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꽃을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반짝이는 잎새들을 말할 때도 아닙니다.

먼 곳으로부터
노을빛 같은 것이 오고 있는 이 가을
오래 기다린 바구니마다
여문 열매들을 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담아서 잠 안 오는 밤
혼자 쭉정이들 가리면서
곰곰이 그 원인들을
귀뚜라미처럼 울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은 강물을 따라 간 그 길에서
자신에게로 돌아가야 할 가을이기
때문입니다.

                                                      이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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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원여러분, 가을입니다. 그 동안 발로 장애물들을 걷어차고, 몸으로 벽을 뚫은 그 지고한 노력들이 과원의 과일들처럼 이 가을에 잘 익어가기를 기원합니다.

해마다 오는 가을이기에 이젠 그것이 오래 입은 옷처럼 별다른 감흥이 없을 법도 하지만, 웬일인지 지금도 가을은 처음 맞는 것처럼 몸속 깊숙이 소슬하게 스며들어 안타깝고 아리는 느낌은 저로 하여금 자꾸 귀를 기울이게 합니다. 가을이, 한없이 저를 사무치게 하는 그 가을이, 어느 순간 낮은 소리로 저의 마음속에 들어올 것 같기 때문입니다. 가을은 詩도 아니면서, 음악도 아니면서 어찌 이토록 사람의 폐부에 스며와 혼을 점령하는 것인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참여연대는 곧 창립 14주년을 맞게 됩니다. 그간에 참여연대는 회원님들의 아낌없는 후원과 활동에 의해 진전된 민주화와 시민의 권익 그리고 밝고 건강한 사회를 지향하는 데 괄목할 만한 기여를 했다고 자부합니다. 따라서 이제까지 여러 가지 고난과 희생을 감수하면서 그런 성과를 이뤄낼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신 분들과, 일선에서 분투하신 분들의 그 고귀한 정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그러나 회원여러분, 금년에는 여러 가지로 충격과 분노와 상처가 컸으리라 생각합니다. 이명박 정부에 의해, 전례가 없는 참여연대 소임자 중 구속자와 수배자가 나왔고, 거기다 집무실의 압수수색도 당했습니다. 14년이 되도록 그런 사례가 없었다는 것은 참여연대가 바로 그만큼 절제되고 성숙한 시민운동을 해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러함에도 이명박 정부는 이른바 촛불정국을 맞아 촛불이 켜진 이유는 성찰하지 않고, 마치 참여연대가 대중을 선동해서 그렇게 된 것처럼 흠집 내기를 한 것입니다. 그러니 어찌 분노가 없겠습니까.

하지만 회원여러분, 다른 한편으로 보면 그런 사건도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곧 이명박 정부는 그런 작태를 통해서 우리들에게 그의 실체를 확연히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의심의 여지없이 이명박 정부의 실체는 민주주의의 역행자였습니다. 이렇게 되면, 참여연대는 당연히 그에 대한 저항으로써 옳은 일에 물러서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건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촛불 건으로 빚어진 일에 대해서는 사기를 잃거나 심리적으로 위축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명박 정부의 특징은 점령군처럼 모든 것을 대통령의 임의로 결정하고 장악하고, 뒤엎고, 밀어붙이는 행태입니다. 이런 모습은 민선 대통령직을 무슨 군주전제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가기도 합니다. 예컨대 쇠고기 협상은 일방적으로 미국에 바치고 협상을 했다고 하고, 남북관계는 전 정부의 반대 방향으로 뒤집어놓고, 임기가 보장된 공직자들은 사냥감같이 물고, 공영방송에는 최측근 인사들을 배치하고, 뜬금없이 광복절을 건국절로 둔갑시키고, 국가 공무원들을 선교사로 전락시키고, 실로 가관이 아닐 수 없습니다.

소위 경제를 살리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을 했으면서 정작 이와 같이 경제를 죽이는 조건들만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 경색, 사회불안, 이 두 가지가 기류를 이루고 있는 한, 외국 투자자들은 새처럼 날아가 버릴 것이고, 그러면 한국 경제는 충격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은 하나의 상식입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평화를 도모해야 할 대상에게는 적의를 품게 하고, 통합을 이루어야 할 상대에게는 분열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여기에다 기름을 끼얹는 보수 언론과 뉴라이트까지 가세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이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지 알 수 없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정황들로 볼 때 한국 사회의 분위기는 대단히 불길하고 어둡습니다. 그렇지만 회원여러분, 이 앞에서 우리가 절망한다면, 어찌 참여연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참여연대는 불이 꺼진 곳에서 다시 불을 켜고, 물이 마른 곳에서 솟구치는 샘을 파는, 그런 지혜와 용기와 불굴의 화신이어야 합니다. 이제 참여연대는 힘을 내야 할 이유를 발견했습니다. 어두운 밤이기에 등불을 밝히듯이, 뛰어야 할 길이기에 신발 끈을 조이듯이, 참여연대는 이명박 정부 앞에 힘을 내야 합니다. 어디에고 강한 적은 없습니다. 어느 때나 내가 약해질 때 바로 상대방이 강해지는 법입니다.

