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주) BW발행 관련 의혹은 확대되기만 하고 있어



참여연대는 지난 10월말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소장 김주영)가 발표한 두산그룹 관련 리포트를 접한 후 두산그룹과 관련해 심상치 않은 조짐이 있음을 감지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두산(주)가 발행한 특혜성 BW'와 얽힌 복잡하고도 중대한 의혹.

BW는 일거양득의 특별한 채권

우선 'BW'가 무엇인지 설명부터 하면, BW, 즉 '신주인수권부사채(新株引受權附社債 (Bond with Warrant)'는 특별한 종류의 채권이다. 일반적인 채권의 경우엔 채권을 산 투자자가 채권을 사고 회사에 지불한 원금과 그 원금에 대한 이자만 정해진 기간 후에 돌려 받는다. 그러나 BW를 산 투자자는 원금과 약정된 이자뿐만 아니라 정해진 기간 후에 그 회사의 주식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신주인수권)를 갖는다.

그때 요구할 수 있는 주식의 수는 사채금액을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라고 정해진 가격으로 나눈 수로 정해진다. 예를 들어 1천만원어치의 BW를 샀고,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5천원이라고 계약을 맺었다면 약정된 기간 후에 투자자가 요구할 수 있는 주식 수는 2000주(=1천만원/5000원)에 해당된다.

한편 BW의 경우에는 주식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도 갖기 때문에 일반적인 채권에 비해 이자율 자체는 약간 낮은 편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BW는 '사채'부분과 '신주인수권' 부분이라는 두 가지 특성이 혼합되어 있고, 실제 이 두 가지는 분리할 수 있기도 하다.

▲두산(주)의 특혜성 BW 거래도


99년 7월 두산(주) BW발행 내용 발표하지만 중요 내용은 누락

지난 99년 7월 12일 두산(주)는 해외에서 BW 1억달러어치(한화 1187억원 상당)를 7월 15일 공개모집방식으로 발행한다고 금융감독원을 통해 공시했다. 두산(주)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회사이므로 채권발행계획을 공개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문제는 "어떤 내용을 공시했는가"에서부터 시작된다.

두산(주)가 발행한 BW가 통상적인 BW와 다른 점은 특정 기간 후에 주식을 요구할 때 주식 수를 산정하는 기준인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고정되어 있지 않고 주식가격의 하락에 따라 함께 하락 조정된다는 점이다.

만일, BW 발행 당시에는 주가가 5천원이었고 행사가격도 5천원으로 정했는데, 만약 주식가격이 2천5백원으로 하락하면 행사가격도 2천5백원으로 조정해준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요구할 수 있는 주식 수는 1천만원/2500=4000주로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BW를 발행한 회사의 주식가격이 하락하면 하락할수록 신주인수권을 취득한 투자자는 더 많은 주식을 요구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되며 이는 경영권 장악의 수단이 될 수 있다.

그런데, 두산(주)는 이러한 특혜성 조항, 즉 '주가하락에 따른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조정'이라는 내용이 있다는 것을 BW 발행 당시에는 공시하지 않았다. 이는 아주 중요한 내용을 공시하지 않은 것으로 증권거래법 위반혐의가 있는 것이다.

핵심내용 미공개에 이은 또 하나의 문제 : 공모를 가장한 사모

두산(주)는 왜 이를 공시하지 않았을까?

두산(주)가 발행한 이 BW를 어떤 방식으로 누가 취득했는지를 살펴보면 더 큰 의혹을 품게 된다.

참여연대가 금감원 공시자료를 통해 확인한 결과 99년 7월 19일자로 전체발행 BW의 68.7%가 박용성 두산그룹 회장(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 32명이 가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해외에서 발행하고 그것도 사모(특정한 투자자만 상대로 1:1 계약을 맺는 것)가 아닌 공모(공개적인 방식으로 채권인수자를 모집하는 것)방식으로 발행한다고 한 이 BW의 대부분을 어떻게 총수일가가 가질 수 있었을까?

이 BW발행을 도와준 곳(주간사)인 동양종금은 7월 15일 BW 발행 전체 양의 95%를 직접 인수한 후 7월 19일부터 다시 팔기 시작하는데 그 대부분을 총수일가가 산 셈이 되었다.

