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 프런티어> ② 김창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참여연대는 세계일보, 국가기록원, 한국국가기록연구원과 함께 ‘정보를 시민에게’라는 정보주권 찾기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정보공개 개척자(프런티어)를 찾아 그들의 생각을 소개하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실태를 보도합니다. 이번은 그 두번째 시간으로 의료분야의 '정보공개 전도사'로 불리는 김창엽 원장(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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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 분야만큼 정보 흐름이 꽉 막힌 곳이 있을까. 환자는 병의 증상과 원인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어렵고 의사의 처방전도 도무지 해독할 수 없는 암호 같다. 의료·건강에 관한 전문지식의 문턱은 높기만 하다. 이 때문에 환자와 의사 간 의사소통도 일방으로 흐르기 일쑤다. 환자는 스스로 병을 앓으면서 병에 관한 정보에서는 ‘이방인’인 셈이다.

김창엽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원장은 이처럼 정보의 비대칭이 극심한 의료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정보공개 전도사’로 불린다. 그는 “환자와 의사, 약사 간 ‘정보 격차의 벽’을 허물어야 국민건강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다”고 말한다. 김 원장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항생제 처방률, 제왕절개 분만율과 같은 의료정보를 전격 공개해 의료서비스를 변화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냈다. 실제로 그는 지난 7월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혁신토론회에서 ‘정보공개가 의료서비스를 바꾼다’는 주제로 최우수 혁신 사례를 발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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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보도팀은 지난달 9일 국가기록원과 국가기록연구원, 참여연대와 함께 월례회의를 열어 ‘아무 이견 없이’ 김 원장을 ‘정보공개 프런티어 2호’로 뽑았다. 인터뷰는 지난달 15일 오후 서초동 심평원 사무실에서 2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심평원의 정보공개는 의료세상을 바꿨다고도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심평원은 2년 전부터 개별 병·의원의 항생제 처방률, 제왕절개 분만율과 같은 평가정보를 공개했다. 그 결과 항생제 처방률은 공개 전 63.8%에서 51.4%로 12.4%포인트나 줄었다. 이 때문에 연간 220억원의 의료비가 절감됐고 950만명이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효과를 냈다. 제왕절개 분만율도 37.7%에서 34.6%로 3.1%포인트 줄어 산모 1만3600명이 자연분만으로 전환하는 개가를 올렸다. 정보공개가 세균 내성률 세계 최고, 제왕절개 분만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중 1위와 같은 ‘최고’ 기록에서 나타나는 의료관행을 바꾼 셈이다.

의료계 안팎에서 저항과 반발이 극심해 정보공개가 결코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의료계에서는 ‘평가 결과를 믿을 수 없다’ ‘내가 진료하는데 웬 간섭이냐’며 정보공개를 반대했습니다. 기존 진료에 부작용을 초래하고 의료기관별 부익부빈익빈을 초래해 결국 환자도 병원도 모두 손해를 본다는 논리였지요. 내부에서는 업무 부담을 늘린다는 불만이 나왔지요. 심평원에는 의사도 있는데 ‘의료계와 긴장관계를 가질 필요가 있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됐습니다. 이들이 나중에 왕따가 될 것을 걱정하기도 했지요”

어떻게 난국을 타개했을까?

“정확도와 신뢰도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누구나 공감하고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는 지표로 평가하고, 결과 공표도 부작용이 가장 작은 방식으로 했습니다. 1등에서 100등까지 줄을 세우는 대신 질병 종류에 따라서 등급을 주는 방법을 선택했지요.”

김 원장은 외부저항에 대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무기로 리더십을 발휘한 결과 정부 경영실적 평가 2위와 보건복지부 장관 평가 1위라는 평가를 받았다.

김 원장은 요즈음 한층 업그레이드한 정보공개 혁신에 공들이고 있다고 한다. 의료정보에 ‘부가가치’를 더하고 ‘지식’을 넣어 국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심평원에는 건강보험을 통해 진료를 받은 기록이 모두 들어옵니다. 국민이 이 자료를 유용하게 쓸 수 있고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게 가공해서 사용자 친화적인 정보를 제공할 생각입니다. 환자가 요청할 때 어디 병원에서 어떤 검사, 어떤 약을 처방받았는지 알려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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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요청을 하면 인터넷 공간에서 자신의 진료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이 자료는 프린트해서 주치의에게 보여주고 진료정보로 활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 원장은 당장 내년부터 시범서비스에 나설 작정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다.

“정보보다 한 단계 위가 지식인데, 지식이 붙어야 정보의 부가가치가 살아납니다. 예컨대 (자신의 진료정보에) 고혈압 단어를 클릭하면 설명이 나오고 관련 약을 클릭하면 어떤 효과가 있고 부작용은 뭔지를 알려주는 겁니다. 이게 지식을 붙이는 2단계이지요. 3단계는 그것을 가공해서 환자들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사이버건강 도우미’ 역할을 하는 겁니다. 아마도 기술적인 문제는 2년 정도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지식을 어떻게 가미하느냐가 중요한데, 수백억원을 투자해야 하고 인력도 많이 필요합니다.”

