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별 출자현황 자료 공개하고, 예외조항 대폭 축소해야



출자비율 25% 수치에 집착하여 예외조항을 남발하는 현행제도는 실효성 없이 정부정책의 신뢰성만 훼손할 뿐

1. 공정거래위원회가 오늘 발표한 2003년 출자총액제한제도 대상 기업집단의 주식소유현황 자료는, 재벌총수가 극소수의 지분만으로도 계열사 출자를 통해 거대 기업집단을 장악하고 있는 한국재벌의 소유지배구조의 문제가 개선되지 않았으며, 결국 이를 개선하기 위한 최소한의 규제장치인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무려 19가지나 되는 각종 예외조항 등으로 인해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이와 관련하여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거래법 제 10조에 규정되어 있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도입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 재벌 계열사별로 출자현황 및 예외적용 실태를 정확히 공개하고 나아가 각종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사유를 대폭 축소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 공정위 발표 자료를 보면, 민간재벌의 출자규모 및 행태는 1년 전에 비해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11개 민간재벌의 경우, 지주회사 전환, SK글로벌의 구조조정 등을 감안하면, 출자총액을 오히려 늘어났으며, 순자산대비 출자비율도 요지부동이다. KT를 비롯한 12개 민간재벌의 내부지분율 구성을 보면, 재벌총수의 동일인 지분율은 오히려 하락한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그대로다.

그러면, 재벌의 소유지배구조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그리고 출자총액제한제도가 아무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주된 이유는, 공정위 자료에서 분명히 드러났듯이, 무려 19가지에 이르는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사유를 통해 규제대상에서 제외되는 출자의 비중이 전체 출자총액의 절반(50.8%)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 비율은 전년에 비해 무려 9.4%p증가한 것이다. 특히 총 12.1조원의 적용제외 출자 중 81.1%인 9.8조원이 작년에 신설된 동종업종 및 밀접한 관련업종에 대한 비규제 혜택에 기인한다.

전경련을 비롯한 재계에서는 동종업종 및 밀접한 관련업종 출자에 대한 비규제 혜택은 업종전문화를 유도하기 위한 것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주장이다.

첫째, 재계 스스로가 주장하였듯이, 업종전문화 출자(또는 관련 다각화 출자)는 좋은 것이고 비관련 다각화 출자(이른바 문어발식 확장)는 나쁜 것이라고 선험적으로 판단할 이론적·실증적 근거가 없다. 소수지분의 재벌총수가 계열사 출자를 통해 다수지분의 외부주주를 배제한 채 불투명·무책임 경영을 한다는 측면에서는 업종전문화 출자든 비관련 다각화 출자든 차이가 없다.

90년대 초 여신관리제도를 통해 업종전문화를 유도하고자 했던 정책이 실패한 경험을 잊어서는 안된다. 당시 재계는 기업의 투자판단에 정부가 개입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동일한 논리로 출자총액제한의 제외라는 혜택을 요구하는 모순된 주장을 해서는 안된다.

둘째, 현재 재벌의 무분별한 문어발식 확장 관행을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하더라도, 업종전문화 또는 관련다각화 출자를 판별할 객관적 기준이 있는가라는 별개의 문제가 제기된다. 한국표준산업분류(KSIC)상의 중분류가 동종업종의 기준이 될 수 없으며, 출자회사와 피출자회사 사이의 매출액 비중 50%가 밀접한 관련업종의 기준이 될 수 없음은 재계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객관적 기준이 있을 수 없는 문제를 객관화하려고 하면 오히려 자의성만 높아진다. 결국 자의적인 기준으로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하면, 개개 재벌의 특수한 사정을 반영한 새로운 예외를 계속 만들어주게 된다. 이것이 현행 출자총액제한제도에 무려 19가지의 적용제외와 예외인정 사유를 늘어놓게 된 원인이다.

이러한 구조하에서는 재벌은 규제를 준수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예외를 인정받으려는 로비활동에만 집중하게 된다. 규제장치의 실효성을 사라지고, 정부정책의 신뢰성만 훼손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다.

3. 그러면, 이처럼 출자총액제한제도가 누더기 규제가 된 근본배경은 무엇인가. 2001년말 공정거래법 개정 당시 정부는 '순자산대비 출자비율 25%'라는 숫자를 지키기 위해 동종업종 및 밀접한 관련 업종, 공기업 민영화 참여 등 새로운 예외를 광범위하게 도입했다. 이것이 잘못된 선택이었다. 25%라는 숫자 자체에 재벌개혁의 상징성을 부여하고 이에 집착할 이유가 없다. 규제의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정부정책의 신뢰성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왔을 뿐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를 비롯한 공정거래법상의 재벌규제제도는 재벌의 소유지배구조가 개선되었음을 확인할 때까지는 계속 유지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실효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노력 또한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재벌의 소유구조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도록 재벌의 출자현황 및 이에 대한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실태 관련 자료가 계열사 수준까지 정확히 공개되어야 한다.

이러한 객관적 자료를 기초로 건설적 논의를 진행하되, 그 기본방향은 자의적인 적용제외 및 예외인정 사유를 대폭 축소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2003/07/07 14:39 2003/07/0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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