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관료-건설족 '비리 커넥션'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 불렀다
관료감시 :
2007/01/09 10:20
[참여연대-오마이뉴스 공동기획 ②] 업계 로비스트된 퇴직관료
정부 퇴직 관료들의 재취업 문제는 그동안 언론과 국정감사를 통해 꾸준히 지적돼 왔다. 하지만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에 대한 심층 분석이나 개선책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오마이뉴스>는 참여연대 투명사회팀과 함께 이들 퇴직관료의 재취업 실태를 5회에 걸쳐 집중 분석할 예정이다. 오늘은 그 두번째로 건설관료의 재취업 실태와 함께, 이들과 건설업계 간의 검은 유착관계를 파헤친다. <편집자 주> |
시간을 잠깐 지난 연말로 되돌려보자.
정부와 열린우리당 간의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2차 당정회의가 끝난 직후인 지난해 12월 22일 오후 과천 정부종합청사 건설교통부 기자실. 분양원가 공개방안 논의를 전제로 꾸려진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가 예정에 없던 브리핑을 열었다.
당시는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분양원가 공개 확대를 둘러싸고 첨예한 갈등을 빚던 시기로 자연스럽게 위원회의 '입장'에 이목이 집중되던 때였다. 브리핑은 짧게 끝났다.
"기업의 영업활동을 지나치게 제약할 수 있어 민간택지에 대한 원가공개 의무화는 부적절하다"는 게 브리핑의 요지였다.
이에 앞서 민간위원 자격으로 위원회에 참여한 4명이 "정부에 들러리서기 싫다"며 전격적으로 사퇴를 한 터, 이 같은 상황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그래도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충격이 컸다. 이 소식을 접한 이미경 당 부동산대책특위 위원장의 입에선 "저게 분양가제도개선위원회야? 아니면 분양가제도개선반대위원회야?"란 말이 튀어나왔다.
위원회를 사퇴한 이들에 따르면 15명의 민간위원 가운데 가장 강력하게 원가공개를 반대하고 나선 이는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이다.
그는 민간택지 민간아파트 뿐만 아니라 공공택지 민간아파트, 공공택지 공공아파트에서도 원가공개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은 건교부 부이사관을 거쳐 2002년부터 대한주택건설협회에 재직 중이다.
이 외에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소속 민간위원 2명도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반대 입장을 보였다. 이들이 속한 두 연구원은 각각 최재덕 전 건교부 차관과 정락형 전 중앙토지수용위 상임위원이 원장으로 있다.
분양가제도개선위의 사례는 퇴직 후 건설관련 단체로 자리를 옮긴 관료들이 국민보다는 건설업계의 이해를 더 강하게 반영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건교부 퇴직관료 10명중 4명 건설업체 등 재취업

<오마이뉴스>가 참여연대와 함께
건설관련 단체 및 산하기관에는 대한건설협회, 한국주택협회, 대한주택건설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대한건축사협회, 대한건설공제조합, 한국건설감리협회, 한국건설기술연합회,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한주택보증, 한국감정원,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행정도시건설청,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주택산업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등이 있다.
지난 5년간 이곳에 취업한 건교부 출신 관료는 모두 31명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건설관련 단체 및 협회는 건설회사 등 영리 기업체의 공동이익을 추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곳이다. 그들은 이 단체에서 이사장, 상근부회장, 감사, 상임이사 자리를 하나씩 꿰차고 앉는다.
이 가운데 대한건설협회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대한건설협회는 업계 제일의 이익단체로 지난해 말 기준으로 토건, 토목, 건축업을 포함해 총 6823개 회원사를 보유하고 있다.
역사도 깊다. 1945년 10월 임의단체로 조선토건협회가 발족한 뒤 1962년 2월 대한건설협회로 이름이 바뀌었다. 최종수 전 건교부 건설경제심의관이 상근부회장으로 있으며, 허기석 전 원주지방국토관리청 건설관리실장이 이사대우로 재직중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도 만만치 않다. 대한주택건설협회는 7000여 중소주택업체들의 모임으로 회원수로만 따지면 건설협회보다 규모가 크다. 이 협회는 전국 13개 시·도회를 두고 있으며 무엇보다 회원의 권익 대변에 앞장서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중요한 정책 결정을 할 때마다 사사건건 목소리를 높인다. 최근 전사회적 관심사로 대두된 분양원가 공개 확대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전 건교부 부이사관인 김홍배씨가 상근 부회장을 맡고 있다.
또 건설사들로부터 돈을 모아 서로 보증을 서주는 일종의 보험기관인 건설공제조합은 박동화 전 건교부 차관보가 이사장으로 있으며 박찬범 전 건교부 감사담당관, 최영철 전 기술안전국장이 각각 직업전문학교 원장,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건설공제조합과 함께 3대 건설관련 조합인 전문건설공제조합과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은 각각 김일중 전 차관보와 이찬재 전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상임위원이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밖에 한국주택협회, 대한전문건설협회, 한국건설감리협회는 각각 윤오수 전 국토정책국장, 최정기 전 건설경제과장, 김영복 전 국토정책과 부이사관이 부회장으로 재직 중이다.