더욱 뜨거운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9월 8일 후원의 밤에서 만날 때까지 모두 안녕하시기를 바랍니다.



희망이 없는 곳에서 만난
무성한 칡넌출의 칡꽃

손을 뻗어 칡순을 잡는다.
오- 쇳소리가 울리는 가슴

어디든 꽃을 달고 뻗어갈
나도 한 넌출이다.
                                   

       
     이청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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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3 17:50 2008/09/03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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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좋.다.


오세은 참좋다 회원

얼마 전, 기륭전자 투쟁문화제에서 노래공연을 했습니다. 힘들게 투쟁하시는 그분들에게 노래로 힘을 실어드릴수 있었다는 것이 정말 뿌듯했습니다. 비도 오고 쌀쌀한 날이었지만 많은 분들이 문화제에 모이셨더군요. 참좋다에게 앵콜도 외치며 반기는 노동자분들의 모습을 보니 감사하기도 하고, 더 자주 들르지 못함이 송구스러웠습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다보니 참좋다가 현장에서 노래할 일이 많아지네요. 노래하는 것은 좋으나, 노래할 집회장이 많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기륭전자의 비정규직노동자들이 투쟁을 시작 한지도 벌써 1,000일이 훨씬 넘었습니다. 1,000일을 넘기면서부터 두 분은 단식을 시작하셨죠. 그러나 단식 60일을 넘기도록 기륭전자 사장은 눈 하나 깜짝 하지 않았고, 두 분은 결국 병원에 실려 가셨습니다.

“우리의 노래가 이 그늘진 땅에 따뜻한 햇볕 한 줌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 이 노래가사처럼, 기륭전자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이 땅의 고통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좋은 날이 오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2008/09/01 21:54 2008/09/0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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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모임 큰얘기


나와 산사랑과 참여연대


이해숙 참여연대 회원

산사랑은 참여연대 회원 중에서 등산에 취미가 있는 회원들의 모임이다.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나서 산행을 하며 일 년에 한 번 MT를 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8월 23~4일에 강촌리조트에서 산사랑 MT가 열렸다. 첫날 아침에 준비물이 많은 나를 태우러 오는 차와 합류하기 위한 통화부터 둘째 날 MT를 마치고 집에 잘 도착했다는 회원의 연락까지, 내 휴대전화에 찍힌 번호는 80개가 넘었다. “어디쯤 오고 있나요”, “리조트버스가 기다리고 있으니 그 차를 타고 리조트로 오세요” “검봉산 A코스로 일단 출발합니다” “단체 촬영이 있으니 분수대 앞으로 모이세요” 인원이 23명이나 되니 휴대폰으로 수시로 연락하지 않고는 진행이 어려울 정도였다.

옆에 있던 회원은 그 통화의 반은 쓸데없는 통화였다고 핀잔을 주었다. 뒷전에 조용히 앉아 있어도 MT는 잘 진행될 텐데, 사전답사를 두 번이나 가고 남의 법인 회원권까지 동원하여 숙소를 예약하며 새벽같이 출발하여 MT 장보기를 하는 등, 혼자서 설쳐대는 것이 딱해 보였던가 보다.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애정이 있으면 적극적이 되는 것을…. 사실 전임 회장일 뿐 올해는 아무 직책도 아니면서 그리 나서자니 눈치가 보였다. 하지만 MT를 쾌적하고 넉넉하며 즐겁게 진행하자면 서로서로 도와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런 마음들 덕분에 ‘2008 산사랑 MT’도 깔끔하고 알차게 마무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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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오면서 산사랑의 모체인 참여연대를 생각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4년 동안 사회를 맑고 밝게 만들려고 부단히 노력하였다. 사법개혁, 낙천낙선운동, 작은권리찾기, 경제민주화운동, 삼성불법증여고발, 핸드폰 요금인하, FTA 반대 등, 세상에 대한 애정이 많으니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발 벗고 앞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쇠고기 정국에는 연일 촛불 시위로 상근자들이 모두 핼쑥해질 정도로 수고하였지만 누가 알아주거나 상을 내리기는커녕 오히려 많은 사람들로부터 핀잔을 듣고 상근자가 구속되고 사전영장발부까지 받으며 핍박을 당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참여연대는 불의를 보고는 못 참고 민주주의에 헌신하기 위해 태어난 것을. 그 속에서 청춘을 다 바치면서도 늘 가슴앓이를 하고 야근에 시달리는 상근자들이 애처럽고, 앞으로도 눈을 부릅뜨고 감시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은 현실이 그저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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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가만히 있어도 세상은 진보하거나 퇴보하면서 무심하게 흘러갈 것이다. 또 참여연대가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원하는 대로 세상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먼 훗날 그때 너희는 무엇을 했느냐고 물으면 적어도 열심히 노력했노라고 말할 수는 있을 것이다. 희망의 작은 불씨가 꺼지지 않도록.

