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모니터] 한시적 특검제엔 침묵, 검찰총장 출석문제엔 한바탕
법제도개선/검찰개혁 :
2001/11/22 20:41
법안심사보다는 정치논쟁에 기울인 정열
여야가 16일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별검사제를 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특별검사제가 파업유도사건과 옷로비사건 이후 2년만에 다시 시행된다. 정치적 사건이나 권력형 비리사건에서 공정성과 중립성을 지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는 데 역부족인 현재의 검찰에 대한 제도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의의가 있다.
그러나 우리 법제도 사상 처음으로 특검제가 도입됐던 2년 전과는 달리 이번 특검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기대는 높지 않다. 특검제를 그저 정치적 대결 수단으로 전락시킨 검찰과 정부, 그리고 여야의 행태에 그 탓이 있다. 특히 여야 협상 과정에서 특검제 상설화 논의는 아예 실종되어 버렸다. 이는 2년 전 실시됐던 한시적 특검제의 시행착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특검제 상설화가 필요하다는 이의제기나 '돌출 발언'을 들을 수 있을까 하는 착잡한 마음을 가지고 국회로 향했다. 제15차 법사위 전체회의는 10시 25분에 개회했다.
'주식회사지앤지대표이사이용호의주가조작·횡령사건및이와관련된정·관계로비의혹사건등의진상규명을위한특별검사의임명등에관한법률안'은 네 번째 안건이었으나 마지막에 처리하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법사위 행정실 직원에게 들은 이유는 이랬다. 정부측을 배려해서 국무위원이 참석해야 하는 안을 먼저 처리하고 다음이 다른 상임위로부터 회부된 안, 그리고 청원안이 처리되고 나서 법사위 안이 처리되게 된단다. '이용호 특검제'같은 국민적 관심사항은 마지막에 처리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해 주었다. 그래서 오후 늦게까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평상시 국가중요시설 지정 경비를 국정원장이?
법사위 회의실 밖, 전체회의 진행상황이 보여지고 있는 텔레비전 모니터 주변에는 심사중인 안건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자못 초조하게 모여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통합방위법중개정법률안'이 처음으로 심사되었다. 정부측(법무 관리관)의 제안설명이 있고 국회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이어졌다. 법사위원들의 질의 순서가 되자 조순형 의원이 포문을 열었다. 처음엔 그냥 조용히 시작하기에 내 관심 사안도 아니고 해서 그냥 흘려듣고 있었다.
그러나 국정원이니, 군의 동원이니 뇌수에 민감한 단어들이 감지되었다. '이용호 특검제' 안을 살펴보던 시선을 돌려 모니터를 주시했다. 조순형 의원이 지적한 그 법안의 문제점은 심각한 것이었다. 국가중요시설 지정과 평상시에도 그의 경비·보안활동을 국정원장이 지도·감독한다는 것이다. 군에 대해 동원요청까지 할 수 있는 한마디로 국정원장의 권한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보인 법안이라는 것이다. 다른 위원들도 우려하는 지적을 이어갔다.
이러한 규정이 국방부 원안에 처음부터 있었는가를 묻는 최연희 의원의 질문에 놀랍게도 법무 관리관은 국회 국방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삽입되었다고 대답했다. 그러자 위원들은 내심 당황해하며 법사위 제2소위원회로 회부하는 것으로 결정해 버렸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국정원이 테러방지법을 입법예고 하는 등 심상치 않은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었는데 국회에서도 이를 확인 한 것 같아 새삼 투지가 생겼다.
통합방위법안에서 국정원의 권한확대에 대한 논란 이후 13건의 법안은 별 무리(?) 없이 처리되었다. 대기실은 법안관련 정부부처 공무원들과 의원 보좌진이 들고나느라 간간이 부산했다. 대부분의 안건들은 수정의결 되었고 '헌법재판소법중개정법률안', '호적법중개정법률안', '형법중개정법률안'은 제1소위원회로 회부되었다.
