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호한 선물 금지조항, '주식로비' 규제방안 부재등 선진국 기준에 비추어 턱없이 미흡



1. 정부는 25일 지난 7월 부패방지위원회가 권고한 윤리강령안보다 대폭 후퇴된 내용의 공직자행동강령을 입법 예고했다. 정부의 이번 예고 안은 그 동안 유명무실하게 운영되었던 공무원 행동강령을 OECD국가 수준으로 끌어올려 신뢰받는 공직사회를 세우겠다는 그 동안의 주장이 또 다시 공염불로 끝나버렸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기억될 것이다.

2. 이번 정부 입법 예고 안의 가장 큰 문제는 부패공직자의 '면죄부'로 사용되어온 선물(일명 떡값)수수"에 대한 규제가 미흡하다는 점이다. 현행 안은 '직무관련자'로부터는 일체의 선물과 향응의 수수를 금지하고 있다. 문제는 직무관련자 개념이 지극히 모호하다는 점이다. 행동강령이 실질적인 행위준칙이 되기 위해서는 직무관련자를 아주 상세하게 적시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현행 안은 이를 추상적으로 규정해 놓아 결국 조항자체가 사문화 될 우려가 있다. 이는 이해관계자를 '인허가 및 계약 당사자. 보조금 수령자 '등으로 세분화시켜 놓은 일본과 대비된다.

오히려 '이해관계가 없는 자'일지라도 5만원 이상의 금품 수수를 금지했던 부방위 원안을 삭제함으로써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한 금품수수를 허용해주는 면죄부만 주어 버린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이를 규제하면 부모로부터 금전을 수수하는 경우까지 징계'해야 하는 사태가 발생한다고 말하고 있으나 그렇다면 미국의 연방윤리규범처럼 친척의 경우만을 배제하면 되는 것이지 이처럼 전면적으로 허용할 일은 아닌 것이다.

금지되는 선물을 '유가증권의 수수와 이에 준하는 것'으로 규정함으로써 경제적으로 유리한 기회(예컨데 주식에서 신주인수권부 사채를 인수할 권리 등)를 부여하거나 채무의 유예 등과 같은 경제적 이익 등이 이에 포함되는 것인지 자체가 불명료해졌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은 운용과정에서 구체화하면 된다고 변명하고 있으나 이는 구체성을 담보하기 위해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만들어야 한다던 그간의 정부설명에 비추어 그 설득력이 떨어진다.

3. '10대 준수사항'에 포함되어 있던 경조사나 경·조의금에 대한 규제가 대폭 완화된 것도 문제이다. 오히려 부조금을 건네기 위해 고위공직자의 결혼식장에 앞다투어 달려가고 이를 기회 삼아 부정한 돈을 건네는 낡은 관행이 아예 합법적으로 인정되었다. 사전 승인대상에서 사후신고로 후퇴한 '부업'의 경우 과연 사후신고 제도만으로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부업을 규제할 수 있을지 실효성이 의심된다.

위법·부당한 지시에 대한 항변권 신설은 긍정적이나 이를 원안과 달리 임의적으로 행사하도록 것 또한 문제이다. 한편 이번 안에는 '주식로비'에 대한 대책이 빠져 있어 앞으로 '벤쳐비리'에 대한 대책으로도 미흡한 점이 많다.

4. 결론적으로 이번 정부의 안은 애당초 미흡했던 부패방지위원회의 안을 더 후퇴시켜 놓아 윤리강령으로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그동안 권력형 부정부패가 발생할 때마다 국민에게 재발방지를 약속하며 "윤리강령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말해왔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지키지 못할 비현실적 내용보다는 실현가능한 윤리기준을 만들겠다"고 발뺌한다. 정부는 단순히 '면피용'으로 윤리강령을 제정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현재의 안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이런 안으로 부정부패 청산은 물론이고 경쟁력있는 공직사회도 만들 수 없다는 것은 불문가지이다
최한수


2002/11/26 14:39 2002/11/2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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