○● 9월 산행 일정
벌써 가을의 문턱인 9월에 접어들었고 민족의 제일 큰명절인 추석이 둘째주 일요일입니다. 따라서 산행을 하지 않습니다.

첫째주 일요일(7일) 도봉산
둘째주 일요일(14일) 추석으로 산행 없음
셋째주 일요일(21일) 천마산
넷째주 토요일 (27일) 삼성산


2008/09/01 21:53 2008/09/0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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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길목에서



팔불출 엄마의 재산목록


고진하『참여사회』 편집위원 gojinayo@hanmail.net

올해 중학교에 들어간 큰애에게 또래보다 늦게 사춘기가 찾아왔다. 사소하지만, 예기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아이가 말없이 자율학습을 빼먹은 사실을 담임선생님을 통해 듣게 되거나 동생을 거칠게 대하는 것을 볼 때 당혹스러웠다. ‘이제부터 진짜 부모노릇이 시작되는구나’ 싶어 긴장도 되었다. 달라진 관계를 실감하고 앞으로 더 달라질 관계를 예감하면서 지난 여름 전문상담기관에서 실시하는 부모역할훈련에 참가했다. 적절하게 칭찬하는 법을 연습하는 시간에 자신이 칭찬 받았던 경험을 떠올리는 순서가 있었다.

재작년 성탄절 아침 큰애는 “이 세상에서 큰일을 해서 다음에 태어나서도 좋은 엄마 만나야지” 하고 말했다. 큰일을 해서 청사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것이 아니라 좋은 엄마를 만나겠다는 소원이 약간 우습게도 느껴졌지만 코끝 시큰, 가슴 뭉클. 과장을 좀 하면 어느 성인의 유언처럼 이제 다 이룬 것 같은 만족감이 가슴에 가득 차올랐다. ‘더 좋은 엄마가 되어야지’ 하고 저절로 다짐이 되었다.

작년에 아이의 교실에서 아이가 장래 희망을 ‘엄마’라고 써놓은 것을 보았다. 꿈이 너무 소박한 것 같아서 살짝 실망스러웠다. 그런 마음을 감추고 ‘엄마는 장래희망으로까지 삼지 않아도 대부분의 사람이 자연스럽게 이룰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내 꿈은 보통 엄마가 아니라 엄마 같은 엄마가 되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하는 아이 앞에서 나는 부끄러운 한편 으쓱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그런 엄마가 되면 어떤 아이가 얼마나 좋아하겠어?” 하는 말에는 거의 감격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아홉 살 먹은 둘째는 한 듯 안 한 듯 쿨하게 칭찬하는 재주가 있다. 언젠가 녀석이 “엄마, 우리는 다음에 태어나도 엄마와 딸로 태어나자”고 말했다. 무슨 말인가 했더니 “우리는 누구보다 익숙해졌잖아?” 하는 것이었다.

얼마 전 이 녀석은 자기는 ‘화려한 장래 희망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결혼을 빨리 해야겠다’고 했다. 이유를 들어보니 점입가경, 빨리 아기를 낳아봐야겠다는 것이었다. 조숙한 아이가 이런 말을 하니 ‘쿵!’ 하고 뭐가 떨어지는 느낌이 가슴 쪽에서 전해져왔지만 내색 않고 다시 이유를 물었다. “엄마가 나를 어떻게 키우셨는지 알아봐야겠어요.” 그 발랄한 대답에 나는 또 한 번 넘어갈 뻔했다. 

부모교육을 받으면서 나는 ‘부자 엄마’라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확인하고 넉넉하고 행복한 마음이 되었다. 아이들이 내게 준 순수한 마음의 조각들이 나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라는 생각을 했다. 부모교육 강사로 활동하는 지인은 관계의 저금통에 저금을 많이 해두어 든든하겠다고 말해주었다. 어느 부모인들 통장을 꼼꼼히 살펴보면 이 정도의 밑천이 없을까. 출금 내역만 기억하고 입금 내역은 잊어버리고 사는 것일 게다. 잘 간직했다가 어려울 때 찾아 써야겠다.


2008/09/01 21:49 2008/09/01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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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생각


아름다운 촛불을 노벨상으로 추천합니다


이영구 참여연대 회원

노벨상이 꼭 좋은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니 촛불 집회의 시작도 어린 학생이 했다고 하고 『녹색평론』 7-8월호에서 50쪽이나 되는 네티즌들의 좌담 기사를 읽고났더니 국제적으로 자랑할 만한 것으로 확신하게 되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구과제로 또는 학위논문 주제로 되면 우리나라가 전세계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것은 이명박 정부를 반대하고 찬성하고 하는 문제를 떠나서 우리 국민의 성숙한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것이다. 우리나라 안에만 가두어놓기에는 너무 아깝다. 만일 노벨상 추천 운동이 시작된다면 나는 회의장소 정리하고 음료수 준비하고 편하게 논의할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에 헌신할 생각이다. 일급호텔 지배인 자격증 소지자로서 열심히 하면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될 것으로 믿는다.

