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프리즘> 후배변호사가 보는 서정우 사건
칼럼/기고 :
2003/12/19 17:12
참으로 사건이 많은 연말이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것은 서정우 변호사의 ‘차떼기’ 정치자금 조성사건이다. 사실 법조계 내에서는 지난해 대선기간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 쪽 선거운동 관련 비자금 소문이 끊이지 않았고 그 한가운데엔 항상 서 변호사가 있었다. 사람들은 ‘저러다가 언젠가는 크게 당하지’ 하며 우려반 기대반으로 지켜보면서 있을 법한 불법 대선자금 의혹에 시선을 놓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 보도로, 삼성, 엘지, 현대 등 국내 최대 재벌들이 서 변호사에 의해 뜯긴 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을 들어왔음에도 이번 뉴스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자금 갈취 방법의 대담성과 거침없고 노골적인 범죄 불감증에 다시한번 경악하게 되는 것이다.
서 변호사가 누구인가. 이회창 후보가 대선기간 주장한 ‘메인 스트림’의 대표적인 자격을 갖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다. 수십년 동안 남의 허물을 캐내고, 그들을 심판하여 감옥에 보내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자신에 관한 한, 단 한번도 법의 판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남의 몸에 묻은 겨자는 볼 수 있어도 제 몸에 묻은 똥은 봐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법조인 양성소인 사법연수원의 교수까지 지낸 사람이다. 그가 제자인 후배 법조인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의 심판에 따라 감옥에서 형벌을 받았던 사람들은 지금 심정이 어떨까. 그의 판결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패배한 사람은 새까맣게 타버린 속이 다시 한번 뒤집어질 것이다.
또한 서 변호사는 삼성중공업의 사외이사이자 감사다. 삼성으로부터 갈취했다는 152억원 중에 삼성중공업의 자금이 들어 있다면 이는 배임죄가 될 것이고, 삼성중공업 이외 계열회사에서 만들어진 자금에 대해서는 다른 이사들의 배임죄 교사가 된다. 사외이사와 감사의 공통된 소임은 대표이사와 다른 이사의 업무를 감독하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일컫는 것이다.
게다가 서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뇌물죄 등과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이건희 회장 쪽을 대리하는 변호사이기도 하다. 그 소송에서 서 변호사는 권력자들의 비자금 상납 요구에 기업들이 시달리면서도 불응할 수가 없다며 기업의 고충을 호소하였다. 그렇게 기업 쪽을 변론할 때는 기업의 어쩔 수 없는 처지를 호소하던 그가 이회창 후보의 선거자금을 모집하는 입장이 되어서는 그러한 기업의 처지를 악용하여 불법 자금을 뜯어낸 것이다.
만약에 지난해 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서 변호사는 당연히 개국공신으로 권력의 핵심부에서 호령하는 쪽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굴지의 삼성그룹의 사외이사이기도 하고, 대형 로펌의 대표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한몸이 되고, 그의 모든 행위는 유능한 변호사들의 조력으로 튼튼한 법적 안전망 속에서 보호된다. 절대권력의 탄생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낙선은 손에 닿을 듯했던 절대권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며, 서 변호사는 청와대가 아닌 구치소로 가야만 하였다.
이로써 끔찍한 상상은 끝났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도할 수가 있을까. 서 변호사는 이제 검찰의 수사를 거쳐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악순환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법원은 법관 또는 법관 출신의 변호사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해 온 많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 변호사를 심판할 법관이 자기 식구 감싸기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그러한 법관이 과연 일반인을 대할 때처럼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까. 서 변호사를 재판하게 될 법관들이 제2의 서정우가 아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 글은 12월 18일자 한겨레신문에도 실려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언론 보도로, 삼성, 엘지, 현대 등 국내 최대 재벌들이 서 변호사에 의해 뜯긴 금액은 수백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미 오래전부터 소문을 들어왔음에도 이번 뉴스에는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자금 갈취 방법의 대담성과 거침없고 노골적인 범죄 불감증에 다시한번 경악하게 되는 것이다.
서 변호사가 누구인가. 이회창 후보가 대선기간 주장한 ‘메인 스트림’의 대표적인 자격을 갖춘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출신이다. 수십년 동안 남의 허물을 캐내고, 그들을 심판하여 감옥에 보내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사람이다. 그렇지만 자신에 관한 한, 단 한번도 법의 판단을 받아본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남의 몸에 묻은 겨자는 볼 수 있어도 제 몸에 묻은 똥은 봐 본 적이 없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법조인 양성소인 사법연수원의 교수까지 지낸 사람이다. 그가 제자인 후배 법조인에게 무엇을 가르쳤을까를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하다.
그의 심판에 따라 감옥에서 형벌을 받았던 사람들은 지금 심정이 어떨까. 그의 판결에 따라 민사소송에서 패배한 사람은 새까맣게 타버린 속이 다시 한번 뒤집어질 것이다.
또한 서 변호사는 삼성중공업의 사외이사이자 감사다. 삼성으로부터 갈취했다는 152억원 중에 삼성중공업의 자금이 들어 있다면 이는 배임죄가 될 것이고, 삼성중공업 이외 계열회사에서 만들어진 자금에 대해서는 다른 이사들의 배임죄 교사가 된다. 사외이사와 감사의 공통된 소임은 대표이사와 다른 이사의 업무를 감독하는 것이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란 바로 이런 경우를 일컫는 것이다.
게다가 서 변호사는 이건희 회장의 뇌물죄 등과 관련하여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이건희 회장 쪽을 대리하는 변호사이기도 하다. 그 소송에서 서 변호사는 권력자들의 비자금 상납 요구에 기업들이 시달리면서도 불응할 수가 없다며 기업의 고충을 호소하였다. 그렇게 기업 쪽을 변론할 때는 기업의 어쩔 수 없는 처지를 호소하던 그가 이회창 후보의 선거자금을 모집하는 입장이 되어서는 그러한 기업의 처지를 악용하여 불법 자금을 뜯어낸 것이다.
만약에 지난해 대선에서 이 후보가 당선되었다면 서 변호사는 당연히 개국공신으로 권력의 핵심부에서 호령하는 쪽이 되었을 것이다. 그는 굴지의 삼성그룹의 사외이사이기도 하고, 대형 로펌의 대표다.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이 한몸이 되고, 그의 모든 행위는 유능한 변호사들의 조력으로 튼튼한 법적 안전망 속에서 보호된다. 절대권력의 탄생을 맞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 후보의 낙선은 손에 닿을 듯했던 절대권력을 물거품으로 만들었으며, 서 변호사는 청와대가 아닌 구치소로 가야만 하였다.
이로써 끔찍한 상상은 끝났다. 그러나 그렇다고 안도할 수가 있을까. 서 변호사는 이제 검찰의 수사를 거쳐 법원의 판단을 받아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악순환은 다시 반복될 수 있다. 법원은 법관 또는 법관 출신의 변호사에게 지나치게 관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해 온 많은 선례가 있기 때문이다.
서 변호사를 심판할 법관이 자기 식구 감싸기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그러한 법관이 과연 일반인을 대할 때처럼 공정하게 심판할 수 있을까. 서 변호사를 재판하게 될 법관들이 제2의 서정우가 아니기를 간절히 기대해 본다.
이 글은 12월 18일자 한겨레신문에도 실려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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