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상대 법적 대응 번번이 무산, 이번에도?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 삼성자동차 손실금 회수가 또다시 표류하게 되었다.

삼성생명 상장이 유보됨에 따라 삼성차 손실금 회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열린 채권단 회의가 아무런 소득 없이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말부터 사장단, 임원진 회의에 이어 11월 4일 운영위원회 실무소위원회까지 진행되자, 채권단이 드디어 행동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추측 속에 '소송 여부'에 관심이 모아졌으나, 이번에도 구체적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4일 실무회의 후 연합뉴스가 "삼성차 채권단이 연내에 삼성 상대 소송내기로 했다"고 보도하자 최대 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은 즉각 해명자료를 발표, "결론적으로 삼성차 채권단에서는 현재 삼성과의 소송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린 바 없다"고 못박았다. "실무단 회의는 결정단위가 아니며, 4일 회의는 향후에 마지막 수단인 소송까지 갈 것에 대비하여 실무자 차원에서 법률적 검토를 시작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이루어진 모임"이었다는 설명이다.

서울보증보험에서 삼성차 손실금 회수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남순찬 부장은 "금융당국에서 생보사 상장을 한다고 해서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결과적으로 삼성생명 상장은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채권단이 뭔가 행동에 나서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을 나눈 것"이 회의의 전부라고 말했다. 그 행동이 소송이 될 것인가를 묻자, 남 부장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대를 가진 것" 뿐이라는 점을 거듭 확인한 후 "채권단의 스펙트럼이 다양해서 지금 당장 결정하기는 어렵고, 각 단위에서 의견을 수렴한 후 운영위원회를 거쳐 다시 결정하자고 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10월 말 경 사장단이 모이고 나서 열흘 사이에 임원급과 실무자급 회의가 열리는 등 모임이 잦아지는 분위기다"라는 말로 3년 가까이 끌어온 삼성차 손실금 회수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이 있을 것이라는 뉘앙스도 풍겼다.

그러나 이들 채권단에 대한 반응은 냉담하다. 채권단은 삼성생명 상장 유보 결정이 날 때마다 모여 손실금 회수를 위한 대책과 소송 제기 여부를 논의했으나 구체적인 행동은 없었고, 이번에도 '채권회수를 위해 뭔가 행동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확인하는 연례회의였을 뿐이라는 것이다.

삼성차 채권단은 이건희 회장과 삼성 측이 약속한 변제기한인 2000년 12월 31일까지 삼성생명 상장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2001년 1월 지연이자를 받기 위한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생명 상장 문제가 다시 보류된 2002년 말에도 역시 소송을 하겠다고 결의했었다. 그러나 두번 다 소송은 제기되지 않았다.

이번에도 "의견수렴에 대한 구체적 수위나 일정, 결정 시점, 다음 회의 일정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채권단의 상황이 이러한 추측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

이에 대해 김선웅 변호사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부소장)는 “변제기간이 지나면 바로 채권회수에 들어가는 것이 채권자의 권리이자 의무인데, 이러한 기본조차 안 하는 것 아닌가”라며 “다른 부실금융기관에 대해서는 손해배상소송까지 하는 서울보증보험이 유독 삼성에 대해서는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서울보증보험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또 생보사 상장여부로 인해 채권회수가 늦어졌다는 서울보증보험 측의 해명에 대해, “삼성생명 상장은 삼성그룹의 계획인데 왜 채권단인 서울보증보험이 관여하는가. 채무자 계획까지 배려하고 기다려주면서 채권을 회수한다는 것은 들어보지 못했다”며 도저히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도 지난 4일 삼성자동차 최대채권자인 서울보증보험과 우리은행에 '삼성자동차 손실금 관련 법적조치 계획'을 묻는 공문을 보내 신속한 조치를 촉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을 시에는 서울보증보험과 서울보증보험의 지분 99.21%를 보유한 예금보험공사에 대해 감사청구를 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자동차 채권금융기관들은 지난 1999년 삼성자동차가 법정관리로 넘어감에 따라 입은 손실을 보전받기 위해 이건희 회장 및 삼성계열사들과 2조 4500억 원을 2000년 12월 31일까지 변제받는 손실금보전합의서를 체결했으나, 변제 기한이 2년 10개월 지난 지금까지 1조 7000억 원을 회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현주 사이버참여연대 기자
2003/11/07 10:31 2003/11/07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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