나는 올해로 76세이며, 촛불 집회에는 5번 정도 참석했는데 엄청 행복했다. 이 경험은 내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1960년 4·19 무렵, 나는 육군대위로 복무하고 있었는데, 4월 19일 때마침 휴가 중이어서 사복 차림으로 한국일보사 앞에 갔다. 별다른 의식 없이 발걸음이 저절로 향한 것 같다. 중앙청 앞에서 학생들이 와~ 하고 광화문 앞으로 몰렸다. 땅땅땅 총성이 들리자 학생들이 흩어졌다. 여기저기 학생들이 쓰러져 있었다. 흰 옷 입은 의대생이 총알 맞은 사람을 들것에 옮겼다. 잠시 후 시발택시 지붕 위에 눕히고 서울대 병원으로 소리소리 지르면서 달려갔다. …다시 학생들이 모였다. 땅땅땅, 사람이 쓰러지고 의대생이 들것에 옮기고 이것이 반복되었다. 50여 년 가까이 흐른 지금, 그때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글재주가 나에게는 없다.

세월이 흘러 1987년 6월 항쟁 당시, 젊지도 않은 내가 운명적으로 적극 참여하게 되었다. 5월 18일 故김승훈 신부가 박종철 사건에 관한 진상을 발표할 때 나는 비록 천주교 신자는 아니었지만 명동성당에 있을 정도로 열심이었다. 그때 최루 가스를 엄청 마셨고 눈물깨나 흘렸다.

그러나 이번 촛불 시위는 마치 50년대 보릿고개 삶과 풍족한 지금의 삶과 비교할 만큼 달랐다. 우리나라가 이렇게 발전했구나, 총알이, 최루 가스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노래와 웃음이, 그리고 따뜻함이 가득 차 있었다. 촛불도, 차 한 잔도, 물도 한 병씩 나누어 주었다. 옆에 앉아 있던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여학생이 초콜릿 한 개를 주었다. 그런데 이 여학생 알고보니 중학교 국어선생이었다. 내가 귀가 어두워져 사회자 말을 알아듣지 못해 무슨 말인지 묻곤 했다. 그러다가 한국일보사 앞에까지 같이 걸었다. 경찰의 저지가 없는 거리가 6월 항쟁과는 너무 달라 혹시 함정을 파놓지 않았는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나는 놀랐다. 서울도심광장은 남녀, 노소의 벽이 무너지고 하나를 이뤘다. 이보다 더 큰 아름다움이 이 세상에 존재할까?

그런데 60년 전 광복절의 의미는 친일파에 의해서 훼손되고 오늘의 광복절 100번째 촛불집회는 시대를 거꾸로 가려는 사람에 의해서 아름다움이 짓밟혔다. 아름다움을 가꾸는 방법의 하나로 노벨상 추천 운동을 해보자.


2008/09/01 21:47 2008/09/01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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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회원가입 명단(총 186명)●

강무일 강미정 강소연 강준희 경미현 고미애
공홍석 구기욱 권재현 김경란 김경숙 김경진
김기숙 김다슬 김대용 김동언 김무규 김미진
김봉균 김선명 김성춘 김시종 김아미 김영오
김영준 김용범 김원기 김은숙 김자현 김정애
김정혜 김종걸 김중산 김지연 김진진 김창수
김철진 노광일 노정권 문경두 박국진 박성화
박순태 박양선 박재위 박재형 박정은 박준홍
박태남 방선아 변자영 서재호 서준석 성동주
손혜민 송민우 송재호 신도연 신미연 신성구
신용태 신재영 신호선 심웅근 양권석 양미숙
양민호 여주연 염성혁 오덕기 오병노 원정민
유경훈 유광철 유상연 윤은주 윤홍빈 이관철
이규석 이대인 이대중 이동욱 이명원 이숙진
이순필 이순희 이순희 이승은 이완수 이용재
이원범 이정숙 이정용 이정원 이종권 이해은
이현진 이효지 임성준 임소희 임영복 임은숙
임혜미 장미미 전가은 전병덕 전승민 전현진
정우루 정원수 정의석 정진모 정한우 정한중
정희정 조광호 조남운 조숙희 조재현 주영재
지민숙 최광호 최규열 최규환 최민영 최병현
최보윤 최윤령 최진혁 최창호 편상윤 한기성
한연옥 한영규 홍일표 황남호 황이인주 황정미

2008/09/01 21:43 2008/09/01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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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는 첫 만남, 참여연대


신입회원 여러분 반갑습니다. 보통은 그달 가입하신 분들의 10% 내외가 신입회원한마당에 오십니다. 시민참여팀에서는 늘 이 행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가입하신 분들 한분 한분께 전화를 드립니다. 매달 하는 일이고, 전화로 낯선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한다는 것 자체는 힘든 일입니다. 그런데도 신입회원들께 전화를 드리다보면 마음이 떨릴 때가 있습니다. ‘이 분은 또 어떤 마음으로 가입하셨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회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 우리가 이런 일을 하고 있구나’라는 것을 실감하기도 합니다. 이야기해주세요. ‘이런 얘긴 다 알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말씀해주세요. 모 광고에서 ‘Talk, Play, Love’라고 하던데, 이야기 나누고, 참여해서 놀고, 사랑해주세요.