회의가 진행될수록 자리를 비우는 위원들이 늘어 처음에는 3석 정도가 비었다가 정회될 무렵에는 5석이 공석이 되었다. 질의든 토론이든 발언을 거의 하지 않는 의원들도 많았다.
회의는 '이용호 특검제'만을 남기고 12시 30분에 정회하였다. 점심을 먹기 위해 국회를 빠져 나오다 보니 국회 정문에는 1인 시위자가 5-6명에 이르렀다. 교원정년, 한탄강댐, 토공과 주공 통합, 한약학과 등.
특검제 상설화 주장은 한마디도 없었다
오후 2시 30분 회의속개시간 15분전에 회의실에 도착했다. 위원들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오전 회의 때와는 달리 MBC, SBS, YTN 카메라가 회의장에 들어와 있었다. 나 역시 방청신청을 한 안건만을 남겨두고 있어 회의속개 전에 회의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경위들의 안내를 받아 위원장 맞은 편 제안위원과 국무위원 뒤쪽 기자석(방청석이라는 푯말이 따로 없었다)에 앉았다.
여론이 주목함을 알고 있음에도 20분 정도 늦는 것은 예사라는 듯 회의는 2시 50분에 속개되었다. 김용균 의원의 제안설명, 전문위원의 검토보고가 이어졌다. 중간발표 규정에 대한 짧은 질의가 있고는 '여야 합의한 사항이므로'를 강조하며 공청회 절차는 생략하자고 의결했다. 이상수 민주당 원내총무가 잠시 입장하여 분위기를 살피고 돌아가고 위원회는 바로 축조심사에 들어갔다. 축조심사도 일사천리로 이루어지고. 찬반토론도 생략되었다. 원안 가결! 3시 30분이었다.
특검제 상설화의 필요성(법사위 위원들의 전문성에 의해서는 특검제의 일반법 제정이라고 논의되었을)에 대한 안건 외의 발언이라도 제안되지 않을까 했던 기대는 무너졌다. 참여연대가 주최했던 검찰개혁 토론회서 그토록 상설화를 강조했던 천정배 의원은 뒤늦게 출석하여 '이용호 특검제'에 대해서는 아무 발언도 하지 않았다.
이후 검찰총장의 법사위 출석문제를 놓고 여야 의원들은 한바탕 논쟁을 벌였다. 그것은 1시간 여가 걸렸고 그러고도 5시에 다시 속개 논의하겠다며 4시 30분 정회했다. 5시 속개하여 회의 종결까지 방청하면서 이제 보게 될 것은 정치적 논쟁밖에 없겠구나 싶었다. 정치적 힘겨루기에는 정말 이골이 난 정치인들 같았다. '이용호 특검제'에 까지도 몇 마디 없던 의원들이 검찰총장 출석문제를 놓고는 경쟁적으로, 과거 법사위 경험, 법률적 근거, 법률해석의 오류, 국민의 법 감정, 현실적 필요성 등 온갖 논리를 들어 자신들의 주장을 펼쳤다. 5시 속개하여 언제 끝났을지 모르지만 법안심사보다는 정치논쟁에 기울인 정열이 더 큰 것을 보며 씁쓸했다.
국회를 나오는 길에 법사위 제1소위에서 계속되는 특검법과 검찰청법의 처리 과정을 철저히 감시해야겠다, 이번 정기국회 기간에 특별검사제의 상설화를 입법화시킬 방법은 무엇인가, 반대로 슈퍼 국가보안법인 테러방지법은 어떻게 국회처리를 막을 것인가 등 생각은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었다.
법제사법 위원회 구성 현황
위원장: 박헌기(한나라당, 경북 영천)
위원
: 김용균(간사, 경남 산청·합천), 김기춘(경남 거제), 윤경식(충북 청주 흥덕), 이주영(경남 창원 을), 최병국(울산 남구), 최연희(강원 동해) - 한나라당
함승희(간사, 서울 노원갑), 김민석(서울 영등포을), 김영환(경기 안산 갑), 송영길(인천 계양), 조배숙(비례대표), 조순형(서울 강북 을), 천정배(경기 안산 을) - 새천년민주당
김학원(충남 부여) - 자유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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