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3,16 국민참여재판 방청기] 배심원을 들러리로 만들어서는 안돼
18명의 시민과 함께 본 수원과 인천의 국민참여재판
지난 주는 법원에 갈 일이 두 번이나 있었다. 10월 13일 월요일에는 수원지방법원에, 그리고 16일 목요일에는 인천지방법원에 갔다. 둘 다 각 지법에서 열리는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기 위해서였다. 10월 16일 인천지법 국민참여재판을 함께 방청한 참여연대 회원을 비롯한 시민들
개인적으론 약 석 달만에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러 간 길이었다. 여름철 휴가기간을 넘기면서 국민참여재판 일정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해 서울지역 관할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이 열리지 않아 방청하러 갈 기회를 잡지 못했다.
그래도 일반시민들과 함께 참여재판방청하기 행사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업무로 진행하고 있는데,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졌다 싶어, 다소 무리스럽지만 인천지역과 수원지역 참여재판방청을 시도해보기로 했다.
물론 나 혼자 가기로 한 것은 아니다. 참여연대 회원중에서 수원지법 관할구역에 사시는 300여명의 회원과 인천지법 관할구역에 사는 비슷한 숫자의 회원들에게 재판일정을 안내하고 함께 방청할 것을 부탁드리는 메일을 보냈다. 그
리고 수원에 있는 아주대학교 법대의 오동석 교수님께 ‘참여연대와 함께 국민참여재판 방청하기’ 행사를 소개해달라고 부탁했고, 인천에 있는 인하대학교 법대의 서경석 교수님께도 똑같은 부탁을 드렸다. 그리고 서 교수님께는 홍보물(포스터)도 두 장도 보내드려 법대의 게시판에 붙여 달라고 부탁도 드렸다.
이런 노력덕분에, 13일 수원지법 국민참여재판에는 나와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명광복 간사외에도 5명의 아주대 법대학생들이 우리와 함께 방청했다. 그리고 16일 인천지법 재판에는 나말고도 참여연대 회원과 지인들 6명, 그리고 인하대 법대생 6명, 아주대 법대생 1명 이렇게 13명이 함께 방청을 했다.
오랜만에 많은 시민, 학생들과 함께 보게되니, 참여재판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설명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리고 각 재판에 앞서 보았던 8~9번의 재판에서 특이했던 점, 지난 9월까지 38건이나 진행된 재판에 대한 통계 등을 설명하면서는 힘들기보다는 재밌기까지 했다. 모두들 참여재판에 대한 관심이 대단한 것을 알게될수록 더 많은 것을 설명하려고 법정앞 복도에서의 짧은 휴식시간도 아깝지 않았다.
그리고 인천지법 재판때에는 사전에 인천지법의 공보담당 판사로 일하고 있는 장낙원 판사님을 비롯해 관계자분들께 여러 시민들과 함께 방청한다는 것을 말씀드렸기에, 배심원들만의 평의시간에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추가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있었다.

배심원 평의시간중 408호 법정에서 함께 방청한 시민들과 학생들과 대화를 나누는 장낙원 판사님
만장일치로 결정한 살인사건과 다수결로 결정된 특수강간 사건
재판을 방청하는 사람들은 다 느끼겠지만, 재판을 모니터하러 들어왔지만 재판에서 다루는 사건의 드라마틱함에 빠져드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다. 수원지법에서 다룬 사건은, 발목 이하 다리가 절단된 80대 노인을 때려 숨지게 해 살인혐의로 기소된 남자이야기이고, 인천지법에서 다룬 사건은, 가사간병도우미 일을 위해 자신에 집에 온 30대 후반 여성을 식칼로 위협해 강간하여 ‘특수강간’혐의로 기소된 60대 남자이야기였다.
두 사건 모두 현장을 직접 목격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두 피고인 모두 자신들의 혐의를 부인했다. 수원지법 사건의 피고인은 대문안에서 반지하 방으로 연결되는 계단아래로 내려가다 휠체어가 굴러 떨어져 심하게 부상당한 노인을 자기가 오히려 구해주고 방안에 데려간 일밖에 없다고 주장했고, 인천지법 사건의 피고인은 평소 성적인 관계를 맺어온 피해자와 간단한 실랑이가 있었을 뿐이지 칼을 가지고 강간을 했던 일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각 사건 현장 주변에 있었거나 또는 사건발생 직후 피해자를 만났던 사람들의 증언(윗집 주인, 탈출해나온 여성을 본 아파트 주민과 성폭력상담소의 상담원 등)을 비롯해 경찰과 검찰에서의 피의자신문조서 등에 미루어 이들에게는 모두 공소사실대로 유죄가 선고되었다.
수원지법의 경우는 배심원들이 만장일치로 유죄라고 결정했고 인천지법의 경우는 배심원들이 다수결에 의해 유죄라 결정했다. 두 법원의 재판부도 모두 배심원과 동일하게 유죄를 선고했고, 수원지법의 경우는 징역 3년 6개월형이, 인천지법의 경우는 징역 6년형이 선고되었다.
