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에서 위원회 통폐합 및 폐지가 봇물처럼 터지고 있지만 위원회의 성격 및 법률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추진하고 있어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4월 16일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소관 위원회 중 74%를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감사원도 이런 움직임에 박자를 맞추듯 정부 산하 위원회 446곳을 감사한 결과 업무 중복과 예산·행정력 낭비가 심각하다고 발표 했다.

정부 산하 위원회가 문제점이 있다면 감사원 감사결과처럼 예산절감 차원에서라도 대폭 정리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일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를 정비할 때에도 관련 법률과 성격 등을 면밀히 검토해야만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정부의 움직임은 ‘묻지 마’ 정비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행안부가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는 국가기록관리위원회와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이다.

두위원회를 폐지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문제점을 해결해야 하지만 행안부에서는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두 위원회를 통·폐합 하기 위해서는 두위원회의 근거 법률인 공공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기록물관리법), 대통령기록물관리에관한법률(대통령기록물법)을 개정해야 한다.

하지만 위 두 법안은 각각 2006년 10월, 2007년 4월에 행안부가 주도가 되어서 입법한 법안이다. 하나의 법안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데 수많은 비용이 유발된다는 점에서, 불과 시행 1-2년 된 법안을 다시 손질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 면밀히 고민해 보아야 한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안은 변화 되어야 하지만 불과 1-2년 만에 변화되는 법안을 누가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게다가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는 대통령기록의 전문성과 독립적 관리를 위해 구성된 위원회로 현재까지 구성조차 되지 못했는데 통폐합 대상이 된 기구한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

다음으로는 두 위원회의 위상문제이다. 행안부는 두 위원회를 통폐합 해 국무총리 산하에서 행안부 산하로 격하시키겠다고 발표했다. 국가기록관리위원회는 기록물관리 표준의 제정·개정 및 폐지 ▲대통령 기록물의 관리 ▲비공개 기록물의 공개 및 이관시기 연장 승인 등을 다루고 있는 위원회이다.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는 국가기록관리위원회의 ‘대통령 기록물 관리’에 대한 권한을 위임을 받은 독립된 특별위원회이다. 이들 기관에 참가하는 구성원도 ‘국회사무총장·법원행정처장·헌법재판소사무처장 및 중앙선거관리위원회사무총장이 추천하는 소속 공무원’이 참가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기관을 행안부 산하로 격하 시키면 국가기록관리위원회가 아니라 정부기록관리위원회가 될 뿐만 아니라 다른 헌법 기관들의 참가도 불가능하게 된다. 더욱 큰 문제는 대통령기록관리위원회의 가장 핵심적인 기능인 대통령기록물의 관리에 관한 기본정책 및 대통령기록물의 폐기 및 이관시기 연장의 승인 등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또한 대통령이라는 헌법기관의 기록을 행안부 산하 위원회에서 관리감독 하는 것이 행정체계상 맞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두 위원회를 총리 산하가 아니라 대통령산하로 격상시키는 것이 더욱 합리적일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렇듯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 우려스러운 것은 충분한 고민과 검토 없이 불도저식 정책들이 너무나 많다는 점이다. 불도저식 방식이 당장 정책 실현에는 성공 할지 모르나 국민들에게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정부 정책은 최소한 향후 20-30년을 고민하는 정책이 되어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장기적인 정책을 세우고 집행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준비를 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2008년 5월 7일
전진한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실행위원

2008/05/07 11:24 2008/05/07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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