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조항 미비로 인한 회사 임원과 회계법인 솜방망이 제재



해임권고 내려진 손길승 회장은 여타 계열사 이사직에서도 물러나야

금감원은 은행조회서 위조관련 은행 임원에 엄중한 책임 물어야 할 것

1.증권선물위원회는 어제(20일) SK글로벌의 분식회계와 관련하여 손길승 회장을 포함한 전현직 임원 4명에 대해 해임권고상당 및 해임권고 조치를 내리고, SK글로벌에 대해 감사인 지정 3년 및 유가증권 발행 제한 12개월을 결정하고, 감사인인 영화회계법인에 대해 과징금 3억 1,960만원 부과 및 특정회사 감사 참여제한 5년의 조치를, 관련 공인회계사에게 등록취소 건의 등의 조치를 결정하였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증선위가 이번 조치를 현행 규정상 최고 수준이라고 자평하고 있으나 분식회계에 대한 처벌 규정 자체의 미비로 인해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하지 못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2.손길승 회장은 6월 13일 형사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데 이어 금융감독당국의 해임권고 조치까지 받게 됨으로써 기업부실과 불법행위에 대한 손회장의 책임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그런데 손회장이 17일 이미 SK글로벌 이사직을 사임했기 때문에, 대상자가 사임한 상태에 적용되는 '임원 해임권고 상당'에 해당한다. 더구나 문책경고나 업무(직무)정지, 해임권고 등 제재수위에 따라 권역별로 3~5년간 동종업계 재취업이 제한되는 금융기관 임원에 대한 제재와 달리, 일반기업 임원의 경우 문책으로 인한 취업상의 불이익은 따르지 않기 때문에 손회장은 앞으로도 다른 계열사의 대표나 임원이 되는데 문제가 없다.

미국의 Sarbanes-Oxely Act가 분식회계 등으로 인해 SEC(미국증권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은 임원은 전 상장·등록법인의 이사가 될 수 없도록 규정한 사실과 비교할 때, 해임권고가 있더라도 6개월 후 재선임할 경우 아무런 제재조치를 내릴 수 없는 한국의 현행 처벌 규정은 너무나 미약한 것이다.

분식회계는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하는 경제범죄 행위로서, 증권시장 발전의 암적인 요소이다. 따라서 금융감독당국은 현행 규정 하에서 최고의 제재조치를 내렸다는 헛된 자부심을 버리고, 분식회계 등의 증권시장 불법행위가 다시는 발붙이지 못하도록 상장·등록법인의 임원 선임 금지 등의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규정을 개정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손회장은 이번 조치의 대상이 된 SK글로벌 및 SK해운 외에 SK텔레콤과 SK(주) 등 여타 계열사의 이사직에서도 즉각 물러나야 할 것이다.

3.회계법인에 대한 조치 역시 미흡하다. 회계법인을 대표하는 임원이 수십년에 걸친 천문학적 액수의 분식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정말로 인지하지 못했다면 회계법인으로서의 자격 미달이며, 그렇지 않을 경우 명백한 방조, 묵인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영화회계법인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회계법인 자체에 대한 제재조치로서 첫 사례라고 하나, 과징금 액수 3억 1,960만원은 사안의 중대성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이다. 증권시장의 발전을 위해서는 평판중개기관(reputational intermediaries)으로서 회계법인의 역할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회계법인의 건전한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서는, 형식적인 과징금 부과 수준을 넘어, 징벌적 과징금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회계법인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엄격한 제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지금 입법화가 지연되고 있는 증권집단소송제도를 실효성 있게 조속 실시함으로써 증권시장 관련 범죄행위에 대해 실질적인 피해구제와 제재가 이루어질도록 해야 한다.

4.또한 증선위는 SK글로벌의 채권은행들이 회계법인으로부터 금융거래 조회요청을 받고 아예 잔액을 기재하지 않거나 회계법인에 직접 회신하지 않음으로써 은행조회서 위변조를 사실상 방조한 사실을 확인하고 금융감독원에 이첩했으며, 이에 따라 금감원은 12개 은행에 대해 부문검사를 실시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간 참여연대가 지적했듯이, SK글로벌이 은행조회서 잔액을 '0'으로 위조하는 방법으로 천문학적 액수의 분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채권은행들이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수천억원대의 채권을 보유한 은행으로서는 있을 수 없는 중대한 과실이다. 채권은행들은 SK글로벌 분식회계의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감독원은 이번 사안에 대해 철저한 조사와 함께 엄중한 제재조치를 내려야 할 것이다. 만약 금융회사의 준법경영을 감독해야 할 의무를 진 금감원이 이번 역시 솜방망이 제재로 일관할 경우 금융감독기관으로서의 신뢰를 스스로 떨어뜨리는 결과가 될 것이다.
경제개혁센터


2003/08/21 11:10 2003/08/21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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