8월 신입회원한마당은 지난 27일에 있었습니다. 시민경제위원회 이상훈 변호사가 자리를 함께 하면서 삼성특검과 참여연대에 대한 여러 진지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저녁 7시 반, 참여연대 신입회원한마당이 있는 시간입니다. 새로 가입하신 회원, 가입하고 한 번도 참여연대에 방문한 적이 없는 회원 모두 환영합니다.

9월 신입회원한마당
일시 : 9월 24일 저녁 7시 반
장소 : 참여연대

※가족과 함께 하는 어린이 역사교실 ‘구석구석 역사현장’을 중단합니다. 프로그램을 기증해온 나눔기획 사정으로 남은 일정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아쉽지만 양해 부탁드리며, 그 동안 프로그램을 나눠주신 나눔기획과 참여해주신 회원님들께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좋은 만남과 배움의 터를 만들어가겠습니다.



2008/09/01 21:38 2008/09/01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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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 인터뷰


송영민·명광복 회원
촛불 밝히니 세상이 책이 되었다

이경휴 참여연대 회원 mairim@hanmail.net

뜰이 슬퍼한다./ 차갑게 꽃 속으로/ 빗방울이 스며든다./ 마지막 길을 향하여/ 여름은 조용히 몸서리친다.//…(중략) 여름은 조용히/ 그 고달픈 눈을 감는다. (헤르만 헤세 <9월>)

아침저녁 불어오는 바람결에 가을빛깔이 언뜻언뜻 보인다. 하지만 한낮엔 쉽사리 제자리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여름이 한창이다. 마지막 열매를 영글게 하고, 마지막 단맛을 넣기 위한 은총의 열기를 뿜어댄다. 온 천지에 골고루 평등하게.

서울을 품고 있는 내사산(內四山)의 한 자락 야트막한 낙산(혜화동 일대). 대낮, 승용차도 헉헉대며 오른다. 가난한 살림살이가 빛의 화살에 숨김없이 드러난다. 길모퉁이에 널려 있는 후줄근한 빨래들. 한 그루의 나무 그늘보다는 물건을 재어두는 공간이 절실하고, 엘리베이터보다는 건강한 다리가 필요한 건물들….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 나는 동네이다. ‘촛불부부’로 회자되는 송영민·명광복(38세) 회원들의 일터로 가는 길에 만난 풍경이다.

당황스런‘인터뷰’논쟁

옥탑으로 들어서니 가지 꺾인 향나무 한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공중에서 흙 한 줌으로 살아가는 나무의 고달픈 여정이 안타까웠지만 주변엔 저절로 돋아난 풀꽃들이 한 세상을 살고 있었다. 메꽃· 봉숭아· 벌개미취· 금계국…. 하나같이 성형미인이 아닌 꽃들이 아낌없이 햇살을 나누고 있었다. 사방을 둘러보니 곳곳이 하늘공원들이다. 지상에 땅 한 뙈기 갖기를 소망하는 이들의 꿈이 천상까지 닿아 수풀을 이룬다.

분명 TV 화면용 선남선녀는 아니었다. 반바지와 청바지에 핑크빛, 감청색 티셔츠, 찬물로 막 세수를 한 듯한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참여연대 전직 간사 출신의 부부. 부부라기보다는 남매 같다. 오랜 산 부부는 서로 닮는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에겐 시간과 함께 먹은 달력의 나이가 아닌 정신적 나이, 지성의 나이가 서로를 닮게 한 듯하다. 출판사 대표의 직함을 가진 송영민 회원, 직장 동료이자 남편인 명광복 회원.

한집(?) 식구 같은 느낌이 들어 긴장감 없이 자리를 마주했다. 그런데 예상이 빗나갈 때의 당혹함을 경험해 본 사람이라면 순발력이 지능지수를 앞지른다는 걸 감지할 게다. 필자에겐 두 가지 모두가 하위 순위이니 어떡하랴.

지면의 주인공이 된다는 걸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담스러워 한다. 더구나 스스로 ‘할 만한 자격’이 없다고 사전에 겸손하게 거절을 하는 사람들도 막상 눈을 맞추면 시간은 강물처럼 흐른다. 명광복 회원에겐 단호함이 겸손함을 누르고 있었다. ‘촛불부부’보다는 촛불집회의 부상자를 찾아 인터뷰하는 게 순서 아니냐는 느닷없는 첫 마디다.

