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비자금은 손길승 회장의 돈이 아님에 주목하자
칼럼/기고 :
2003/10/13 21:55
SK그룹의 비자금 사건에 직접 연루된 정치인들의 소환이 임박했다. 합법적인 회계처리가 되지 않았다는 혐의와 함께 몇몇 정치인이 개인적으로 빼돌렸다는 혐의도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언급되고 있는 수사상황을 보건대 최소 150억원대의 자금을 SK그룹 손길승 회장이 여야 정치인과 전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들에 대한 수사는 그다지 호락호락하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데 칼을 빼든 이상 검찰이 뭐라도 베어야 할 처지에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 비자금을 어디서 조성했는지는 아직 명쾌히 정리되지 않았다. 사건초기 SK해운의 분식회계를 통해 조성된 2천억원대의 비자금 중의 일부와 여타 계열사에서 조성된 돈이라는 말이 몇 번 언급된 적이 있었을 뿐이니, 지금으로서는 SK그룹의 비자금은 SK해운을 중심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SK해운은 비상장, 비등록 법인이다. 즉 거래소 상장법인이나 코스닥 등록법인에 비해 회계정보 공시의무가 미약하다. 또 SK해운의 지분은 SK(주)와 SK글로벌, 그리고 SKC(주)가 99.99%를 가지고 있고 일반 주주는 전무하다. 외부주주의 감시가 없으니 분식회계를 하기에 적당할 뿐만 아니라, 그 돈을 비자금으로 제공하기에도 너무나 적당한 곳이다.
게다가 SK해운은 분식회계와 비자금뿐만 아니라 지난 주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로 21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곳이기도 하다. 부당지원으로 526억원의 자금을 공중에 날린 데 이어 과징금으로 210억원의 추가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
검찰의 수사로 비자금을 준 사람과 비자금을 받은 이들은 어떻게든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대가로 SK해운은 과징금을 국고에 납부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회사의 주주와 채권금융기관과 노동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경영진과 그룹총수 등 실질적 의사결정자의 불법행위로 회사의 재산은 이래저래 빠져나가 2중3중으로 손실을 입으면서 만신창이가 되었다. SK해운에서 조성된 비자금 액수를 150억원이라고 치면, 부당지원과 이로 인한 과징금을 합쳐, 총 886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자본이 866억원에 불과하니, 이것만으로도 SK해운은 자본이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다.
아무리 비상장기업이라 할지라도 기업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허술했기에 이토록 문제가 악화되었을까? SK해운에 손길승 회장같은 실질적 의사결정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장치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더구나 SK해운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여 검찰에 고발조치되었다. 자료제출 거부로 고발조치된 기업은, 대북송금 문제에 연루된 현대상선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회장의 불법적 요구는 거부하지 못하면서, 감독당국의 공권력 행사는 거부하는 SK해운의 지배구조는 정말 상식 밖이다. 이러고도 주식회사인가.
참여연대가 제기한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에서 75억원을 조성하여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제공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회사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반면 광고비 과다지급 및 사무실 저가임대 등의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으로 인한 피해액과 그에 따른 과징금을 배상하라는 사안에서는 행위책임자가 누구인지 공정위가 밝혀주지 않아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
불법적으로 유출된 회사자금은 다시 회사로 돌아와야 한다. 손길승 회장에게도 이는 적용되어야 한다. SK해운에 정상적인 지배구조가 정립되어 있다면, SK해운의 감사(監司)는 이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해당 행위를 결정한 실질적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손길승 회장이 SK해운을 지배하는 한, 손길승 회장이 자기자신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지배구조의 취약함이 가져다주는 반복되는 문제이다. 수해 때마다 반복되는 것처럼, 피해는 피해대로 입고, 피해복구는 또 하지 않고...
비자금 조성 및 뇌물 제공을 근절하기 위해 할 일은 여러 가지 있다. 정치자금법을 고쳐 정치자금에 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자금을 조성하고 제공한 자와 이를 받은 자들을 일벌백계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 원천을 대대적으로 손질하여 눈먼돈이 흘러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수십, 수백억원의 불법적 정치자금은 어디서 나온 돈인가? 회사다. 회사에서 ‘눈먼돈’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회사자금이 부당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계투명성 강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한 이유를 여기서 또 볼 수 있다.
