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의 계열금융회사 의결권 행사실태 조사 자체의 부실 우려
기업지배구조관련 법제도/공정거래법 :
2003/08/26 11:23
투신사등의 신탁재산을 통한 주식보유 및 의결권행사 현황 파악 어려워
금융감독당국과의 긴밀한 협조관계를 통한 사실조사 및 제도개선 촉구
적대적 M&A 방어를 빌미로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악용하는 것 막아야
1. 지난 23일(토) 공정거래위원회는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행사 실태를 점검하고 있으며, 다음 달 초까지 의결권 행사가 적법하게 이루어졌는지 해당회사의 주총 의사록 등을 추가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2년 1월 개정된 공정거래법 제11조(금융회사 또는 보험회사의 의결권제한)의 취지대로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가 의결권을 적대적 M&A 방어 목적으로만 적법하게 행사하고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소장 :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공정위의 이번 조사가 엄정하게 이루어져 재벌계열 금융보험회사의 의결권 제한을 풀어준 것이 어떻게 악용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이를 기초로 제도개선을 위한 법률재개정 논의에 밑바탕이 되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공정거래법 제11조 개정과 병행하여 의결권 행사제한이 완화된 투신사와 증권투자회사(뮤추얼펀드)의 의결권 행사실태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사실상 조사권한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감독권한을 가지고 있는 금감위와 재경부가 지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어 공정위 조사 자체의 부실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 지난 2001년 정부는 적대적 M&A에 대한 방어수단이 필요하다는 재계의 요구에 따라 재벌소속 금융보험회사가 계열사 주식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제11조를 개정을 추진하였고, 또한 동일한 논리로 재벌소속 투신사와 뮤추얼펀드가 신탁재산으로 보유한 계열사 주식에 대해서도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증권투자신탁업법 제25조의2제5항과 증권투자회사법 31조5항의 개정을 추진했다. 그리고 이 법률들은 모두 2002년 1월과 4월에 재계와 정부의 의도대로 국회에서 개정되었다.
당시 참여연대는 이러한 법개정은 재벌소속 금융기관에 맡겨진 국민들의 저축자금이 계열사 경영권 방어에 악용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재벌의 금융업 진출 유인이 강화되는 등 산업자본의 금융지배 현상이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법개정을 반대했다.
3. 그러나 불행히도 공정거래법뿐만 아니라 재경부가 주관한 증권투자신탁업법과 증권투자회사법도 개정되었는데, 이런 상황에서 공정위가 법개정 이후 재벌소속 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실태를 점검한다는 것은 매우 적절한 조치라고 판단하며, 이 조사결과는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실태를 점검하고 개선책을 모색하는데 기초자료가 될 것이다.
하지만 참여연대는 공정위가 금감위와의 협조체제 구축 없이 재벌소속 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실태 전반에 걸쳐 엄격한 조사를 진행할 수 있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일반 금융보험회사의 계열사 주식보유 현황에 대해서는 재벌그룹의 공정위 보고자료와 해당 금융보험회사의 사업보고서 등을 통해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으나, 투신사 펀드와 뮤추얼펀드가 신탁재산으로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주식에 대한 정보는 전혀 공개되지 않고 있으며, 따라서 공정위도 이에 대한 자료는 전혀 갖고 있지 못하다.
물론 투신사 펀드와 뮤추얼펀드가 계열사 주식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 그 구체적인 내용을 공시하도록 법령에 정해져 있지만, 금융감독당국이 아닌 공정위가 이들의 공시의무 이행 여부 및 그 내용의 정확성을 조사할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특히 증권투자신탁업과 증권투자회사법의 관련 규정은, 공정거래법과는 달리, 임원임면·정관개정·합병 및 영업양수도 등 경영권 변동관련 사항으로서 '신탁재산에 손실이 발생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에만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감독당국이 아닌 공정위가 투신사 펀드와 뮤추얼펀드의 신탁재산 손실 발생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4. 2002년 초 공정거래법과 증권투자신탁업법·증권투자회사법의 개정 이후 재벌소속 금융기관이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 수와 지분율이 크게 증가하였을 것이라는 점은 불문가지이다.
따라서 공정위의 이번 조사는 단순히 재벌소속 금융기관이 적대적 M&A 방어라는 법개정 취지에 맞게 적법하게 의결권을 행사하였는가라는 측면에만 초점을 맞추어서는 안된다. 적대적 M&A는 잠재적 위협이므로 이를 현실의 자료를 통해 확인하기는 대단히 어렵다.
오히려 2002년 초 법개정으로 인해 재벌소속 금융기관이 국민들의 저축자금을 이용하여 계열사 주식 보유를 얼마만큼 늘렸으며, 이것이 재벌총수의 지배력 강화를 위해 소액주주와 저축자의 이익을 어떻게 침해했으며, 궁극적으로 산업자본의 금융 지배를 통해 재벌과 금융기관의 지배구조를 어떻게 왜곡하고 있는가에 대해 객관적 조사가 이루어져야 하며, 이를 기초로 개악된 관련법들을 재개정하기 위한 밑그림이 마련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위 혼자 노력해서는 안된다. 금융감독권한을 가진 금감위의 적극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특히 투신사 펀드와 뮤추얼펀드의 계열사 주식보유 현황 및 의결권 행사실태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금감위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금감위가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 얼마나 적극적인 의지를 보였는가에 대해서는 회의하지 않을 수 없다.
참여연대는 향후 공정위와 금감위의 협조체제 아래 재벌소속 금융기관의 의결권 행사실태에 대한 엄격한 조사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하며, 9월 초 이에 대한 공정위의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보고 관련법 개정을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을 천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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