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계통에 따른 엄중한 문책 및 가시적인 재발방지대책 내놓아야



서울지검 조사실에서 발생한 피의자사망사건으로 인해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이 사퇴의사를 밝혔다. 급기야 대통령이 대국민사과를 해야 하는 지경에 이를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 많은 학자들과 시민단체가 '수사관행을 개선하고 인권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라' 고 요구했음에도 법무부와 검찰이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거부한 결과가 결국 피의자를 사망케 한 것으로 귀결되었으니 검찰이 급해져 최고 책임자들이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청사내에서 피의자를 구타하고 가혹행위를 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검찰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 일반시민 모두가 잠재적인 피의자일 수 있으며 유죄의 확정판결이 있기 전에는 죄질의 경중을 묻지 아니하고 누구도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리에 비추어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올바른 법의 적용과 집행을 철칙으로 여기는 검찰에서 발생한 구타사망사건은 검찰의 존립근거를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은 헌법상의 요구이며 가장 기본적인 형사사법 체계상의 기본원리이다. 이번 사건은 검찰 본연의 임무를 현저히 해태한 것이며 , 감찰부와 국립수사과학연구소의 감정을 통해 위법사실이 확인된 것이어서 사법처리가 불가피하다.

대검 감찰부는 주임검사의 위법사실을 이미 확인하여 일반 형사사건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한다고 하며, 서울지검장은 사건 발생 후 이미 사실상의 사의를 표명하는 등 사태를 조기에 진정시키려는 의도가 역력하다. 그러나 한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지휘라인에 있는 상급자 중 일부는 사건발생 직후 문책성 전보되었고 지검장도 같은 이유로 전보로 처리될 가능성이 많아 보인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경험상 위법사실이 명백히 확인되었음에도 검사징계법에 의해 솜방망이 문책을 한 사실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형사사법권의 공정한 적용과 집행은 바로 검찰조직 자신에게도 적용되는 것이며 그렇지 못했을 경우에 발생하는 불공평성 시비는 상당부분 검찰이 져야하는 몫이므로 철저한 수사하여 문책해야 할 것이다. 담당 주임검사의 사법처리는 물론이고 수사지휘계통상 책임을 질 위치에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상응하는 합리적인 문책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진정으로 검찰의 위상을 재정립하기 위해서는 면피성 전보로 해결될 일이 아님을 분명히 해 둔다.

사건처리과정을 지켜보면서 심히 안타깝고 서글픈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인권보장을 외치고 검찰의 각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작 인권보호를 직접 담당해야 하는 검찰 관계자의 입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재발을 방지하겠다' 라는 고문수사 근절을 위한 구체적인 언급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는 점이다. 그 대신, 이제 겨우 안정을 되찾아 가는 검찰조직이 다시 한번 출렁이게 되었다거나 사퇴의사를 밝힌 사람의 인품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후속인사의 폭과 범위가 주된 관심사인 것으로 보인다. '검찰을 비롯한 모든 국가조직은 일반국민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근본적인 논의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대안은 전혀 의식 속에 존재하지 않고 오직 '조직을 위한 조직 '이 우선적인 가치로 자리잡고 있다고 보여진다.

국민의 검찰불신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검찰은 그나마 성실하고 공정하게 일했을 많은 평검사들의 노력을 헛수고로 돌려 버렸으며 다시 신뢰를 회복하려면 각고의 노력이 필요함을 알아야 한다. 이미 1999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검찰자신이 인권침해적인 수사관행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던가. 이제 더 이상 말이 필요 없게 되었다. 검찰은 스스로 혁신하려는 행동을 직접 보여주어야 할 때다.

바라건대, 검찰은 인권의식제고를 위해 전향적으로 태도를 전환해야 할 것임은 물론 이와 더불어 참여연대와 형사법 학자들의 대다수가 주장하고 있는 것처럼 ▶ 수사단계에서도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제·개정하고 ▶ 수단을 가리지 아니하고 일단 사건을 해결해야 능력을 인정받는 검찰내 분위기를 제도적으로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 수사기관의 자백편중수사를 견제하기 위해서 법원도 자백에 의해 얻어낸 증거에 대해서는 증거능력을 인정함에 있어 신중하고 엄격해야 할 것이다. 한편 ▶ 검찰내부의 각종 지침·예규 등이 상위법령에 우선해서 수사의 교본이 되고 있는 현재의 모순된 구조도 개선되어야 한다.

어떠한 국가조직도 기본적인 인권을 토대로 하지 않고 자기목적적으로 존재할 수 없다. 특히 검찰조직은 가장 인권을 침해하기 쉬운 업무를 수행하는 특성상 높은 도덕성과 이를 담보할 제반의 제도적 장치가 동시에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이 선행되어야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검찰의 위상이 되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한 번 잃어버린 신뢰는 과감한 자기 개혁과 그것을 위한 각고의 노력 없이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는다.
사법감시센터


2002/11/05 17:49 2002/11/0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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