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 전직 국세청 고위관리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
기업별 이슈/삼성그룹 :
2000/03/06 00:00
사외이사들 로비스트로 전락 의혹/ 사외이사제도 도입 취지에 정면으로 위배
1. 대주주의 의사 결정 추인기구로 전락해온 이사회를 실질화시켜 대주주와 재벌 총수의 전횡을 막고 주주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하여 적극 도입한 사외이사제도가 오히려 재벌그룹에 의해 정면으로 위협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삼성전자와 삼성SDI는 오는 16일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선임될 사외이사 후보자로 각각 황재성 전 서울지방 국세청 청장과 최병윤 전 국세청 징세심사국장을 내세우고 있어, 그 배경에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2. 특히, 삼성전자의 황재성 후보 추천 과정은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삼성은 애초 참여연대에 독립적인 사외이사를 추천해달라고 요청을 하였으나 막상 참여연대가 사외이사 후보자들을 추천하자 이를 무시하고, 지난 해 개정된 정관에 따라 주주대표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결의를 통하여 황재성씨를 추천하였다. 그러나, 정작 황재성씨의 추천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전자는 처음에는 주주대표사외이사추천위원회의 구성원인 대한투자신탁이 황재성씨를 추천하였다고 밝히다가 나중에는 대한투자신탁이 아닌 삼성전자 스스로가 추천하였다고 번복하였다. 그러나, 참여연대가 대한투자신탁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대한투자신탁은 또 자신이 황재성 후보를 추천하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도대체 왜 이렇게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지 그 추천 배경에 더욱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대한투자신탁은 지금까지 삼성전자의 경영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한 바가 없으며, 참여연대등의 소액주주들이 경영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것과는 달리 오히려 총수와 경영진의 편을 들어왔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대한투자신탁이 전직 국세청 고위관리인 황재성씨에 대한 추천에 개입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매우 어렵다. 참여연대는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대한투자신탁에 공식적으로 의문을 제기하고, 현재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삼성SDI의 최병윤후보도 전직 국세청 임원이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도 업종의 특성상 국세청의 관할권에 있는 ㈜서안주정의 대표이사로 재직하고 있으며, ㈜서안주정의 다른 이사와 감사도 모두 세무서장을 역임한 자들로 구성되어 있어, 독립성을 지녔다고 볼 수 없다.
3. 사외이사제도의 근본 취지가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부여하여 경영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이를 통해 기업 가치를 극대화시키기 위해서라면, 이러한 막중한 책임과 권한을 행사할 사외이사는 전문적인 지식과 아울러 무엇보다도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독립성이 요구된다. 독립성은 단지 회사의 외부 인사라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해당 회사와 경쟁관계에 있는 타회사의 임원은 물론, 해당 회사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인사도 독립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며, 이러한 기준에서 본다면, 이번 삼성전자와 삼성SDI가 추천한 사외이사 후보자들은 모두 독립성을 지녔다고 볼 수 없는 것이다.
4. 따라서, 참여연대는 삼성이 사외이사들을 국세청 고위 임원들로 내정한 배경이 혹시라도 삼성이 기업 활동을 하는데 있어 이들의 오랜 국세청 고위 공직자로서의 경력과 직책을 이용하기 위해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할 수 밖에 없으며, 만일 참여연대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는 대다수 주주들의 이익에도 기업의 이익에도 전혀 보탬이 되지 않을뿐더러, 삼성이 투명하고 책임있는 경영을 확보하기를 포기한다는 사실을 대외적으로 공표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더구나, 삼성 이건희회장의 아들 이재용씨에 대한 증여세 문제가 제기되어 있는 것과 연관지어본다면, 후보자들의 인맥을 동원하여 국세청에 압력행사를 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것이며, 이는 불법·탈법을 일삼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로서 매우 부도덕한 행위이며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삼성은 사외이사 후보와 관련한 모든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서, 우선 황재성 후보와 최병윤 후보의 추천 경위를 사실대로 정직하게 밝히고, 이들을 후보에서 철회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 두 기업 외에 사외이사 후보에 대한 기본인적사항에 대해 공시하지 않은 다른 삼성계열사들의 경우도 충분히 이같은 일이 있을 수 있으므로, 후보자에 대한 정보를 주주들에게 미리 제공하여야 할 것이다.
5. 지금까지 대부분의 기업체 사외이사가 전문성보다는 대주주와 가까운 친인척이나 전직 장·차관 등 고위관료거나 은행장, 법조인, 현직 교수 등 저명인사들로 구성되어 실제로 경영을 감시하기 힘든 한계가 있었다. 아예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참석한다 하더라도 거수기 역할만 할 뿐이었다. 현재도 정부 금융기관에서 근무한 퇴직 공직자들이 기업에 낙하산 인사로 들어오거나 사외이사를 맡기 위하여 기업에 로비활동을 적극 벌이고 있다는 소문이 벌써부터 들리고 있으며, 이번 삼성 건도 혹시 이러한 연유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혹도 있는 게 사실이다.정부가 내년부터 대형 상장사들의 경우, 이사회의 반수 이상을 사외이사로 확보하도록 하고 있으나, 만일 현실이 이렇다면 사외이사제에 대한 근본취지와 전혀 위배되는 것으로서 다시한번 주주들을 농락하는 것밖에는 안되는 것이다. 사외이사 숫자를 늘리는 것으로는 근본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정부와 기업들 스스로가 투명경영을 하겠다는 각성이 필요하고, 제도적으로는 사외이사 후보자들에 대한 사전 정보제공을 의무화하여 정부와 주주의 철저한 감시, 감독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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