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국방부는 F-X 추진에 앞서 의혹부터 해명해야
예산감시 :
2002/03/27 19:02
여론에 귀막은 국방부, F-X 기종결정 강행 반대
1. 국방부가 F-X 기종결정을 서두르고 있다. 국방부 주변의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25일 각 분야별 평가를 담당하는 4개 기관 46명이 일체의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합숙에 들어가 분야별 평가를 취합하고 있으며 27일-28일 중 그 결과를 1단계 평가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2. 시민사회단체들은 지난 25일 국방부장관이 주최하는 형식으로 진행된 국방정책설명회 자리를 통해, 특정기종 선정 외압 의혹·평가기준 작성의 투명성과 공정성 시비·국민적 합의 부족 등을 이유로 F-X 기종선정을 잠정 중단하고 외부감사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국방장관에게 촉구하였다. 그러나 국방부는 모든 과정이 유례 없이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답변을 반복하는 것으로 이러한 제안에 대한 답을 대신하였다.
국방장관은 또 기종결정이 끝나고 나면 선정경위와 근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하면서도 평가의 근거가 된 평가자료나 평가결과를 공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답변하여 최소한의 사후적 투명성을 확보할 계획을 밝혀 달라는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서도 충분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국방부 측의 거부 이유는 "국내 외에 유사한 사례가 없고 각 나라 기밀에 속하는 사항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3. 결과적으로 시민단체가 요구한 외압의혹 진상규명이나 기종결정 투명성 보장은 보기좋게 거절되고 말았다. 국민의 의혹에 답하지 않은 채 "일을 투명하고 공정하게 추진하려는 군의 의지를 믿고 밀어달라"는 국방부 장관의 마지막 당부는 공허하기 짝이 없다. 조대령이 제기한 외압의혹은 제대로 조사조차 되지 않았다.
F-X기종결정 관련 공군 측 평가를 책임지고 있던 김00대령은 군기밀누설 혐의로 통상적인 수사제한 기간인 10일을 훨씬 초과한 기간 동안 구금되어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기무사는 그의 혐의를 아직 못 찾아냈다고 한다. 어제 한 일간지는 공군이 평가하기로 되어 있던 군운용적합성 영역에서 F-15K(미)가 라팔(프)보다 3%나 앞섰다고 보도하였다. 이 분야는 선두를 다투고 있는 두 기종이 대등하리라고 예상되었던 분야여서 이 기사가 사실이라면 두고두고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4. 이 점에서 평가의 근거와 기준들을 상세히 공개할 수 없다는 국방부의 방침 역시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평가기준의 변별력이 최소화되도록 평가기준이 조작되고 있다는 의혹이 이미 제기되었고 심지어 그 평가기준을 적용하는 과정에서도 유무형의 압력이 있다는 문제제기가 대두된 마당에, 이러한 답변은 무책임한 것이다. 탈락한 기종의 성능자료를 공개해서 발생할 외교적 문제만큼이나 불투명한 평가과정에서 오는 외교적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이미 프랑스 등은 F-X사업의 편파성 문제를 외교쟁점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군사기밀'이 전가의 보도일 수는 없다. 군사기밀 유출을 최소화하고서도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는 정보공개의 방법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국방부가 일단 일정 강행 후 일련의 요식적인 홍보활동을 통해서 사태를 진정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이는 심각한 판단착오임을 분명히 지적해 둔다.
5. 국방부는 초강수로 돌파하고자 하고 있으나 의혹은 눈덩어리처럼 커져만 가고 있다. 누차 지적하거니와 '적기(適期)도입'이니 '일정연기에 따른 신인도 추락'이니 하는 논거들을 내세울 계제가 아니다. 국민세금 4조원을 지출하는데는 그에 걸맞는 절차와 합의가 필요한 법이며, 의혹 속의 무리한 일정 강행이 더 큰 신인도의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아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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