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심판원 심판관의 자격과 윤리규정에 대한 제도보완 절실



1. 지난 5월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가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관련 수백억원대의 증여세를 부과받은 것에 불복하여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낸 이후,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황재성씨가 국세심판원의 심판관으로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2. 황재성씨는 국세청 조사국장, 서울지방 국세청장을 지내고, 2000년 1월 국세심판원 비상임 심판관으로 임명되었으며, 그 뒤 같은 해 3월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로 선임되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국세청 고위 임원이었던 황재성씨가 삼성전자의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되었을 때, 그 추천 배경에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재용씨의 증여세 논란은 99년 6월 경부터 있어왔기에 참여연대는 삼성전자가 재벌 총수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갖춰야 할 사외이사를 로비스트로 전락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강한 우려를 표명하였으며 후보 추천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였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황재성씨의 국세심판관 자격 논란은 새롭게 제기되는 것이라기 보다 이미 예견된 우려가 현실로 드러난 것에 다름아니다.

3. 국세심판원은 국세청에 의해 '잘못' 부과된 세금에 대해 개인이나 기업이 정부와 다투게 되는 일종의 준사법기구로서, 정부로부터 자율성과 독립성, 그리고 전문성을 절대적으로 필요로 한다. 동시에, 이해당사자인 개인이나 기업으로부터도 자율성과 독립성이 반드시 보장되어야 한다. 이는 관련자의 '이해상충'을 막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인 것이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볼 때,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보가 증여세 부과에 대해 국세심판원에 심판청구하고, 이를 심사하는 국세심판원에 삼성전자의 현직 사외이사가 심판관으로 있다는 것 자체가 충분히 이해상충의 문제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며, 공정성이 우려되는 것이다. 누구도 국세심판원의 결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리라고 자신있게 확신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4. 그러나, 국세심판원의 안일한 상황 인식은 당혹스러울 뿐이다. 국세심판원은 이재용씨 소송 건은 황재성씨가 소속되어 있는 심판부가 맡고 있지 않으며, 설사 해당 심판부가 맡는다해도 국세기본법 등에 따라 이해관계자인 황재성씨는 기피해야 한다며 공정성과 투명성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장담하고 있다. 그러나 설령 황재성씨가 해당 심판부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 않더라도 그가 국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을 지냈다는 점을 감안하면 황재성씨의 존재 그 자체가 끼칠 영향력은 결코 쉽게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행 법률상 하자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국세심판원의 결정이 공정할 것이라고 단정지어 말할 수 없다. 더욱이 이 사안은 재벌의 변칙적인 증여와 상속의 대표적 사례로 국세청의 과세 결정을 위해 그동안 수천명의 시민들이 1인 시위, 서명운동 등을 통해 주목해온 사안인 만큼, 국세심판원의 결정에 의혹이 없도록 더욱 엄격한 독립성이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국세심판원이나 황재성 심판관 개인이 현재의 상황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인식하고 현명하게 처신함으로써 정부기관의 공정성과 개인의 도덕성 모두가 훼손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5. 한편, 이번 심판관 자격 논란은 현행 규정의 미비점으로 인해 야기된 것으로 정부는 이번 사안을 계기로 국세심판원 심판관의 자격 및 국세청 출신 고위공직자들의 기업 사외이사 진출에 대해서 엄격한 제한조치를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왜 많은 재벌 기업들이 국세청 고위관료 출신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고 있는 지 주목해야 한다.

최근 참여연대는 국세청 퇴직 공직자들의 사외이사 진출과 관련하여 국세청과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조회하였으며, 그 결과 현재의 공직자윤리법과 시행령만으로는 그 제한 범위가 포괄적이라 여러 해석이 가능하여 공직자윤리위의 유권해석을 요청해놓고 회신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국세심판원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국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중에는 기업에 재직하고 있는 임원, 기업의 고문 변호사 등 이해상충 관계자가 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다. 그들이 가진 전문성과 식견이 기업과 사회를 위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는 보다 엄격한 윤리규정의 제정 및 적용 등, '이해상충'을 방지할 수 있는 제도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끝.
경제개혁센터


2002/07/03 15:34 2002/07/03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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