그의 지적에 공감하면서도 비록 몸은 다른 곳에 있지만 ‘동지’처럼 살아가는 회원들의 소박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자리라는 송 대표의 설득 아닌 설득 끝에 자리는 평정되었다. ‘돈벌이’보다는 출판인의 정신- 사람을 귀히 여기는-이 깃들여 있는 출판사 대표다운 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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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셀러 읽는 재미와 감동 준 촛불집회


‘촛불부부’로 명명되고 있는 걸 부부는 공히 불편해했다.
“집이 청와대 근방에 있어요. 일이 끝나고 가는 길목이 집회장인데 자연스럽게 참가하게 되었지요. 또 같이 일을 하니까 함께 가는 건 당연하고요.”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행동으로 옮기는 양심이 빛을 발한다. 조계사 촛불농성단에서는 송영민 회원을 ‘커피녀’로 부른다. 불볕 천막 속에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이들에게 어떤 도움이라도 주고자 들락거리며 일거리를 찾았다. 초기에는 시민들의 지지와 각 단체의 관심이 봇물을 이뤄 농성단도 힘이 넘쳐났다. 각종 먹거리와 음료수, 일용품, 빨랫감을 걷어가는 사람,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농성장이었다. 그 가운데 그는 냉커피 배달을 맡았다. 그것도 ‘아름다운 가게’에서 산 ‘착한 커피’로. 오늘까지 변함없이.

“특별한 일이 아니잖아요. 어차피 우리가 마시려고 내리는 커피의 양을 좀 늘려서 시원하게 해다 주는 것이었는데, 저를 그렇게 부르더라고요.”

매사가 이런 식이다. 당연한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며 머리보다는 발이 먼저인 사람들이다. 본인들이 듣기 거북해 해도 ‘촛불부부’로 칭함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게다. 일상이 물 흐르듯 흘러가니 선(善)은 항상 그들 편이지 싶었다. 그런데 현실은 냉혹하고 변덕스럽다. 명광복 회원의 해학이 번쩍이는 발언에 가슴이 서늘했다.

“촛불집회 최대의 피해자는 출판업계입니다. 현실이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고, 나라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누가 책을 사서 읽겠어요? 한 대형 서점이 50% 가까이 매출이 떨어졌다고 아우성이라던데 출판업계가 오죽 했겠어요. 더구나 불황의 바로미터가 출판업계인데.”

그래도 그들은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들떴다. 비록 생업에는 지장이 있더라도 애초 시작이 가난을 일용할 양식으로 삼았기에 두렵지는 않았다. 용기 있는 출발이 아니었던가.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것이 아니라 두렵지만 그보다 더 소중한 게 있음을 아는 것이리라.

가난하지만 더불어 사는 행복을 느끼는 일, 시민운동이 고민하는 주제를 가지고 책을 만들어서 넓고 두터운 독자층을 만난다면 그것은 시민단체 회원이 늘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문을 연 출판사. 그것이 이들의 출판 철학이라면 철학이란다.

출판도 시민운동 키우는 일

공안정국과 더불어 소강상태에 들어선 촛불집회에 대한 소회가 궁금했다. 항상 먼저 말하는 쪽은 송영민 회원이다.

“촛불집회에 나온 사람들은 순수한 사람들이었어요. 그들은 정권과는 상관없는 사람들이었어요. 한나라당, 창조한국당, 박근혜를 지지하는 사람들에서부터 주부, 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정당과 관계없이 자신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하여 나온 사람들이었죠. 그들은 정권 퇴진을 위해 나온 사람들이 결코 아닙니다. 재협상을 요구하며 정부의 성의 있는 답변을 기다렸는데 추가협상이라는 알맹이 없는 내용으로 국민의 소리를 외면한 거잖아요. 그러니 현장의 소리는 더욱 극렬해지고, 정권의 위기를 느낀 보수층들은 사주하는 조직적인 세력이 있다면서 정부의 탄압국면을 거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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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 하나로 명광복 회원도 이야기를 이어갔다.


“촛불집회는 강제성이 없으니 자유로울 수밖에 없죠. 시민들 스스로가 한 행동이잖아요. 싫으면 안 나오면 되고, 버스를 끌 사람은 버스를 끌고, 자중지란(自中之亂)이 일어날 수 없는 구조였죠. 시위를 이렇게 하라고 주도하는 사람도 없고 대책회의(광우병대책회의)도 집회의 안전망 같은 역할을 자임하고 궂은일을 할 뿐이었지 조직적인 힘은 없었죠. 또 시민들은 그것을 원하지도 않았고. 앞장서서 스크럼을 짜고 나서지는 못하더라도 머릿수라도 채워야 한다는 맘으로 나갔는데… 전방위적인 탄압을 하니 시민들은 무섭잖아요. 사람들은 이 정도로 했으니 대통령이 무슨 답을 주겠지 하는 기대를 했죠. 그런데 결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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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중 모두가 허탈한 웃음을 날렸다. 촛불집회의 과정을 보면서 정반합(正反合)이라는 철학 용어를 떠올렸다. 촛불여론은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대하여 지적하고 해결하려는 민심이었다.

