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 판결비평] '교통불편'과 '집회'의 권리, 맞바꿀 수 있는 것인가?
판결-사건모니터/판결/결정 :
2007/04/04 13:21
제14회 판결비평 소재로 교통불편으로 집회금지할 수 있다고 한 서울행정법원 판결 다뤄
참여연대 웹사이트와 미디어다음 아고라 등에 시민의견 쓰기도 함께 진행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제14회 판결비평 대상 판결로, 지난 3월 15일 교통불편 때문에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고 한 서울행정법원 제13부(재판장 정종관 판사, 정승규 판사, 홍성욱 판사)의 판결을 선정했다.
참여연대는 이번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문제가 된 집회개최로 인해 어느 정도의 교통불편이 야기되는지, 그리고 교통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집회를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해 보았는지 등에 대해 심사숙고하지 않고 교통불편과 비교하여 너무 쉽게 집회의 권리를 제한해 버렸다고 보아 비평 대상으로 선정했다.
참여연대는 오늘(4일) 이 판결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한 세 편의 ‘판결읽기’ 칼럼을 수록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 2007-2”를 발행하고, 참여연대 웹사이트와 미디어다음의 아고라 등에 시민들이 이 사건과 판결에 대해 의견을 쓰는 자리도 마련했다.
지난 해 6월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가 ‘한미FTA저지’를 위해 경복궁 인근에서 개최한다고 신고한 집회를 경찰이 ‘교통불편’을 이유로 금지하였다.
이에 범국본은 헌법상 기본권인 집회의 자유를 제한하기 위해서는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또 비록 제한하더라도 최소한으로 제한해야 하는데 경찰이 재량권을 남용하였다며 경찰의 집회 금지처분을 취소시켜달라고 서울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런데 이 사건의 재판을 맡은 판사들은, 경찰 측 주장대로 주최측이 신고한 2000명보다 많은 수만 명이 참가할 것이 예상되고 “만일 수만명의 집회참가자가……일시에 집회를 개최한다면…인도뿐 아니라 차도까지…점거되거나”, “그 일대의 인도 통행이 불가능”하여 일대에 “심각한 교통불편을 줄 우려가” 있을 것이 명백하므로 금지처분은 정당하다며 경찰 측 손을 들어 주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기본권 보호에 충실해야 할 법원이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하면서 서로 충돌되는 권리들의 침해정도를 충분히 살펴보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어떠한 대체수단도 강구하지 않은 경찰 측 주장만을 받아들여 너무 손쉽게 ‘심각한 교통불편 야기’를 인정했다는 비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참여연대는 헌법의 기본권 보장 측면과 집회ㆍ시위가 왜 인권문제인가라는 측면 그리고 현행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문제와 사법부의 역할이라는 측면에서 이번 판결의 문제점를 지적한 칼럼을 한상희 건국대 교수,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그리고 장유식 변호사에게 각각 기고 받았다.
한상희 교수는 기고 글에서, 이번 사건을 맡은 판사들은 “도대체 그 집회로 인하여 어떠한 교통불편이 어떻게 그리고 얼마나 발생하게 되는지, 더 나아가 이러한 교통불편을 예방하거나 감소시키기 위한 대안은 없었는지 등에 대한 아무런 입증”도 없이 너무 손쉽게 “심각한 교통불편”을 인정해 버렸다는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였다. “원래 교통정체의 문제는 시위라고 하는 민주적 의견표현행위에 수반되는 필요비용인데도” “교통소통을 위해 민주주의적 가치를 손쉽게 희생시”켰다는 것이다.
한편,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을 향해, 인권은 법전에 있지 않으며 거리에 있으며 당연히 인권이 교통불편보다 앞선다고 항변했다.
마지막으로 장유식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국가공권력의 남용을 견제하고 충돌하는 헌법적 법익들의 합리적 조정을 꾀해야 할 사법부가 오히려 기계적으로만 법을 적용했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국가공권력의 남용에 면죄부를 주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별첨자료▣
[판결비평] 광장에 나온 판결 2007-2
JWe200404040a.pdf
JWe2007040400.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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