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그룹차원의 부당내부거래 집중 모니터 계획



참여연대 화장실로 배달된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한 양해각서(이하 양해각서)'를 둘러싼 논란이 점차 가열되고 있다.

>>관련기사 : 참여연대 화장실로 배달된 'SK글로벌 정상화 양해각서'

손길승 회장, 무슨 자격으로 '양해각서'에 서명했나

3장짜리 '양해각서'에는 SK글로벌 처리과정에서 빚어진 문제점들이 명확히 드러나 있다. 우선 손길승 회장이 무슨 자격으로 8500억 원을 집행하는 '양해각서'에 서명을 했는가 이다. SK글로벌의 최대주주는 SK(주)로 이번 협상결과에 따른 8500억원의 출자도 SK(주) 매출채권으로 이뤄지게 돼 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SK글로벌의 최대주주인 SK(주)가 이 양해각서의 책임주체가 돼야 하는데, 실제 이 양해각서는 손 회장의 친필로 서명돼 있다. 현재 손길승 회장은 SK텔레콤의 회장이자 그룹 회장일 뿐이다. 기실 SK글로벌과 직접 연관은 없다는 얘기다. 그런 그가 어찌하여 이 양해각서에 서명을 하게 된 것인지 세간의 이목은 집중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SK그룹은 SK(주) 주주도 아니고 SK글로벌의 법적 책임주체도 아니다. 게다가 손 회장은 SK(주)와 SK텔레콤 등 독립적인 법인의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승인도 받지 않은 채 SK그룹을 대표해 이 양해각서에 서명했다. 손 회장이 SK글로벌 최대주주인 SK(주)를 대표해 서명할 어떠한 법적 근거도 없으며, 그의 행동은 사실상 SK(주)와 SK텔레콤의 이사회를 무용지물로 만든 것으로 볼 수 있다.

SK그룹 계열사에 SK글로벌 부실나눠갖기 강요한 '양해각서'

그룹에 구조조정본부가 존재하는 건 IMF 당시 문어발로 확장된 그룹D을 구조조정하고 부당내부거래의 고리를 끊으라는 뜻이지 별도 법인으로 독립한 회사의 부실을 떠안으라고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서 보듯, SK그룹은 여전히 지난 시기 재벌들이 벌였던 폐해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걸로 나타났다. 계열사간 살려주기는 약한 고리가 끊어지는 순간 계열사간 죽여주기라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고 만다.

'이행각서'에 따르면 신규 자금지원 및 EBITDA에 대한 확약으로 채권금융기관들의 신규자금 지원은 없는 것으로 하고 "SK, SK텔레콤, SK텔레텍을 비롯한 SK그룹은 원리금 상환이 충분히 가능한 수준으로 SK글로벌의 EBITDA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며, 이와 관련된 확약서를 제출한다"고 명기하고 있다. 이는 계열사를 통한 부실기업 살리기를 명시적으로 요구하는 항목인 것이다.

그뿐 아니다. "SK텔레콤은 SK글로벌이 계획하고 있는 네트워크 사업이 원활하게 이행될 수 있도록, SK텔레콤 및 SK텔레텍은 SK글로벌이 수행하고 있는 단말기 판매사업이 계속적으로 수행될 수 있도록 제반 사항에 협력할 것"을 명기해 계열사간 몰아주기 사업을 요구하는 것이다.

SK글로벌 회생결정과 지원규모 근거는 어디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K글로벌의 회생결정과 계속기업가치의 판단근거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계속기업가치가 6조3700억 원으로 청산가치 3조8700억 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왔으나 그 근거는 SK글로벌이 제출한 경영계획에 근거한 것이고 그 핵심에는 계열사들로부터 받을 사업지원이 있다.

그러나 SK글로벌 경영계획의 전제가 된 계열사 사업지원의 구체적인 내용 및 그 거래조건은 '양해각서'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어떤 과정을 통해 청산가치보다 높은 계속기업가치가 추정되었는지 가늠할 수 없는 것이다. 이는 이 협상과정이 과연 과학적인 근거를 통해 합리적인 논의가 이루어졌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이 들도록 하는 대목이다.

'양해각서'가 왜 참여연대 화장실에?

제보를 둘러싼 의혹도 증폭되고 있다. 누가 왜 합의발표 직전에 참여연대에 제보했느냐는 것. 제보접수자인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측은 공식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나, '양해각서'가 지닌 특수성으로 몇가지 추측이 가능하다. 우선 이 '양해각서'가 채권단과 SK그룹간의 협상자들만 볼 수 있었던 문서라는 점, 합의발표 직전에 제보된 점이 그것이다.

즉 협상진행과 결과에 불만을 품은 어떤이가 참여연대에 제보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룹을 동원한 부실계열사 살리기'에 반대입장이 분명한 참여연대가 '합의방향에 브레이크 신호'를 보내주기를 원했던 시도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과거 재벌병폐 답습한 결론, 이행과정에서도 문제는 드러날 것

SK글로벌의 회생여부와 방향을 가름할 구체적 수치와 근거없이 판단할 수는 없다는 참여연대 경제개혁팀은 아직 이에 대해 공식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신 채권단과 최대주주의 협상과정에서도 '부실규모와 해법'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절차가 부족한 상태에서 '무조건 살리기'식으로만 결론지어진 점, 특히 위의 원인인 소유지배구조 문제는 전혀 개선될 여지가 없다는 점을 각각 우려했다.

특히 SK글로벌의 부실이 분담되는 과정에서 부실이 다른 계열사로 이전될 가능성, 그룹차원의 지원과정에서 부당내부거래가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향후 이에 대해 집중 모니터할 계획이다.

최현주
2003/06/04 17:40 2003/06/04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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