그러나 정부는 대립과 갈등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려는 노력보다는 공권력으로 민심을 짓밟아버렸다. 진보된 합의를 못 이룬 정부를 민주정부라 할 수 있을까. 소수의 가진 자들과 소통만 하는 정권을 다수가 지지를 할 수 있을까.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을 뿐이다.

침울한 분위기에 휴대전화의 경쾌한 음악이 자리를 흔들었다. 마무리를 할 상황이 된 듯했다. 촛불집회를 통해 출판인으로서 발간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그리고 마지막 질문- 참여연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을 주문했다.

“촛불을 꺼도 좋도록 문제가 해결되진 않았잖아요. 책 내는 일은 천천히 생각할 거예요. 지금 생각으로는 대책회의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시민들을 어떻게 바라보았는지 그게 궁금해요.”

이어 명광복 회원이 말한다. “시민운동 흥망사 같은 걸 내고 싶어요. 저는 이번에 시민운동에 관하여 많은 관심을 가졌어요. 유화적인 정권 하에서는 시민운동이 열려 있는 공간에서 크게 다루어질 수 있지만 공안정국으로 가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요.”

부부는 허허롭게 웃으며 참여연대에 대한 애정 어린 비판에는 한 목소리를 냈다. 실무에 매몰되지 않았나, 체계적인 방안을 제시하지 못 하고 뒷줄에만 서 있지 않았나, 먼저 깃발을 들었어야 하지 않았나, 회원가입이라도 많았어야 했는데…. 한 식구다운 비판이었다.

‘커피녀’는 또 조계사로 향할 준비로 분주했고, 옥상 가득 쏟아졌던 햇살에는 바람기가 살랑거렸다. 여름은 조용히 그 고달픈 눈을 감듯이 탄압정국에도 필경 끝이 있으리라.


2008/09/01 21:36 2008/09/01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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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개를 달았습니다

한동안 비가 많이 오더니 더위가 조금 가신 듯하네요.
아무쪼록 회원 여러분들이 비 피해 없이 편안하게 가을맞이하시길 바랍니다.
늘 이맘때면 얼굴을 내미는 옥수수가 참여연대에도 찾아왔습니다.
옥수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강원도 정선에서 권광희 님이 옥수수를 5자루나 보내셨습니다.

또 손혁재 님께서는 따끈한 떡을 보내주셔서 출출한 오후에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항상 챙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박정태 님께서는 지난 달 날개를 보시고 usb 키보드를 보내주셨습니다.
꼭 필요한 것이었는데 정말 고맙습니다. 유용하게 쓰겠습니다.
회원 여러분 덕분에 기운차게 2008년 하반기 준비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회원 여러분들도 가을맞이 잘 하시고,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날개를 달아주세요
절약에 절약을 하려고 해도 쉽게 줄지 않는 것이 A4용지네요. 그래서 이번에도 A4용지를 날개달려고 합니다.
회원 여러분의 후원 부탁드립니다. 고맙습니다.
문의 : 총무팀 송정섭 간사 02-723-5304


인간애벌레
※2008년 9월호부터 못된여자 님이 지면을 통해 「참여사회」 독자여러분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매월 꿈 이야기를 전해드릴텐데요.
못된여자 님의 생각과 다른 해몽을 하고 싶으시다면 acham@pspd.org 로 보내주세요. 작은 선물을 드립니다.^ ^

※2007년 1월호부터 2008년 7월호까지 사회 현안을 재미있는 이야기로 들려주신 만화작가 이정욱 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2008/09/01 21:31 2008/09/0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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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힘으로 꽃피운 대한민국 역사



정동열 참여연대 회원 kyury811@naver.com


“대한민국 건국 60년은 성공의 역사였습니다. 발전의 역사였습니다. 기적의 역사였습니다. …소모적인 대립과 갈등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습니다. 선진일류국가를 위해 모두 힘을 합해야 합니다. 우리 모두 함께 앞으로, 앞으로 나아갑시다.”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일 축사에서 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역사를 성공의 역사로 규정하고 이제는 선진화를 위해 힘쓰자고 역설했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 63주년 및 건국 60주년 행사에서 ‘광복’보다는 그 동안 뉴라이트 학자들이 주도해온 ‘건국’에 무게중심을 뒀다. 이 날 한국 사회는 둘로 갈라졌다. 정치권도, 시민사회도 둘로 나누어져 서로 다른 장소에서 다른 생각과 말로 8·15 기념행사를 가졌다.