이러한 거래상황을 보면, 어쩌면 BW 발행 전부터 총수일가가 직접 사려고 작정해놓고서도 직접 사는 방식을 취하면, 즉 사모방식을 취하면 남들 눈에 쉽게 드러나고 또 금융감독 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서류도 있기 때문에 이를 모면하기 위해 해외에서 공모한다고 공시한 다음 동양종금이라는 곳을 거쳐 인수한 것이 아닌가하는 의혹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10월 28일 참여연대가 BW발행에 대해 문제를 처음 제기하자 박용성 회장은 제주도에서 있었던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회사채(채권) 발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BW(여기서는 '신주인수권'만을 뜻함)를 붙여주면 회사채를 인수하겠다고 해서 발행했다"라고 말이다.

그런데 앞서 말했듯이 이 BW는 두산의 총수일가가 산 것이다. 따라서 박용성 회장의 해명은 사실상 거짓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대체 사채는 누가 어떤 조건으로 인수했나?

게다가 박용성 회장 등 총수일가는 신주인수권부사채 전부를 산 것이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것처럼 신주인수권부사채는 '신주인수권'과 '사채'를 분리할 수 있다. 즉 분리형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산 투자자가 사채는 자기가 계속 보유하고 있다가 만기 때 이자소득을 올리고, 신주인수권은 제3자에게 팔 수도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두 가지 중 하나만 살 사람은 있을까? 없다. 왜냐하면 신주인수권이라는 권리를 주는 대신 사채에 대한 이자율이 보통 채권보다 낮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두산그룹 총수일가는 신주인수권 부분만 취득한 것으로 공시되어 있다. 즉 발행되자마자 신주인수권과 사채가 분리되어 거래되었고, 총수 일가는 신주인수권만 동양종금으로부터 사들인 것이다. 그렇다면 원래 총수일가가 함께 샀어야 할 '사채'는 어디로 간 것일까? (앞서 설명에서는 총수일가가 그냥 BW를 인수했다고 하였는데, 이는 설명을 편리하게 하기 위함이었을 뿐이다.)

이 점이 의혹의 대상이다. 신주인수권, 그것도 주가가 하락하면 행사가격도 하락하고 결국 요구할 수 있는 주식수도 늘어나게 되어 있는 신주인수권은 포기하고 보통 채권보다 낮은 이자소득만 안겨주는 사채를 산 사람은 누구일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거래이다. 총수일가가 경영권 확보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신주인수권만 취득하게끔 도와주기 위해 이면거래를 맺은 제3자가 또 있었던 것은 아닐지 조심스러운 의심을 갖게하는 대목이다.

한국 재벌의 고질병폐 :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의혹

이처럼 의혹이 무성한 BW는 한국 재벌의 고질적인 문제인 자녀에 대한 편법적인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된 것 아닌가하는 문제로 이어진다.

BW가 발행된 지 나흘이 되는 99년 7월 19일 박용성 등 총수일가 32명은 신주인수권 163만247주를 취득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 반밖에 지나지 않은 9월 3일 그중 8명(대부분은 두산그룹 창업주의 3세)은 신주인수권을 4세들에게 넘겨주었다.

그렇다면 박용성, 박용오, 박용곤 등 두산그룹 창업주의 3세들은 왜 신주인수권을 샀을까? 한달 반 후에는 4세들에게 넘겨줄 것이면서. 현재 공시된 자료에는 얼마의 가격에 팔았는지 기록되어 있지 않아(이것 또한 공시서류를 부실하게 작성한 것이다) 부당한 가격으로 증여 했는지 여부는 확언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 4세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3세들이 신주인수권을 취득했다는 점은 앞서의 의혹들과 맞물리면서 다시한번 의혹을 갖게 한다.

이어지는 의혹, 불리한 정보를 숨기고 슬쩍 주식을 팔아?

두산(주)가 이 BW를 발행한 시점 전후로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입히는 불공정거래를 했다는 의혹이다. 이는 앞서 말한 '주가 하락에 따른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하락조정'이라는 핵심내용이 공시되지 않았다는 점과 관련 있다.