김 원장은 단순 정보공개를 넘어 맞춤식 정보로 가공해 원소유자인 국민에게 돌려주는 정보공개의 ‘최전선’으로 나아가고 있는 셈이다.

의료 평가는 세계적인 큰 흐름이라고 그는 진단했다. “미국에는 공공조직과 민간조직, 민간보험 등 많은 평가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정부는 평가비용이나 연구비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평가를 촉진하는 정책을 쓰고 있지요. 영국도 2000년 이후 기관별로 평가하는 게 큰 흐름이죠. 미국이든 영국이든 공통된 목표는 정보를 제공해서 국민이 더 많이 알고 의료를 선택하고, 이러한 압력으로 병원들도 더 많은 노력을 하도록 하는 겁니다.”

김 원장은 (정보공개) 속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공무원이나 의료인이 이 흐름을 거스를 수는 없다고 말한다. 물론 국민이 스스로 똑똑해야 한다는 점도 빠트리지 않았다. (의료정보를) 읽어도 해독하지 못하는 건강문맹(health illiteracy)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세상에 공짜는 없죠. 우리 국민은 건강에 신경을 많이 쓰지만 정보에 대해서는 무심한 거 같습니다. 사용자의 해독 능력이 커져야 합니다. 보약 사먹으면서 자신의 병력에 대해 너무 무심하죠.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지식을 담은 (진료)정보를 제공해 봤자 소용이 없습니다. 물론 의약적인 사실을 혼자서 판단하기는 무리죠. 좋은 주치의를 만나 꾸준히 좋은 관계를 맺는 게 좋습니다.”

김원장은 (정보공개에 관해) ‘진보적 성향 아닌가’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나는 가만히 중간에 있는데 다른 사람이 다들 오른쪽으로 가더니 나더러 왼쪽에 있다고 하는 것 아닌가요. 건강은 기본적 권리입니다. 경제적 부담능력이나 소득의 차이에도 인권 차원에서 기본적으로 보장돼야 하는 게 건강에 대한 권리입니다. 가난하다는 이유로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부당한 것입니다. 돈이 없어 치료를 잘못받고, 수명이 짧아지는 건 인권문제죠.”



[정보공개 시민이 간다]마사회 살펴보니마필산업계획 공개 안해

운영 지침 ‘있으나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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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홈페이지 사업 소개란에 주요 사업으로 기재된 ‘마필산업 육성대책 및 세부추진계획’, ‘농촌복지차량 지원사업’ 보고서 및 정책정보를 찾아보려고 했다.

마필산업계획은 2005년부터 입안해 2006년 5월 농림부에 보고를 마친 상태라고 명시돼 있어 관련 정보를 찾기 위해 정보공개 문서 목록란에 들어가봤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결과를 얻을 수 없었다.

담당자에게 “문서목록 검색기능이 너무 부실해 목록을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담당자는 “다른 사람들이 가공할 여지가 있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목록을 공개했다는 생색만 내고 이용자 편의는 안중에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공개 대상정보 세부기준도 모호하기 짝이 없었다. 의사결정과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정보의 세부 기준으로 ▲업무추진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이유가 있는 정보 ▲토론 내용이 공개될 경우 자유로운 의사표현이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제한할 우려가 있는 정보로 지극히 모호하게 규정돼 있었다.

‘시행하기로 결정된 문서를 원문 형태로 게재하도록 해야 한다’는 한국마사회 정보공개 운영지침(제10조)에도 불구하고 마필산업계획에 대한 그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담당자는 “사업보고서와 정책정보를 일일이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 대신 “농림부나 사업전략팀에 직접 문의해 보라”고 말했다. 참으로 답답했다.

공공기관이 추진하는 사업과 그 정보는 결코 해당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다. 시민이 낸 세금이 투입된 만큼 궁극적으로 시민의 것이며, 시민들은 사업 과정과 결과에 관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시민이야말로 궁극적인 정보 주권자다.

그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던 점은 업무추진비 집행내역을 아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마사회는 일자별로 집행 내역, 건수, 금액을 세부적으로 공개하고 있었다.

담당자로부터 “비공개 세부기준은 현재 보완된 세부기준(안)이 결재 중이니 곧 보완된 비공개 세부기준을 공개해 시행할 것이며, 문서목록 검색기능과 관련해선 IT사업팀과 논의해 보완하겠다”는 대답을 받을 수 있었다.

정보공개에 대한 법과 지침은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제도가 완성된 것은 아니다. 시민들의 관심과 활발한 이용, 참여가 따를 때에만 제도가 완성될 수 있다.

〈참여:윤여진 한국국가기록연구원 연구회원(충남대 기록보존학협동과정 3학기)〉

세계일보 정보공개 공공보도팀
2007/12/10 16:22 2007/12/10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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