검찰이 정치자금 수사를 엄정하게 할 것이냐와 함께, 지금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증권집단소송법안과 회계제도개혁법안의 통과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최근 재신임 정국에 대한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이 비자금을 어디서 조성했는지는 아직 명쾌히 정리되지 않았다. 사건초기 SK해운의 분식회계를 통해 조성된 2천억원대의 비자금 중의 일부와 여타 계열사에서 조성된 돈이라는 말이 몇 번 언급된 적이 있었을 뿐이니, 지금으로서는 SK그룹의 비자금은 SK해운을 중심으로 조성된 것으로 보인다.
SK해운은 비상장, 비등록 법인이다. 즉 거래소 상장법인이나 코스닥 등록법인에 비해 회계정보 공시의무가 미약하다. 또 SK해운의 지분은 SK(주)와 SK글로벌, 그리고 SKC(주)가 99.99%를 가지고 있고 일반 주주는 전무하다. 외부주주의 감시가 없으니 분식회계를 하기에 적당할 뿐만 아니라, 그 돈을 비자금으로 제공하기에도 너무나 적당한 곳이다.
게다가 SK해운은 분식회계와 비자금뿐만 아니라 지난 주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행위로 210억원대의 과징금을 부과한 곳이기도 하다. 부당지원으로 526억원의 자금을 공중에 날린 데 이어 과징금으로 210억원의 추가손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것이다.
검찰의 수사로 비자금을 준 사람과 비자금을 받은 이들은 어떻게든 형사처벌을 받을 것이다. 계열사를 부당지원한 대가로 SK해운은 과징금을 국고에 납부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남아있다. 회사의 주주와 채권금융기관과 노동자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경영진과 그룹총수 등 실질적 의사결정자의 불법행위로 회사의 재산은 이래저래 빠져나가 2중3중으로 손실을 입으면서 만신창이가 되었다. SK해운에서 조성된 비자금 액수를 150억원이라고 치면, 부당지원과 이로 인한 과징금을 합쳐, 총 886억원이 빠져나간 것이다. 자본이 866억원에 불과하니, 이것만으로도 SK해운은 자본이 마이너스인 자본잠식 상태다.
아무리 비상장기업이라 할지라도 기업의 지배구조가 얼마나 허술했기에 이토록 문제가 악화되었을까? SK해운에 손길승 회장같은 실질적 의사결정자의 부당한 요구를 거부할 장치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더구나 SK해운은 증권선물위원회의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여 검찰에 고발조치되었다. 자료제출 거부로 고발조치된 기업은, 대북송금 문제에 연루된 현대상선을 제외하면, 전무하다. 회장의 불법적 요구는 거부하지 못하면서, 감독당국의 공권력 행사는 거부하는 SK해운의 지배구조는 정말 상식 밖이다. 이러고도 주식회사인가.
참여연대가 제기한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삼성전자에서 75억원을 조성하여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제공했던 사안에 대해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게 회사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반면 광고비 과다지급 및 사무실 저가임대 등의 계열사 부당지원행위으로 인한 피해액과 그에 따른 과징금을 배상하라는 사안에서는 행위책임자가 누구인지 공정위가 밝혀주지 않아 책임을 묻지 못하고 있다.
불법적으로 유출된 회사자금은 다시 회사로 돌아와야 한다. 손길승 회장에게도 이는 적용되어야 한다. SK해운에 정상적인 지배구조가 정립되어 있다면, SK해운의 감사(監司)는 이 손실을 회복하기 위해 해당 행위를 결정한 실질적 책임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손길승 회장이 SK해운을 지배하는 한, 손길승 회장이 자기자신에게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것이 지배구조의 취약함이 가져다주는 반복되는 문제이다. 수해 때마다 반복되는 것처럼, 피해는 피해대로 입고, 피해복구는 또 하지 않고...
비자금 조성 및 뇌물 제공을 근절하기 위해 할 일은 여러 가지 있다. 정치자금법을 고쳐 정치자금에 관한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다. 비자금을 조성하고 제공한 자와 이를 받은 자들을 일벌백계하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비자금 조성 원천을 대대적으로 손질하여 눈먼돈이 흘러나오지 않게 하는 것도 빠질 수 없다. 수십, 수백억원의 불법적 정치자금은 어디서 나온 돈인가? 회사다. 회사에서 ‘눈먼돈’이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것, 그리고 회사자금이 부당하게 유출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회계투명성 강화와 기업지배구조 개선이 중요한 이유를 여기서 또 볼 수 있다.
검찰이 정치자금 수사를 엄정하게 할 것이냐와 함께, 지금 국회에 상정되어 있는 증권집단소송법안과 회계제도개혁법안의 통과 여부를 지켜보는 것도, 최근 재신임 정국에 대한 관전 포인트 중의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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