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문서 접근금지 비밀공화국④] 미국, 비밀해제 문서 `비공개’는 없다
비밀관련법 정비해야…비밀관리 외국에선 "최소 지정 최대 해제"
“9·11 관련 비밀 가운데 4분의 3은 비밀로 분류하지 말았어야 했다.”
미국 9·11 테러 진상조사위원회의 토머스 킨 위원장은 지난해 ‘9·11 테러 최종 보고서’를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보안을 위해 정부 부처 사이에서도 테러 관련 비밀들이 공유되지 않아 테러를 막지 못했다는 반성에서 나온 말이다.

9·11후 ‘비밀 생산’ 늘었지만
“과도할땐 국가안보 방해” 반성
비밀 지정때 이유 설명은 필수
‘대외비’ 안둬 생산책임성 높여
첩보기관 관리 한국말곤 드물어
비밀의 ‘과잉’은 미국도 예외가 아니다. 미 행정부가 지난해 생산한 비밀은 35만1150건으로, 2003년보다 11만316건이 많다. Ⅰ급 1만1435건(3%), Ⅱ급 25만8762건(74%), Ⅲ급 8만953건(23%)이다. 비밀보호 기간이 10년 이하인 것이 전체의 34%인 11만8648건, 10년~25년 이하가 23만2502건(66%)이다. 10년 이하 비밀 지정 건수는 1996년 이후 가장 낮다. 9·11 테러 이후 ‘비밀 관료주의’가 심해지며 비밀의 양은 물론 보호기간도 늘어나는 추세다.
그렇지만 미국이 생산·보유하는 방대한 비밀에 견줘볼 때 비밀 관리체계는 엄밀하면서도 한국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열려 있다. 비밀의 생산·관리·해제를 규정한 ‘대통령 행정명령 12958호’(2003년 13292호로 개정)는 비밀을 △군사계획 △첩보활동 △대량살상무기 정보 등 8개 범주에 따라 Ⅰ급·Ⅱ급·Ⅲ급의 3단계로 구분한다. 비밀등급 기준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자의적’ 비밀 분류는 엄격한 단서조항들 때문에 쉽지 않다.
비밀을 지정할 수 있는 사람은 2004년 현재 4007명. Ⅰ급 비밀 지정권자 958명, Ⅱ급 2911명, ┣급은 138명이다. 4월에야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9·11 테러 이후 신설된 국가정보국 국장이 Ⅰ급 비밀 지정권자로 새로 정해졌다. 비밀 지정권자들은 비밀 생산에 앞서 해당 정보가 공개됐을 때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이 미치는지 판단하고 설명해야 한다. 또 비밀로 분류한 정보가 기존 비밀과 어떻게 다른지도 밝혀야 한다. 동일한 비밀의 생산을 막기 위한 조처다. 특히 △정부의 잘못을 덮기 위한 비밀지정 △국가 안보와 상관없는 정보의 공개를 막기 위한 비밀지정 등은 철저히 금지된다. 한국에서 남발되는 ‘대외비’가 없는 것도 비밀 생산의 책임성을 높인다.
비밀 해제도 법률로 엄격하게 규정돼 있다. 비밀은 기본적으로 10년간 보호되며 ‘예외’ 조항에 따라 25년까지 연장할 수 있다. 그러나 알권리를 제한하는 과도한 보호기간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대통령령은 “비밀이 더 이상 비밀의 기준을 맞추지 못할 때 즉각 해제돼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해당 정보가 공개되면 공공의 이익이 더 클 경우에도 비밀을 해제해야 한다. 한국이 ‘공개할 수 있다’는 태도라면, 미국은 ‘공개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비밀을 다루고 있는 셈이다.
이런 차이는 비밀 공개 건수의 차이로 나타난다. 미국은 지난해 비밀해제를 검토한 비밀(5588만7222쪽)의 51%를 공개했다. 16개 기관이 모두 2841만3690쪽의 비밀을 해제했다. 중앙정보국도 185만1266쪽을 공개했다. 비밀문서의 제목이나 건수조차 공개하지 않고, 비밀에서 해제된 문서를 또다시 ‘비공개’로 옭아매는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자세이다.
비밀을 관리하는 기관도 한국과 다르다. 미국의 경우 비밀기록 관리는 정보보안감독국, 국가보안정책 업무는 국가안전보장회의·국무부·국토안보부가 맡는다. 이상민 국가기록원 전문위원은 “한국처럼 첩보기관(국가정보원)이 비밀, 보안 관련 업무를 맡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독일은 내무부, 벨기에·아일랜드·오스트리아·핀란드·스웨덴 등은 외무부가 맡는다. 프랑스는 국방부가 담당한다.
미국 의회는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비밀의 관리가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이뤄지는 것을 바로잡기 위해 ‘정부비밀개혁법’ 제정을 1999년부터 추진하고 있다. 기본권 제한을 행정부의 임의적 판단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한국도 대통령령인 ‘보안업무규정’으로 비밀 관리를 규정하고 있다. 반면 영국·프랑스·싱가포르 등은 공공비밀법에 따라 비밀을 관리한다.
이 전문위원은 “미국 등 외국의 비밀체계가 세밀한 부분까지 기준을 정해두고 있지만 비밀 생산기관이 스스로 보유한 비밀의 양이나 보호기간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미국은 비밀 지정의 적정성과 해제를 감독하는 제3의 기관(정보보안감독국)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잘못 지정된 비밀이 오히려 국가 안보를 해치는 만큼 한국도 법 제정과 함께 이런 기관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소 지정 최대 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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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마다 흔들 법 제정 필요 (홍석인 투명사회국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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