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화장실로 배달된 'SK글로벌 정상화 양해각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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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06/03 21:48
채권단-SK그룹 합의, 사실상 그룹동원한 부실기업 살리기
SK글로벌 회생을 위한 SK그룹과 채권단의 협상안이 6월 3일 발표되었다. 합의의 핵심은 'SK그룹의 지원으로 SK글로벌을 회생시키겠다'는 것으로 협상과정 내내 '그룹차원의 지원'을 주장했던 채권단의 압력이 관철된 것으로 보인다.
논란이 거듭되었던 SK그룹의 출자규모는 8천500억원, 채권단이 요구했던 1조원보다 다소 적은 규모다. 출자규모가 줄어든 대신 SK글로벌의 영업현금흐름에 대한 그룹차원의 담보가 합의조건이 되었다. 법인세와 이자 및 감가삼각비 차감 이전의 영업이익(EBITDA)을 연 4천358억원으로 합의하고 이에 미달하면 SK그룹에서 패널티로 1천500억원 미만 규모에서 추가 출자하기로 한 것이다.
발표 하루 전, 참여연대로 제보된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
이런 합의발표 하루 전, 참여연대 사무실 근처에서 합의내용이 담긴 문서가 발견되는 사건이 있었다. 'SK글로벌(주) 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이하 양해각서)'라는 제목의 복사물 2부가 참여연대 사무실이 있는 건물 2층 느티나무 카페 안과 화장실에서 각각 발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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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여연대 화장실에 놓여진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 |
봉투도 없이 접혀 놓여진 3장의 문서는 "SK글로벌의 주채권은행인 (주)하나은행과 SK그룹은 SK글로벌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2003.5.31.다음과 같이 합의한다"라고 시작되어 "쌍방 동의하에 본 양해각서의 내용을 공표하기 전까지는 본 양해각서의 체결사실 및 그 내용에 대해 비밀을 유지하기로 한다"로 끝맺음 되어 있다.
하나은행 김승유 은행장과 SK그룹 손길승 회장이 서명까지 한 '양해각서'는 최종발표된 합의내용을 그대로 포함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경영정상화계획의 이행 ▲SK그룹의 출자전환 ▲신규자금지원 및 EBITDA에 대한 확약이 그것이다. 그 외에도 ▲SK(주)와 SK글로벌의 지속적 영업관계 유지 ▲SK텔레콤 및 SK텔레텍의 SK글로벌 단말기 판매사업에 대한 협력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아 SK그룹차원의 지원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논의되었음을 보여준다.
'양해각서'의 제보자와 그 의도를 두고 여러가지 추측이 있으나 일단 제보접수자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측은 공식적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우선 제보내용인 'SK글로벌 회생방향'에 대해 공식입장을 내기에는 무리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SK글로벌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수치와 데이타가 부실해 실질적인 판단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또한 불분명한 제보의도도 입장유보의 한 원인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번 협상과정이 SK그룹과 채권단과의 힘겨루기 싸움으로 진행된 만큼, 제 편을 늘리기 위한 막바지 시도가 아니냐는 추측도 가능하다.
참여연대, 합의이행과정에서의 '부당내부거래 여부'에 주목
공식입장을 유보하고 있으나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이행각서'와 최종합의문에 대한 몇가지 문제점을 매섭게 지켜보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그룹을 동원한 부실기업 살리기' 아니냐는 것이다.
김상조 경제개혁센터 소장은 이번 SK글로벌 처리를 두고 "재무적 구조조정만 있었지 정작 위기원인인 지배구조 개선은 전혀 없다"고 유감을 표했다. 합의과정 중에 대외비인 '양해각서'가 유출된 사건에 대해서는 "이번 합의가 상호불신 속에 정보공유조차 이뤄지지 않은채 불투명하게 처리되었던 것이 아니냐"고 우려했다. 특히 '양해각서'에서 SK그룹을 대표해 손길승 회장이 서명한 것을 두고 "실제로 그룹 체제가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실질적 이사역할을 해온 손 회장은 그룹문제도 책임져야하는 것 아니냐"며 최태원 회장만 구속되고 공동 책임자인 손 회장은 버젓이 활동하는 상황을 꼬집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향후 합의내용의 이행과정을 주목할 예정이다. 그룹차원의 지원을 공표하고 난 마당에 부당내부거래가 이뤄질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글로벌의 회생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의 SK그룹에 대한 모니터링도 활동도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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