한국 현대사를 둘러싼 논쟁이 저물어가는 여름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정부 수립이냐, 건국이냐 하는 문제는 항일운동을 포함한 근현대사에 대한 해석은 물론 국가 정체성과도 직접적으로 연관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18일 참여연대 느티나무 홀에서는 참여사회연구소와 의제27, 코리아연구원 주최로 〈대한민국사의 재인식: 48년 체제와 민주공화국〉이라는 주제의 공동토론회가 열렸다. 이 날 역사학자뿐만 아니라 사회학자, 철학자, 법학자 등 각계의 학자들이 모여 건국 60주년 담론의 허점, 48년 체제의 공과, 민주공화국의 진정한 의미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토론했다.

건국 60주년’담론은 역사 왜곡이자 위헌

토론자들은 뉴라이트와 이명박 정부의 ‘건국 60주년’담론은 역사를 왜곡할 뿐만 아니라  위헌적인 해석이라고 지적했다.

한시준 단국대 역사학과 교수는 “이는 임시정부를 비롯한 독립운동의 역사를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1910년 이후의 역사를 단절시키는 결과가 되는 것으로 심각한 역사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한 교수는 이어 “우리 역사에서 처음으로 국민주권과 민주공화제를 채용한 것은 1919년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였다”며, “1948년 8월 15일에 선포한 것은 대한민국 건국이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이며, 임시정부를 계승하고 재건하여 수립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지봉 서강대 법대 교수는 “현행 헌법을 보면 3·1 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다”며, “헌법학자들은 대한민국이 임시정부의 헌법적 정통성을 계승한 후속 국가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이어 “건국을 48년으로 잡으면, 일제 강점기도 헌법적으로 정당화되고 친일 반민족 행위자의 재산을 몰수하는 법률은 헌법적 근거를 상실해버린다”고 지적했다.

이병천 강원대 경제학부 교수는 건국 담론의 바탕에 깔려 있는 이분법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았다. 이 교수는 “우파만 대한민국 국민으로 인정하고 좌파는 국가 보안법의 대상으로 인식해 이들을 억압해온 역사를 정당화하는 이분법적 역사 인식은 억압과 폭력의 역사를 은폐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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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년 체제’는 반공체제

김득중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은 “일부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라고 말하는데, 이는 아버지가 자식의 생살여탈권을 가진 것처럼 지도자가 국민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뜻을 내포하고 있으므로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국가보안법을 만든 이 전 대통령이 반공이데올로기로 유지되는 체제를 만들어냈다고 보는데, 반공체제의 본질은 이승만 세력에 반대하거나 언제 반항할지 모르는 일반 시민을 억압하고 배제하는 데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이 과정에서 죽은 사람들은 공산주의자가 아니었다. 많은 대중들이 공산주의자라는 딱지를 붙이고 죽었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는 민주공화국인가

토론자들은 우리 사회를 ‘민주공화국’이라 부르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임지봉 교수는 “우리나라는 중앙집권적 전제공화국에 가깝다”며, “말로는 법치주의로 운영된다고 하나 실제로는 경찰기구의 무자비한 테러와 탄압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지 꼼꼼히 분석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해구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대한민국은 실질적으로는 반공국가”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공화국은 아래로부터 시민들이 참여해 시민 스스로 나라를 세워 인민주권에 의해 참여하는 것을 말한다”며, “대한민국은 미국의 영향력에 의해 반공세력이 세웠고 이 과정에서 시민들은 배제되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촛불집회에서 이제야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얻은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며, “한국의 공화국은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상봉 전남대 철학과 교수는 “민주공화국의 기준은 법치와 공공성의 원칙인데, 한국사회에는 공공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공공성에 대립되는 경제주의가 목적이 되는 ‘민주공화국’은 기업국가에 가까우며 결국엔 사적인 소유로 넘어가 해체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민국 역사의 주인공은 시민

학자들은 역사의 주인공인 시민에게서 희망을 찾았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양학부 교수는 “친일파 국가주의자들로부터 시민의 힘으로 민주화를 이루어낸 역사가 바로 대한민국 현대사”라며 “민주화 운동이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아왔다”고 말했다. 정해구 교수도 역사를 성공으로 이끈 주체는 민주화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또한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의 한 ‘요소’일 뿐”이라며, “정부와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자들도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김호기 연세대 사회학과 교수는 4월 혁명과 광주 민주화 운동, 6월 항쟁이 우리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고 주장하고 촛불운동도 이런 사회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민주주의와 민주공화국의 이념에 생명과 활력을 불어넣는 사회운동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이어 “우리 과제는 사회운동으로 표출된 열망을 제도가 어떻게 적절히 수용할 것인가, 사회제도와 사회운동 사이의 생산적 긴장과 협력을 어떻게 제도화할 것인가에 있다”고 밝혔다.

친일파, 반공주의 그리고 독재는 오늘날 한국사회가 극복해야 하는 것이지 기념해야 할 것은 아니다. 폭풍우 속에서도 제 삶의 자리를 온전히 책임지려 애쓰는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의 대단한 이야기가 바로 우리의 역사요, ‘선진화’의 원동력이다.


2008/09/01 21:28 2008/09/01 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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