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책성 전보로 넘어갈 일이 아니다



1. 대검찰청은 서울지검 피의자 고문치사 사건 관련자 4명을 일괄구속하고, 김진환 서울지검장과 정현태 3차장 등 수사지휘부에 대한 문책은 '문책성 전보'와 '총장경고'로 매듭지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러한 처리는 당시의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이 사퇴하여 새로운 사람들로 채워졌고, 강력부장 또한 사표를 제출하였으며 담당검사와 고문을 한 수사관들은 이미 구속된 것과 비교하여 지나치게 형평성을 잃은 것이라고 보인다. 엄중한 문책을 하겠다던 대검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발 빼는 양상이고, 정작 사건발생 초기에는 '모든 책임을 지고 어떤 문책이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던 서울지검장은 유구무언이다.

2. 이번 고문치사 사건은 검찰수사관들이 서울지검 청사 내에서 조사를 받던 피의자에게 고문을 가하여 사망케 하였고, 검사마저도 고문을 묵인·방조하여 수사관들과 공범으로 구속되기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검찰의 존립을 근저에서부터 흔드는 중대한 사안이다. 이로 인해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사퇴하였고 급기야 국정의 최고 통수권자인 대통령도 '고문과 같은 가혹행위는 반드시 근절되어야 한다'라며 후임 장관에게 엄중문책을 지시하고 재발방지책을 주문하였다.

3. 그런데 정작 담당검사의 직속 상급자인 김진환 지검장과 정현태 3차장은 이러한 상황에서도 여전히 미동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가장 사건과의 연관성이 많은 사람은 서울지검에 잔류하고 오히려 나머지 사람들만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웃지 못할 풍경이 지금의 현실인 것이다.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던 지검장 주변인물의 말이 사실인지 묻고 싶다. 오히려 거취문제와 관련하여 '수사진행 상황에 대해 사전에 보고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 설령 보고 받았다 하더라도 감독태만 등으로 정식 징계하기는 어렵다' 고 밝히는 대검찰청의 입장은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할 것이다.

4. 만일 유사한 사건이 다른 국가기관에서 발생하여 담당 장관과 최고 실무자가 책임을 지고 사퇴를 한 경우에, 유독 업무처리라인에 있던 직속상관만은 자리를 잠시 옮겨 전보처리로 끝낼 수 있었을지 하는 의문이 든다.

생각건대, 검찰은 타 국가기관과 달리 준사법기관으로서 독립적인 지위를 가져야 하는 것임은 당연한 것이지만, 책임소재가 분명한 이번 사건에서마저 책임을 지는 인적범위에 있어서 형평성을 잃어버린다면 검찰내부에서마저도 검찰수뇌부에 대한 신뢰와 존경을 받지 못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보는 것이다. 끝

사법감시센터


2002/11/14 13:28 2002/11/14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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