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가 축제되는 날을 위하여


성별, 연령별, 직업별, 지역별로 적정하게 구성된 2004총선시민연대 유권자위원회는 2월4일, 9일 두번에 걸쳐 공천반대명단선정 심의과정에 참여했다. 2차명단 발표장에서 '유권자위원회가 국민께 드리는 글'을 읽어 듣는 사람들로 하여금 뜨거운 눈물을 삼키게 했던 유권자위원을 통해, 긴장하며 보낸 1박2일의 얘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신성자 2004총선시민연대 유권자위원 주부 slsocho@hanmir.com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국민 개개인이 현역 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비리와 부패를 어떻게 감시 할 수 있을까. 유권자위원회에 참여하여 자료를 보며 ‘그래 맞아 이런 사람은 절대로 국회의원이 되면 안돼. 모든 국민이 직.간접적인 피해자야’하던 절실한 마음이 참여하지 않은 다른 사람들에게는 어떻게 전달될까. ‘맞아 저 사람, 뉴스를 장식했던 사건의 주인공, 장안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인데….’ 단순히 뉴스를 통해서 귓전을 스치고 지나간 사건도 있었고, 몇 날 몇 일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도 있었다. 하지만 어쩌랴! 혼자서 그 무엇을 할 수 있었겠나.

‘2004총선시민연대 유권자위원회’는 공천대상자의 인물과 그의 행적들을 보며 준거의 틀을 만들고 사안 하나 하나를 확인하고 각 당에 낙천자로 권고할 사람들을 선정하기 위하여 표본 추출을 통해 선정된 유권자의 의견을 필요로 했던 낙천대상자 선정심의과정 중 하나이다. 유권자위원들에게 자료가 오기 전까지 준비과정에서 몸과 마음을 기울여 준비해 왔을 법률.정책자문단, 참가단체 대표단, 그리고 1박2일씩 두 차례 동안 몸과 마음, 시간도 만만치 않았던 총선시민연대 실무자들의 노고를 되뇌어 본다.

우리 사회에서 평범한 시민이 건강한 의식을 갖는다는 건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개인적으로 정치에 크게 기대하지 않으며 지냈지만 몇 년 전 의정부에 법조비리 사건이 터졌을 때 고발장 접수를 했던 적이 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는 사건인지라 나 또한 미래의 잠재된 피해자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2004총선시민연대 유권자위원으로 참여 권유를 받고는 잠시 망설임이 있었다. 정치에 전문적인 식견이 없다는 것과 인물들을 어떻게 선별할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꾸어 생각하면 우리나라 정치라는 것에 어떤 원칙이 있단 말인가, 또 내가 유권자위원으로 선택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럴 땐 왜 이렇게 맘이 약해질까, 아니 용감해질까이다.

당일은 다가오고 사전에 연락은 없었고 탈락인가보다 하며 당일 날 다른 일정으로 바쁘게 집을 나서려는데 휴대전화에 문자가 뜬다. 모일 장소와 시간 준비물에 대한 안내이다. 맘이 좀 바빠졌다. 일 보고 집에 다시 들어와 준비물 챙겨 목적지에 가니 같은 곳을 가는 듯한 사람들이 꽤 여럿 보인다.

난상토론 ‘유권자위원회’

