전체

증권거래의 공정성은 일반투자자의 보호를 위해 중요할 뿐만 아니라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무너질 경우 증권시장의 본질적 기능인 시장의 신호기능 (Market Signalling), 위험의 분산기능 (Risk Sharing)과 저축-투자의 매개기능을 통하여 자원의 효율적인 배분이라고 하는 국민경제적 역할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더욱이 효율적인 산업구조조정이 시급한 과제로 대두되고 있는 요즘 증권시장에서 대기업마저 주가관리라는 명목하에 주가조작을 서슴지 않는다면 이는 증권시장의 발전을 크게 저해할 것이며 국가경제 전체에도 큰 악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이번 주가조작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700%에 이르는 부실기업인 현대전자가 수차례의 유상증자를 통해 시중의 자금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고, LG반도체와의 반도체협상에서 승리하여 오히려 부실기업이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사태가 초래된 것은 주가조작이 산업전체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할 것입니다.

증시의 기본기능을 마비시키는 이 건과 같은 조직적인 주가조작을 가벼이 다룬다면 우리 경제의 앞날은 어둡기만 할 것입니다.

2. 이번 범죄는 IMF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고 있는 국민들에게 다시 한번 충격을 주었습니다.

IMF사태로 인해 이 땅의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직장을 잃었고 심지어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고통을 겪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고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으며 부실금융기관에 투입된 수십조의 공적자금으로 인해 우리의 아들, 딸, 손자, 손녀들에게까지 고통이 이어질 것입니다. 이러한 IMF사태의 주요 원인중의 하나가 재벌이 주인 없는 은행이나 계열금융기관 등을 활용하여 자금을 조달하여 문어발식 확장을 통해 경쟁력을 약화시켰기 때문이라는 점은 재판부도 능히 아실 것입니다.

IMF사태와 더불어 재벌의 책임론이 대두되면서 부채비율 200%제한, 부당내부거래규제 등 많은 조치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대그룹은 이러한 요구에 부응하여 구조조정을 하기 보다는 주가조작을 통해 서민들의 재산을 횡령하였습니다. 부채비율 200%달성을 위해 비효율적인 기업을 퇴출키기 보다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유상증자를 성공시키고 이를 통해 경쟁력이 약한 기업에 소중한 국민들의 자산을 쏟아붓도록 하였습니다.

IMF사태의 원인제공자인 재벌기업이 IMF로 고통받고 있는 서민들을 다시 한 번 속여서 자신들의 이익을 취했다는 점이 이 사건의 핵심입니다.

3. 과연 현대계열사나 정씨일가는 이익을 취한 것이 없는가?

현대측은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상선이 주식을 계속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익을 본 것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현대전자 주가의 급격한 상승으로 인해, 현대전자의 수차례에 걸친 막대한 규모의 유상증자가 성공하고, LG반도체와의 경영주체선정협상에서 승리하였으며, 현대계열사 및 정씨일가가 보유중이던 현대전자의 주식을 막대한 시세차익을 보면서 매각에 성공하고, 현대증권이 안고 있던 현대전자와 관련한 손실을 시장에 전가하는 등 막대한 이익을 취했습니다.

특히 현대건설을 비롯한 현대계열사들과 정씨일가가 주가조작 발각 전에 매각한 현대전자 주식은 총 3,800만주에 달합니다 (처분내역은 별첨 6 참고).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 역시 주가조작으로 인해 막대한 평가차익을 취했습니다. 최근까지 현대측은 현대중공업이나 현대상선이 계속 보유하고 있으므로 이득을 얻은 것이 없다고 주장하나 최근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수량의 현대전자주식을 매각하여 시세차익을 현실화 한 것에서 드러나는 바와 같이 현대중공업과 현대상선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언제라도 현실화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른손으로 100을 사고 왼손으로 300을 팔아놓고서는 이득을 본 것이 없다는 가증스런 변명은 삼척동자도 알아차릴 궤변에 해당합니다.

선단식경영의 표본인 현대그룹이 아무리 부실하다고 해도 현대전자를 망하게 내버려 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나 부실계열사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국민전체를 상대로 사기를 쳐도 되는 것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와중에 대주주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얻어도 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4.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대한 엄정한 처리가 국가경제에 혼란을 야기할 것인가?

현대측은 이번 사건에 대하여 피해자인 국민들에게 사과하기는 커녕 자신들을 처벌하면 국민경제가 위험하다는 식의 협박을 일삼았습니다. 이는 그야말로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협박에 지나지 않는 것입니다.