이번 건설관료 재취업 현황을 밀착 조사한 변금선 참여연대 투명사회팀 간사는 "일부는 퇴직한 지 열흘 만에 건설단체의 이사로 변신하고 심지어는 퇴직일과 재취업일이 일치하는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김헌동 본부장 "퇴직관료 입김에 정책후퇴"
이들은 '간혹' 찾아오는 위기도 여유롭게 대처한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운동본부장이 털어놓은 경험담은 이들의 '위기관리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난 2005년 2월 김 본부장은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기획단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당시 기획단이 최저가낙찰제(공공아파트 시공사 선정시 가장 싼 공사가격을 내놓는 업체에 공사를 맞기는 것)의 확대도입을 검토하겠다고 해서 그는 한달음에 달려갔다. 그곳에서 최저가낙찰제의 취지와 도입 필요성을 역설하며 당시 중앙부처에서 파견된 모 국장에게서 20여 차례 확대도입을 다짐하는 약속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후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당시 약속이 고스란히 뒤집어진 것. 그로부터 이틀 뒤 기획단 주최의 한 모임에 갔더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당시 모임에는 기획단 부단장과 건설협회와 건설공제조합, 서울보증, 설계협회, 건설단체총연합회 등 건설단체 인사들이 나타나 이틀 전과는 전혀 다른 말을 쏟아냈다.
결국 최저가낙찰제 확대도입은 업계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그날 모인 단체와 협회에는 건교부 출신 관료가 대다수 끼어 있었다.
김헌동 본부장은 "이 사례를 보면 우리 정부 관료들이 얼마나 건설업계의 '포로'가 돼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며 "이 같은 건설관료와 건설업계간의 비리 커넥션이 사실상 망국적 '부동산 공화국'을 불렀다"고 꼬집었다.
건설업계로 들어간 건교부 출신 관료들의 입김은 정부의 지난 11·15 부동산 대책에도 반영됐다. 당시 정부는 분양가 인하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정작 분양원가 공개 확대는 뒤로 미룬 채 '신도시 조기 개발', '환경영향평가 절차 생략', '기반시설부담금제도 개선' 등 건설업계의 오랜 민원사항을 해결해줬다.
변금선 참여연대 간사는 "고위 건설관료들은 퇴직 후 일자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라도 건설업계의 이익을 대변할 수밖에 없다"며 "나아가 퇴직 이후에도 해당 협회에 취업해 정부부처에 부적절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고 말했다.
건교부 관료 정부부처 중 뇌물수수 징계 1위

이처럼 건교부 출신 퇴직자들은 건설업계와 정부를 이어주는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자연스럽게 이 같은 커넥션에는 비리가 싹트게 마련이다.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건교위)이 지난해 건설교통부 국정감사에 앞서 2003~2005년 사이 정부 중앙부처 가운데 뇌물수수 등 비리로 인해 징계를 받은 공무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건교부가 40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이들 40명 가운데 정직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람은 12명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징계 대상자들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는커녕 이를 스스로 묵과해 주는 건교부의 '내 식구 챙기기'가 도덕적 해이를 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건교부를 중심으로 한 정부부처 관료들은 그동안 국민 전체보다는 건설업계의 목소리에 더 귀를 쫑긋 세운 셈이다.
그리고 이는 건교부 고위관리들의 퇴직 후의 행로로 이어졌다. 오죽했으면 박승환 한나라당 의원은 추병직 전 건교부장관이 섣부른 신도시 계획 발언으로 퇴진 압력을 받자 "추 장관은 역대 건교부 장관 중 최장수 장관인 만큼 퇴직 후 어디든 갈 수 있으니 지금 사퇴한다고 해도 호상(好喪)"이라고 비꼬았을 정도다.
건설관련 단체 및 협회가 건교부 퇴직관료를 영입하는 이유는 이들을 통해 건설사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국정감사에서 꾸준히 퇴직관료의 재취업을 문제 삼아 온 정성호 열린우리당 의원(건교위)은 "건교부 산하기관들이 '감독기관에 대한 방패막이'나 '입법로비스트' 역할을 하면서 낙하산 인사 관행을 근절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공직자윤리법 있으나마나... '경력세탁'뒤 업계로
물론 이 같은 관행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행정자치부의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재산등록대상 공직자는 퇴직 후 일정규모 이상의 유관기업에 3년 이내 취업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자윤리위원회는 법 적용 시 '협회' 는 직접적 업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퇴직관료가 협회에 재취업하는 것을 제한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퇴임 후 직무 관련 기업으로 직행하지 않고 산하기관이나 단체를 통해 '경력 세탁'을 하고 난 뒤 사기업으로 옮겨 간다. 이번 조사결과 취업제한 대상인 퇴직관료 가운데 협회에서 취업이 제한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까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집값을 못 잡는 것이 아니라 안 잡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건교부 소속은 아니지만 박병원 재경부 차관이 최근 '부동산 거품이 없다'고 발언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헌동 본부장은 "이들 관료들이 몇 년 동안 수억 원을 집값 상승으로 쉽게 벌었는데 이들이 집값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정책을 집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건교부 1급 이상 고위 관료 9명 가운데 대부분은 이른바 '강남 4구'(서울 강남·서초·송파구, 성남 분당구)와 서울 목동, 과천시에 살고 있다. 이곳은 참여정부 이후 부동산값 폭등의 최대 수혜지역이다.
물론 건교부의 모든 퇴직 관료들이 자신의 정책적 소신과 별개로 업계 이해관계에 의해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또 퇴직 관료의 재취업은 헌법상 보장된 '직업 선택의 자유'에 해당하며 전문적이고 능력있는 인재를 활용한다는 측면에서도 이들의 경제활동은 장려돼야 한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들이 건설업계와 끈끈한 유착관계로 묶여 있다는 사실이다.
변금선 참여연대 간사는 "관료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공직윤리 제도의 확충뿐만 아니라 관료 스스로도 자정하려는 노력을 할 때 확보될 수 있다"며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후 취업제한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관료 스스로도 업무수행의 공정성을 침해할만한 업체로 취업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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