배심원을 바라보는 변호사와 판사를 바라보는 변호사
사실 재판에서 다루는 사건내용을 보기위해 국민참여재판을 방청하러 다니는 것은 아니었다. 함께 방청하러 간 시민들에게 국민참여재판의 진행과정을 비록 간접적이나마 생생하게 볼 기회를 제공하고 또 궁금증을 풀어주기위한 것이 하나의 목적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목적은 과연 국민참여재판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 개선되어야 할 것들이 무엇인가 하는 점을 찾아내기 위해서다.
그동안 몇몇 재판방청을 끝내고 나서 방청기를 통해서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서건 몇 가지 개선사항을 말한 적이 있었다. 예를 들면 ‘국선전담변호사’는 통상 1명만 나와 피고인을 변호하는데, 국민참여재판의 경우 배심원 12명을 설득하고 현장에서 일어나는 돌발상황에 대비하기에는 1명으로는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 그 하나였다(지난 9월 대법원에서는 이런 상황을 감안하여 앞으로 국선전담변호사를 2명 지원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환영할 일이다).
배심원후보자들 대기실 안내판
이는 수원지법 재판과 인천지법 재판에 등장한 변호사가 너무나 대조적이었기 때문이다.
수원지법 재판에도 피고인을 변호한 변호사는 1명이었고, 인천지법도 마찬가지였다. 수원지법 재판의 변호인은 이른바 ‘사선’ 그러니까 피고인측에서 수임료를 주고 선임한 변호사였다. 반면 인천지법 재판의 변호인은 경제적 사정이 여의치 않아, 국가에서 변호사를 선임해주는 ‘국선(전담)변호사’였다.
인천지법 사건의 변론을 맡은 그 국선 변호사는 이번 재판이 첫 국민참여재판이 아니었다. 16일 재판은 인천지법에서 벌어진 6번째 국민참여재판이었는데, 그중 2~3번 이상을 맡았던 이다(어쩌면 그것보다 더 맡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수원지법 사건의 변론을 맡은 그 사선 변호사는 분명 그 재판이 난생 처음 맡은 국민참여재판이었을 것이다.
수원지법 사건을 변론한 변호사는 시종일관 재판장쪽을 바라보며 변론을 하였다. 물론 재판의 쟁점과 입증계획을 설명하는 재판의 앞부분, 그리고 배심원들에게 변호인의 최후의견을 진술하는 마지막 부분에서는 배심원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증인신문, 증거물품 조사 등 재판의 핵심과정 내내 배심원들의 상태를 살피지도 않았고 목소리도 배심원들이 듣기에 그리 분명하지도 않았다. 그리고 간혹 재판장하고만 이야기를 나눠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배심원도 방청객도 알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자신의 질문 이후 나오는 증인들의 말이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 배심원들에게 재차 설명하거나 또는 그 의미가 모호한 증인들의 답변을 재차 추궁하거나 분명하게 바로잡아주지도 않았다.
어쩌면 배심원의 결정을 판사가 꼭 따라야 하는 것이 아닌게 지금 우리 참여재판에 관한 법률규정이므로,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판사만이라도 설득하겠다고 맘을 먹었기때문이었을까?
평소 이런 모습을 많이 보아온 재판장의 입장에서는 별로 불편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또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 있어 답답해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배심원과 똑같은 정보량을 가지고 재판을 방청하고 배심원들과 똑같이 재판과정을 지켜보던 나의 입장에서 변호인의 태도는 정말 불만스러웠다. 물론 이게 나만의 생각은 아니었다. 함께 방청한 동료 간사와 학생 5명도 이구동성으로 변호인에게 실망했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인천지법의 변호인은 배심원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진 애를 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목소리도 몸짓도, 시선의 방향도 거의 배심원들을 향해있었다. 꼭 필요한 경우는 증인석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진행하지만, 증인의 말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또는 자신이 한 질문이 어떤 의미의 질문인지를 배심원들이 이해하게끔 부연설명을 꼭 해주었다.
재판에 참여한 배심원들의 입장에서는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마저 받았을 것이다.
배심원으로 나온 시민들을 소외시켜서는 안돼

경제적 여유가 없는 피고인들에게는 국선전담변호사를 각 지방법원별로 배정해준다. 이때 문제되는 사건이 국민참여재판인 경우에는 그 지방법원에 지정되어 있는 국선전담변호사중에서도 1~2명이 도맡아 변론을 맡는다. 국민참여재판 준비의 노하우를 고려한 방침일 것으로 짐작한다.
