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 항소심 선고



1. 서울고등법원 민사 12부(부장판사 오세빈)는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 항소 사건에 대하여 원고측 승소 판결을 내렸다(제일은행의 청구는 인정, 소액주주들의 청구는 각하).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은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국내 최초의 대표소송으로, 지난 97년 6월 3일 참여연대가 소액주주 52명을 원고로 이철수 전 행장 등 피고 4인을 상대로 400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여 98년 7월 24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었다.

2. 99년 6월 제일은행 소액주주들 보유지분 전량소각 조치로 인해 소액주주들의 지분이 하나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소송이 각하될 위기에 처하였으나, 은행측이 공동소송참가인으로 참여함에 따라 오늘 소액주주들의 청구는 각하하고 은행측의 청구는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손해배상금액이 10억원으로 된 것은 제일은행이 공동소송참가인으로 참여하면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기 때문임.)

비록, 원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것은 아니나, 소액주주들의 청구가 각하된 이유가 소송유지에 필요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 때문인 만큼, 사실상 1심 판결의 취지를 살린 판결이라 할 것이다.

3.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은 이사들이 불법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 것에 대해 법적 책임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대표소송이 활성화된다면 경영진의 책임성이 강화되어 경영관행을 혁신하고, 특히, 그룹 총수의 절대적인 영향력하에 있는 재벌 계열사들의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데 많은 기여를 할 것이다.

그러나, 현행 증권거래법은 대표소송 제기 지분을 0.005%(99년말 개정)이상으로 제한하고 있어 대표소송 활성화는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시장의 자율 기능을 통해 경영을 견제하는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소액주주들의 권리행사를 장려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있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대표소송 제기 요건을 단독주주권으로 하고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법개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4. 또한, 시민단체와 소액주주들이 재산상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부실경영진의 책임을 추궁하기 위해 끝까지 소송을 진행한 것은, 구조조정 진행 과정에서 유실된 부실경영 책임 추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감독당국의 책임을 다시 한번 상기시키는 것이다. IMF이후 금융기관구조조정에 공적자금 64조원이 투입되었을 뿐만 아리나 국민세금으로 살려낸 은행이 또다시 부담을 떠안는 방식으로 기업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부실기업주와 경영진에 대한 민형사적 책임추궁이 철저히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은 구조조정의 대원칙을 훼손한 것으로서 비난받아 마땅하 다. 그나마 최근 예금보험공사가 퇴출금융기관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며, 앞으로 대우그룹 등의 부실기업 정리과정에서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법적 책임이 철저히 물어져야 할 것이다.

5. 참여연대는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 이외에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 및 이사들과 ㈜대우 김우중 회장을 상대로 각각 3,000억원과 236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대표소송을 진행중이다.
경제민주화위원회
2000/01/04 00:00 2000/01/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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