앞서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하락하면 회사에게 요구할 수 있는 주식수는 늘어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때의 주식은 이미 발행되어 유통되고 있는 주식이 아니다. 말 그대로 '신주', 즉 회사가 새로 발행해야 하는 주식이다. 그렇다면 주가가 계속 떨어져 행사가격도 계속 하락하면 할수록 회사가 발행하는 주식수도 늘어날 것이다. 이것은 무슨 문제인가?

주식시장도 수요공급의 원칙이 적용되는 곳이다. 주식수가 필요이상으로 많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 회사의 주식은 주식시장에서 공급초과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신규로 발행된 주식은 신주인수권을 가진 사람이 보유하게 되는 것이므로 총 주식 수는 늘어나는 반면 기존 주주들(신주인수권을 가진 사람제외)의 지분율(보유주식수/총발행주식수)은 점점 떨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 회사 주식의 매력은 갈수록 떨어지게 되고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은 점점 적어지고 오히려 주가는 떨어진다.

두산(주)가 실제로 그랬다. 두산(주)의 주식가격은 지난 99년 9월 이후 5만원대에서 급격히 하락해 지금은 1만원선에 머물러 있다. 그리고 이러한 주식가격 하락의 원인에는 99년 10월부터 시작된 행사가격 하락으로 인한 전체 주식수의 확대에 따른 부담도 있다. 처음 BW를 발행할 때의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은 5만100원이었으며 그때 신주인수권를 행사하면 발행될 새 주식수는 237만259주였다. 하지만 11번의 행사가격 하락조정을 거친 지금 현재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은 9460원이며, 신주인수권 행사를 통해 발행될 새 주식수는 1164만9049주로 처음보다 5배나 늘어났다.

▲두산그룹총수일가의 신주인수권 행사전후 두산(주) 지분율 비교


총수일가가 신주인수권을 아직 행사하지는 않았지만 신주인수권을 행사하기만 하면 엄청난 수의 주식이 갑자기 늘어나는데 어떻게 주식가격이 예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상승할 수 있겠는가? 이른바 '악재'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두산(주)는 어떤 거래를 한 것인가?

두산(주)는 BW를 발행한다고 공시한 직후인 7월 13일부터 7월 20일까지 두산(주)의 주식(자기회사 주식이므로 이를 두산(주)입장에서는 '자사주'라고 한다)을 90여만주 증권거래소에서 일반투자자에게 팔았다.

그런데 제일 먼저 말한 이 사건의 문제점을 기억해보면, 두산(주)는 7월 12일 BW 발행내용을 공시할 때, '주가가 하락하면 신주인수권의 행사가격이 하락한다'는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소액주주를 비롯한 일반 투자자들은 주가하락에 따른 신주인수권 행사가격 하락으로 주식수 전체가 대거 늘어나서 주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두산(주)는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으면서 자사 주를 대거 매각한 것이다. 즉 두산(주)는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자사주를 판 것이고 이 때 두산(주)가 내놓은 주식을 샀던 사람들은 부당한 조건에서 거래에 응한 셈이다. 이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행위로 두산(주)는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셈이다.

의혹해소 여부와 박용성 회장

이처럼 이번 두산(주)의 특혜성 BW에 얽힌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정말 이 의혹들 전부가 사실이라면 이는 정말 총체적인 불법행위를 한 셈이다.

두산그룹의 박용성 회장은 지난 9월에 어느 기자간담회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아들딸을 요직에 앉히고 경영권을 주면 망하기 십상"이라고. 그리고 "우리 기업들은 '패밀리 비즈니스(족벌경영)'와 '비즈니스 패밀리(전문경영)'를 혼동하고 있다"고 했다(프레시안 2002년 10월 29일 ["아들딸에게 경영권 주면 망한다"더니] 기사에서 재인용).

하지만 지금껏 제기되고 있는 의혹에 대해 박용성 회장이 납득할 수 있는 해명을 하지 못한다면 그는 정말 한 입으로 두 말을 한 셈이다. 이번 사건에 대한 의혹을 충분히 해소하지 못한다면 박용성 회장은 과연 재벌개혁과 각종 제도개혁에 반대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2002/11/06 22:10 2002/11/06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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