그래서 각 지방법원에 소속된 국민참여재판 담당 국선변호사는 최소 2~3씩 참여재판을 하면서 배심원이 있는 재판의 특성에 맞게끔 재판에 임하는 능력을 배양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사선 변호사들은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앞으로도 몇 년동안 사선 변호사가 국민참여재판을 맡을 기회는 개별 사선 변호사당 1~2번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직접 해본 경험이 없는 경우 그 노하우가 쌓일 수는 없다. 직접 경험은 없더라도 많은 리허설이나 간접경험, 교육의 기회라도 있다면 나을텐데, 그나마 없는 실정이다.
변론을 맡긴 의뢰인에게 변호사는 절대적으로 기대는 사람이다. 그들이 국민참여재판에 대해 충분히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변호인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이는 변론을 맡긴 의뢰인뿐만 아니라, 배심원 역할을 위해 짧게는 하루, 길게는 이틀 사흘 동안 법정에서 고생하는 일반시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일이다.
배심원은 국민참여재판에 들러리로 나와있는게 아니다. 이들을 설득시키기 위해 애쓰는 것이야말로(실제 그들을 설득하는데 성공했는지를 떠나서) 국민참여재판의 본질이자 성공여부를 가르는 것이다. 만약 배심원을 소외시키는 현상이, 배심원의 결정을 판사가 뒤집을 수 있게 허용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에 관한 법률 규정때문이라면 이는 반드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박근용(참여연대 사법감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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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인천 지법에서 열렸던 참여재판 방청에 참여했던 박용섭이라고 합니다. 방청후에 방청후기를 남기려고 했는데 사이트가 너무 복잡해서 어디다가 남겨야 될지 몰라서 실패했는데 오늘 들어와 보니 반가운 기사가 있어서 간단하게 몇 자 남깁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방청을 통해 참여연대를 알게 되서 너무 기뻤습니다. 참여연대라는 시민단체가 있다는 것은 예전 부터 알고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떠한 일을 하는지는 몰랐었는데 이번 일을 통해 참여연대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고마움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회원가입도 하고 약소하게나마 매달 조금씩 기부도 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한 참여연대의 활동에 함께하고 싶습니다.
우연히 학교에 붙은 벽보를 보고 방청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법조인의 꿈을 키워가는 저에게는 정말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굳이 법을 공부하고 있지 않더라도 대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꼭 해봐야 할 경험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갔다와서 주변사람들에게 홍보도 많이 했습니다.
5시간 정도를 지켜 보았는데 그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로 재판에 몰입해서 제가 배심원이 된 듯한 기분으로 재판을 지켜보았습니다. 혼자서 그날의 사건을 머리속으로 재구성해 보기도 하고 검사님과 변호사님이 뭔가를 주장할 때는 속으로 반론을 해보기도 하면서 재판을 지켜보았습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재판이 많이 지연되어 최종판결을 보지 못하고 돌아섰던 것이었는데 그래도 충분히 가치있는 경험이었습니다. 최종판결이 무척 궁금했었는데 글을 보니 6년형이 선고되었군요..
평이시간에는 판사님들과 방청객들과의 대화시간도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재판을 보면서 궁금했던 것들을 해소할 수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한 발 더 다가서려는 사법부의 의지를 볼 수 있어서 더 좋았습니다.
참.. 그리고 친절한 설명으로 방청객들의 이해를 돕고 궁금중을 풀어준 박근용 팀장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알려주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에서 참여재판에 대한 열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저도 꼭 한번 배심원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제가 원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참여재판이 더 활성화 된다면 언젠가는 저에게도 기회가 오겠죠..?^^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준 참여연대에 감사드리며 저도 이제 부터 참여연대의 회원이자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국민참여재판이 올바른 길로 나아가 정착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역활을 열심히 하겠습니다.
박용섭 학생~~,,,고맙습니다. 장시간 함께 방청하고 중간중간 질문까지 해주어서 제가 외롭지 않아^^ 좋았는데, 이렇게 댓글까지 남겨주셔서 더 고맙습니다. 참여연대와 맺은 좋은 인연, 계속 이어가주세요~~
앗! 오랜만에 재판관련글을 보는것 같아 반갑습니다.
박팀장님 안녕하셧어요? 로시콤의 남팀장입니다. 최근3개월 동안은 서울에서 재판이 없어서 못뵈었네요. 저는 다른 사법감시활동으로 이제 참여재판 방청하기 캠페인은 미뤄놓으신줄 알았어요. 저는 지방은 못가고 11월11일 남부지법 재판을 다녀왔습니다. 그때 못뵈서 아쉽네요. 다음에 뵙길 고대합니다.^^
아 안녕하세요. 남 팀장님. 방청하기 일도 계속 하는데, 근래에 좀 다른 일로 바빠서,,,11월 남부지법 재판때는 못 갔습니다. 연말이나 연초부터 다시 또 시민들과 함께 하는 기회를 마련하려고 하구요... 남 팀장님도 많이 관심가져주세요... 로시콤을 방문하는 분들과 같이 함께 방청하기를 해보는 것도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