출입구를 들어서자마자 기자가 잡아 어떤 기준으로 인물을 선정 할 것인가 하는 질문을 한다. “부패, 비리, 무소신(당적 이적)” 간단히 대답하고 현관에 들어선다. 신분 확인하고 휴대폰 보관하고 주변으로 시선을 돌리니 외부와 연락 금지가 준수사항이라는 문구가 눈에 띈다. 회의 장소인 강당에 들어서 낯선 얼굴들 틈에 빈자리를 찾아 앉고 두리번거린다. 진행요원은 온 사람 챙기고 안내하느라 바쁘고 취재기자들은 여기저기 인터뷰 모습들을 담느라 바쁘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취재진들은 집행부로부터 퇴장을 요구받고 물러갔는데 빈틈없는 집행부, 실내에 몰래 카메라와 녹취 장치 점검을 놓치지 않는다. 아니나 다를까 실내스피커 위, 창문 앞에 놓여있는 물건들 잡아내고 꺼져 있는 듯한 스탠드카메라도 모두 퇴장이다. 커튼도 한번씩 흔들어 확인하고 다시 자리 정돈하고 진행 일정을 알린다. 공천반대자 선정작업 돌입 전 낙천대상 선정기준 합의에 대한 토론으로 상당한 시간을 소요한다. 이는 김민영 총선시민연대 공동사무처장의 정확한 설명으로 유권자위원들에게 충분히 반영됐고 본격적인 명단 브리핑이 시작된다. 낙천대상자가 한명씩 호명될때마다 긴장감이 흐르고, 몇몇 유권자위원은 분노를 참지 못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프리젠테이션으로 공천 반대자를 안내하고 있던 노트북이 사람보다 더 열 받아 다운되기를 몇 번, 그렇게 긴박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2004총선시민연대 유권자위원회’에 참가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평범한 시민들이다. 모르는 사람끼리 옆에 앉아 같은 사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도 막상 심의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이 표현되는 재미있는(?) 결론이 나기도 한다. 참여한 유권자위원들은 각양각색이다. 건강한 상식으로 판단하는 유형, 국회의원들의 행적을 꿰고 있는 비리백과사전형, 국회의원인명사전형 등 이들의 다양한 모습에 집행부도 놀란다.

2004총선을 끝으로 낙천낙선운동은 그만!

1차 현역, 2차 원외인사 합쳐 부패비리에 적용된 비율이 40%가 넘는 것을 보고 부패공화국이란 신조어가 아직도 유효하다는 탄식이 나온다. 반인권(여성비하 포함), 지역감정조장 등의 저질발언으로 국회의원으로 자질이 없다고 판단되는 인사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국민들의 마음을 분열시키는 걸 임무로 알고 있는건 아닌지 의문스럽다.

주변 사람들에 대해 일상의 만남에서 대화로도, 상대가 어느 신문을 보느냐에 따라서도 알 수 있듯이 인물에 대해 아주 가끔 편향성을 가진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대다수의 유권자위원은 공감할 수 없어 했으므로 성숙한 시민의식의 반영이었다고 나름대로 평하게 된다.

지금까지 두 번의 유권자위원의 역할이 끝나고 언론매체를 통해 2000년총선연대 활동사진에서 당시 낙선대상자의 자료를 보게됐다. 티와 들보의 관계가 떠오른다. 자신에게 분명 커다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흠은 ‘대들보’ 아닌 ‘티끌’이라면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국민이 국회의원들에게 느낄 수 있는 반감을 오히려 그들이 겸허하지 못한 행동으로 드러내는, 매우 감정적인 피해 의식이라는 것에서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 한 사람의 판단이 모두 바람직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에 근거한 다수의 판단은 옳으며 역사를 이끌어 가는 원동력이 되고 자정 능력을 갖는다고 나는 믿는다. 이번 총선연대 유권자위원으로 참여하며 낙천낙선을 위한 총선연대 활동이 이것으로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차기에는 낙천이 아니라 공천과 지지를 위한 총선연대가 되기를 바라며, 선거가 돈과 권력에 의해서가 아닌 지지자를 위해 기꺼이 자원봉사하는 시민들에 의해 치러질 수 있기를 바란다면 아직은 이른 꿈일까?

국가의 기반은 국민이다. 국적 없는 사람은 있을 수 있어도 국민 없는 국가는 있을 수 없다. 국회의원은 국민의손으로 선출되는 사람들이다. 국민의 대변자인 국회의원들의 지지, 견제, 감시 또한 모두 국민의 몫이다. 2004총선시민연대 유권자위원회는 유권자 모두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지만 건강한 사고를 가진 국민이 모여 본연의 의무를 다한 것이다.

신성자
2004/03/01 00:00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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