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후보자의 출신 직역 안배가 ‘대법관 구성 다양화’의 의미가 아니다

사회적 다양성에 턱없이 못미치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수준, 더 높여야

고법상고부 설치를 감안하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더욱 필요해



대법원이 어제(17일) 5월 23일부터 29일까지 대법관제청대상 후보자를 추천받는다는 계획을 공고하였다. 이로써 7월에 교체될 대법관 5명의 후임자를 인선하기위한 대법관 임명제청 절차가 본격화되었으며, 대법원장이 어떤 인물을 후보자로 대통령에게 제청할지에 대해 사회적으로 본격적인 논의가 촉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언론보도를 중심으로 알려지고 있는 바로는, 대법원이 대통령에게 제청할 대법관 후보자를 정하는데 있어 유력한 기준으로 검토되고 있는 것이 대법관 후보자의 출신 직역 분배, 즉 ‘대법관 후보자 출신직역 다양화’라고 한다. 이같은 방침에 따라 재조법관, 현직 고위검사, 학자, 재야변호사라는 직역에 따라 각각 1~2명을 배정하는 방식으로 후보자를 압축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같은 후보자 선정방침은 지금까지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를 요청해온 시민사회의 요청을 심각하게 잘못 해석한 것으로,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이러한 잘못된 대법관 후보자 선정방침이 자칫 몇 년 전부터 나타난 대법관 구성의 개혁 흐름을 무위로 돌려버릴 수 있음을 우려한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보아 올해 대법관 인선에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원칙들을 분명히 제시할 필요성을 느끼며, 아래와 같이 대법관 후보자 임명제청 기준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바이다. 그리고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들과 대법관제청자문위원들에게도 전달할 것이다.

첫째, 최근 몇 년 새 이루어졌던 대법관 인선의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참여연대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기치로 지난 2003년 바람직한 대법관 후보 시민추천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금까지 대법관 후보 지명자에 대한 인사의견을 제시하거나 실제 대법관 후보를 추천해왔고, 지난 수 년간 독자적으로 혹은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하여 대법원 개혁의 주요 원칙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였다.

참여연대를 비롯한 이같은 시민사회의 요청은 그동안 김영란 대법관과 전효숙 헌법재판관 등 여성 법조인의 임명과, 박시환 대법관, 김지형 대법관의 임명 등 기존 대법관, 헌법재판관 인선 관행을 벗어난 최고위 법관 임명으로 이어졌으며, 이는 대법원장을 비롯한 사법부가 시민사회의 요청을 일부분이나마 수용한 것으로 긍정적 현상으로 평가되었다.



하지만 최근 대법원은 이런 긍정적 변화의 도상에서 벗어나 ‘대법관 후보자 출신직역 다양화’를 중심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인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대법원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사회적 요청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둘째, 시민사회가 요청해온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의 의미는 ‘대법관 성향의 다양화와 균형’이다.



시민사회가 요청해온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대법원이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개방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최고 사법기구로서의 지위를 찾아야 한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압축해서 말하자면 ‘대법관 성향의 다양화와 균형’을 의미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이미 2003년 대법관 시민추천위원회를 통해 바람직한 대법관 인선 기준을 발표하면서, ‘이념적 다양성 확보’와 사회적 가치의 다양성 반영을 대법관 인선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다. 참여연대는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념적 분포도는 예전에 비해 훨씬 다양해졌으며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인식하고 “이러한 사회적 변화를 반영, 진보적 견해를 갖는 대법관이 임명돼 보수일변도의 대법원ㆍ헌법재판소 판결의 불균형이 시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아울러 사회적 다양성 반영의 차원에서 “우리 사회는 대단히 복합적이고 다원화되어 가고 있는 바, 이러한 우리 사회의 규범적 통합을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가치가 반영될 수 있는 대법원 구성이 절실하다”고 지적해왔다.

한마디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은 다원화된 우리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대법원 구성을 뜻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이 시대가 우리 대법원에 요구하는 도도한 개혁의 방향인 것이다.

이는 사법개혁위원회가 2004년 12월 대법원장에게 제출한 건의문에서도 강조된다. 즉 사법개혁위원회는 “대법원은 최고 사법기관으로서, 법률심으로서의 성격을 더욱 강화하고 사회의 다양한 가치관을 충분히 반영할 수 있어야하며, 이를 위하여 대법관의 구성은 경력, 성별, 가치관 등 여러 측면에서 보다 다양화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셋째, 이른바 ‘대법관 출신직역의 다양화’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다.

참여연대도 그동안 법원외부의 인사 충원 등 ‘충원구조의 다양화’를 대법관 인선의 기준으로 지적한 바 있다. 예를 들어 참여연대가 구성한 2003년 대법관후보 시민추천위원회에서도 바람직한 대법관 인선의 기준으로 ‘충원 구조의 다원화’를 제시하며 “법원내부의 인사들뿐 아니라 학계와 기타 직역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은 인사들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같은 충원구조의 다양화 또는 인사의 개방성은, 앞서 말한 사회적 차원의 이념적 다양성과 가치관의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한 수단의 의미이지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은 아니다. 즉 대법관후보 시민추천위원회는 “현재 대법원ㆍ헌법재판소는 거의 예외 없이 법원내부의 인사들로 구성돼 있으며 철저한 내부 서열에 따라 구성원 충원이 이루어져 왔고, 이 결과, 양 기관은 시대상황의 변화에 따른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와 이념적 가치들을 거의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잘못된 현실을 지적하고 그것을 치유하기 위하여 “법원 내부의 인사들 뿐 아니라 학계와 기타 직역에서 충분한 검증을 받은 인사들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이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함에 있어 출신직역 안배 그 자체를 중심으로 판단할 뿐, 그 검토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 사회의 다양한 가치를 반영할 수 있는 인물로서 대법원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민사회의 요청에 부합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지 않는다면, 이는 지난 몇 년 사이에 나타나기 시작한 대법원 개혁의 흐름을 무너뜨리는 것이나 다름없다.