국민경제가 바로 서기 위해서는 시장이 바로 서야 하고 시장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그 시장을 규율하는 법이 제대로 서야 한다는 점은 재판부도 능히 아실 것입니다. 만약 우리 증시에서 난무하고 있는 분식회계, 내부자거래, 주가조작이 그 때 그 때 마다 엄중히 처벌되어 근절되었더라면 한보나 기아사태는 없었을 것이며, 우리에게 이토록 혹독한 IMF사태는 없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주가조작사건에 대하여도 과거와 같은 미약한 제재를 통해 그냥 넘어간다면 우리 증시는 영원히 불투명한 후진증시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며 우리 경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덩치를 키우고 보자는 식의 그릇된 풍조를 청산하지 못하여 결국 제2의 IMF사태를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5. 이익치회장에게 우리 경제를 살린 공이 있는가?

현대측은 이익치회장이 바이코리아 등의 열풍을 주도하여 증시활성화에 기여하였고 이는 유상증자의 활성화 등으로 우리 경제의 회생에 큰 역할을 하였으므로 그 공로를 인정받아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는 그야말로 적반하장격의 주장이며 IMF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금모으기까지 나서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고통을 감내한 많은 국민들에 대한 모독이 아닐 수없습니다.

증시활성화가 좋은 것은 사실이나 주가지수가 몇천포인트까지 갈 것이라고 지극히 낙관적인 풍문을 퍼뜨리거나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시켜 증시활성화를 하는 것이라면 이러한 증시활성화는 매우 위험합니다 (사실 종합주가지수가 수년내에 몇천 포인트로 상승한다는 주장도 광범위한 주가조작행위에 해당하며 근거 없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거나 과장하는 행위는 증권거래법상 부당권유행위로서 엄격히 금지되는 것입니다). 유상증자를 통한 재무구조개선도 그 자체로는 바람직한 것이나 이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이 강화됨으로써 투자를 유발함으로써 이루어지는 것이어야 하지, 막연한 낙관론을 퍼뜨려 주가를 상승시켜 증시에 돈을 끌어모으는 것이라면 이 또한 제2의 경제위기의 원인이 될 수 있는 거품을 만들어 내는 것에 불과합니다. 과거의 경험에서 보듯이 증시의 무조건적인 부양을 통한 재무구조개선은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뿐이며 수술이 필요한 환자에게 진통제만 주사하는 꼴입니다.

현대그룹은 이익치회장의 주도로 국민의 애국심에 호소하여 바이코리아펀드를 판매하여 증시로 돈을 끌어들이고 이를 십분 활용하여 구조조정을 회피하고 오히려 사세를 확장하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바이코리아를 운용하는 현대투신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부당내부거래조사결과 여러 건의 부당지원사실이 밝혀져서 법상 과징금한도까지 초과한 범법행위를 저질렀습니다 (별첨 7).

이익치회장은 국민경제를 살리기 위해 바이코리아를 만들거나 증시활성화를 외친 것이 아니라 오로지 현대의 이익을 위해, 국민 다수의 희생하에 그러한 행위를 한 것입니다. 이러한 모든 사실은 현대가 언론에 대하여 행사하는 막강한 영향력으로 인해 그간 잘 드러나지 않았으나 엄연한 현실입니다.

6. 이번 사건에 대한 처리향방에 따라 우리 경제의 앞날이 좌우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엄정히 처벌되는가 여부에 따라 우리기업, 우리 시장, 우리경제가 투명하고 공정해질 것인가 아니면 영원히 후진상태를 면치 못할 것인가가 결정될 것입니다.

비록 단기적인 충격이 있다 하더라도 (사실 이러한 충격에 대한 우려 제기 역시 과장, 왜곡된 것에 불과합니다) 이번 사건을 엄정히 처리하셔서 우리 경제의 투명성 및 공정성을 한층 높여 주시기 바랍니다.

또한 아직도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믿으면서 사법부에 냉소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많은 국민들에게 법이 엄존하고 있으며 또 법은 만인에게 평등하다는 사실을 뚜렷이 각인시켜 주시기 바랍니다.

1999. 10. 21

참여연대 공동대표 김중배 박상증

※ 별첨자료

1. 종합주가지수 변동 추이

2. LG반도체 주가 변동 추이

3. 삼성전자 주가 변동 추이

4. 현대전자 주가조작 피해자 손해배상소송 보도자료 및 소장

5. 참여연대 홈페이지 자료

6. 현대계열사 및 정씨일가의 현대전자 주식 처분 내역

7. 공정거래위원회 제3차 5대재벌 부당내부거래 조사 보도자료(현대관련부분)
경제민주화위원회
1999/10/21 00:00 1999/10/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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