다양한 출신배경을 가진 이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더라도 만약 그들의 성향이나 가치관, 그리고 법률해석태도 등이 기존 대법관들과 대동소이하다면 이는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통한 대법원 개혁과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오히려 지금까지의 대법원 개혁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다. 출신직역 중심의 대법관 인선은 수단과 목표를 혼동함으로써 왜곡된 결과를 야기할 위험이 적지 않게 된다.

넷째, 인물의 적격성을 따지기보다 ‘검찰몫 배정’ 방식으로 고위검사를 임명하는 것은 대법원의 역할과 위상에 부합하지 않는다.

참여연대는 현직 고위급 검사 등 고위 검찰출신 인사를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고위급 검사 개개인의 면면에서 특별한 흠결을 찾기 어려운 인물이 지명될 수도 있다고 본다. 하지만 전체 대법관 중 검사 출신 1인이라는 식으로 검사 직역 자체에 자동적으로 대법관 자리 하나가 할당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은 검찰의 기소행위나 기소내용과 관련하여 사법적 판단을 내릴 뿐만 아니라 검찰이라는 국가기관의 각종 처분, 예를 들어 피의자인권과 관련된 처분 등에 대한 민형사상, 그리고 헌법상 책임 여부를 판가름해야 하는 자리이다. 이러한 대법관 또는 헌법재판관으로 검찰조직에 몸담고 있는 현직 고위 검사나 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고위 검사출신을 임명하는 것은 최고사법기구로서의 대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위상에 걸맞지 않다.

다섯째,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 수준은 여전히 낮으며, 2007년 예정된 고법상고부 설치를 보았을 때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는 더욱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대법원의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수준은 사회적 다양성 수준에 비춰 턱없이 낮다. 최근 있었던 대법관 임명제청 과정에서 과거의 대법관과는 조금 다른 성향과 가치관을 가진 인사들이 대법관으로 임명되기는 했지만, 대법원의 전체적인 구성을 볼 때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게다가 대법원과 정부 등이 협의하여 국회에 제출한 관련 법률안에 의할 경우 2007년부터 고등법원 상고부가 설치될 것임을 감안하면, 대법관 인선의 기준과 방향은 분명 과거와는 확연히 달라져야 한다. 대법원이 재판실무 부담에서도 점차 벗어날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까지 재판실무력을 기준으로 인선해왔던 것도 더 이상 명분이 될 수 없을 것이며, 대법원이 정책법원으로서 사회의 다양한 의견과 입장을 이해하고 판결을 내릴 수 있도록 대법관들도 더욱 다양한 생각과 견해를 가진 이들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해 대법관 임명제청도 대법관 구성의 다양성 수준을 더욱 높이는데 맞추어져야 하고 대법관이 ‘법관 승진의 최고단계’가 아님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용훈 대법원장은 작년 8월 대법원장을 비롯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와 사법개혁 추진, 사법부의 과거사 해결 등 사법부 개혁이라는 사회적 요청속에 취임하였다.

국민들의 그 도도한 개혁의 요청은 올해 대법관 및 헌법재판관 인선과정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대법관 인선과 관련하여 대법원이 보여준 최근의 변화와 대법원 개혁의 흐름이 지속되어야 한다. 더구나 고법 상고부가 운영될 것임을 앞둔 상황까지 감안한다면, 이용훈 대법원장은 대법원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의미를 잘못 이해하여 ‘출신직역의 다양화’를 중심으로 대법관 후보자를 제청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시민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길 재차 요청한다.

아울러 대법관이라는 지위는 법원내 승진경쟁의 최종점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법관 임명제청이 되어야 한다. 대법관이라는 자리는 기존 사법부의 관행과 판례에 순응하면서 승진한 법관들이 그 승진경쟁에서 살아남아 마지막에 오르는 자리가 아니어야 한다.



대법관은 국민의 기본권과 사회적 약자보호에 충실하고 다양하고 다층적인 시대적 가치를 받아들이는 인사, 사법부 관행중 불합리한 것에 대해서는 과감히 개혁의 칼을 들이댈 수 있는 인사가 맡는 자리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지향적인 인물, 젊고 참신한 법조인을 대법관으로 임명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용훈 대법원장이 지난 가을 대법관 제청에 이어 이번에도 ‘승진경쟁의 최종점이 아니다’는 점을 보여주어야 한다.

참여연대는 이같은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라는 취지 등 바람직한 대법관 인선의 기준에 맞추어 대법관후보자를 대법원장에게 다음주 중에 추천할 예정이다. 또한 비록 대법원이 어제(17일) 대법관제청대상 후보자 추천공고에서 후보자를 추천할 경우 비공개해야 한다는 규정을 적용하겠다고 하였지만, 시민사회의 자유로운 토론과 참여를 위해 추천 후보자도 공개할 것이다. 끝.

사법감시센터


2006/05/18 13:18 2006/05/18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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