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10년, 성찰과 전망


참여연대가 오는 9월로 창립 열 돌을 맞는다. 지난 1994년 9월 10일 200여 명의 회원으로 출범한 참여연대(창립 당시 공동대표 김중배.오재식.홍성우)는 이제 회원 1만3000여 명 규모의 대표적인 시민운동단체로 성장했다.

참여연대 10년, 시민의 힘 10년

90년대는 시민의 변화요구와 기득권의 공고한 벽이 엄존하던 격동의 시기였다. 참여연대가 표방한 권력감시와 시민권리찾기는 민주화의 초입의 어수선하고 역동적인 시기를 맞고 있던 한국사회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작용했다. ‘시민의 힘이 세상을 바꾼다’는 참여연대의 구호는 점차 시민운동 공동의 출사표가 되었고, 지난 10년간 한국사회에서 나타난 일련의 경탄할만한 역동적 시민행동을 요약하는 상징적 표현으로 자리잡았다.

권력형 부정부패 척결, 사법정의 구현, 정치개혁, 재벌개혁과 기업투명성, 사회복지 실현 등 참여연대가 제기한 주요 이슈들은 당시 한국사회의 절박한 과제들을 적절히 포착한 것이었다. 95년 터져 나온 전두환.노태우 전직 대통령의 비자금 사건은 정경유착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었고, 괴도(怪盜) 신창원 사건, 성수대교와 삼풍백화점 붕괴사건 등 당시 한국사회를 들끓게 했던 가치전도와 부실의 근원이 무엇인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특히 1997년의 외환위기는 이 모든 문제점들이 응축되어 화산과도 같이 폭발한 충격적 사건이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참여연대가 선도적으로 제기했던 개혁과제들은 지체할 수 없는 필수적 개혁과제로 부상되었다. 97년 이후 참여연대의 부패방지법 제정운동, 검찰개혁운동, 정치개혁-낙선운동, 재벌개혁-소액주주운동,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운동 등이 가시적 결실을 맺게 된 것은 이러한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참여연대의 10년은 시민행동수단이 개발되고 풍부해져온 과정이기도 하다. 참여연대는 시민의 힘을 보여줄 권력감시의 수단으로 공익소송과 집단소송, 입법청원과 공익로비, 1인시위, 낙선운동, 소액주주운동, 정보공개운동, 내부고발자 지원, 시민합의회의, 유권자위원회 등 다양하고 창조적인 행동수단을 개발했고 시민운동의 일반적 수단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참여연대의 이런 활동들이 회원의 자발적인 회비로 충당되는 자립적 재정구조에 의해 뒷받침되어 왔다는 사실은 참여연대 회원 모두의 가장 큰 자부심이자 긍지가 되고 있다. 회비에 의한 재정자립 원칙은 권력감시 단체에게 필수적인 독립성을 보장해줄 뿐만 아니라, 참여연대를 무사안일과 나태로부터 견인하는 든든한 뒷심으로 작용하고 있다.

새롭게 주어진 과제 ‘변화와 전환’

지난 10년간 눈부신 성장의 길을 걸어온 참여연대는 최근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는 한국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다. 남북관계 개선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과 북핵위기로 구체화된 한반도 위기 등 일련의 흐름들은 통일을 앞 둔 한국사회의 대격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동안의 부단한 민주적 개혁과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97년 이후 개방화로 인한 빈부격차는 더욱 극심해지고 있고, 시민들의 삶은 더욱 위태로워지고 있다. 참여연대가 그 동안 치중해온 권력감시의 과제들은 여전히 핵심적인 개혁과제로 남아있지만 이들 새로운 사회적 화두에 대한 시민행동의 절박성 역시 간과할 수 없다. 따라서 기존의 권력감시운동을 정착시키는 것과 더불어 이들 새로운 과제들을 참여연대가 어떻게 흡수할 것인지가 매우 중요한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참여연대 발전을 위한 내적 성찰의 과제들도 적지 않다. 그 동안 대변자적 운동의 눈부신 성장 이면에서 답보 상태였던 회원 의사소통 구조를 온라인-오프라인 양면에서 어떻게 확충할 것인가, 젊고 의욕 있는 전문적 지도력을 어떻게 보강할 것인가, 거대화되어 가는 참여연대 조직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분권화.자립화 할 것인가, 상근자들의 재충전 기회와 장기근속의 전망을 제시하기 위한 대책은 무엇인가 등이 그것이다. 참여연대 외부에서의 제안과 지적도 경청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외로운 외침에 더욱 능동적으로 연대해야 하지 않는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단체인 참여연대가 ‘비판하는 데는 익숙하지만 비판을 경청하는 데는 소홀하지 않느냐’는 지적들은 10주년을 맞는 참여연대가 깊이 통찰해야 할 과제라 하겠다.

참여연대는 창립 10주년을 성찰과 도약의 계기로 의미 있게 맞이하기 위해 지난 2003년 총회에서 희망과비전위원회(위원장 박은정)를 발족키로 하고, 이 위원회에 참여연대 10주년 평가작업과 기념행사 준비 등을 총괄하도록 위임한 바 있다. 희망과 비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13일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착수했다. 산하에는 △참여연대 10년 평가전략소위, △10년사 편찬위원회, △참여연대장기발전기금 모금위원회, △각종 기념행사 준비 실무팀을 두고 있다.

돌아보기와 내다보기

참여연대 10년을 냉철히 평가하고, 내외의 제안을 수렴하여 새로운 비전을 내놓은 일이야말로 10주년 기념사업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이 일은 주로 10주년 평가전략소위(위원장 차병직)와 10년사편찬위원회(위원장 박원순)의 몫이다. 평가전략소위는 집행위원들로 구성되며 참여연대 각 활동영역을 평가하고, 향후 10년 동안 새롭게 투자할 영역과 축소할 영역, 조직재편의 방향 등을 토론한다. 평가전략소위는 작년 10월이래 매월 정기회의를 개최하고 있고 오는 9월까지의 논의결과를 정리해 ‘참여연대 비전보고서(가칭)’로 제출할 예정이다.

10년사편찬위원회는 참여연대 10년간의 대내외 활동 과정과 결과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한편, 그 기록을 복원.보전하기 위한 데이터베이스화를 시도하는 방대한 작업을 담당한다. 작업 결과는 10년사 Ⅰ.Ⅱ로 출간하게 될 예정이다. 10년사Ⅰ은 자료묶음이다. 10년간의 활동을 개괄적으로 요약한 자료집과 10년간의 모든 발표자료와 주요회의자료, 통계를 담은 CD를 세트로 3월 중 출간할 예정이다. 10년사 Ⅱ는 참여연대의 활동의 세밀히 평가하고 그 활동 수단별 효과를 분석한 본격적인 분석평가서다. 9월 창립기념일을 전후에 단행본 형태로 발간할 예정이다.

회원.시민사회와 함께 하는 기념 행사

10주년을 가장 기뻐하고 함께 축복해 줄 이들은 당연히 참여연대 회원들이다. 참여연대 10주년은 회원참여의 축제가 되어야 한다. 먼저 오는 5월부터 7월까지를 참여연대 10년 돌아보기 회원 대토론 기간으로 설정하여 10주년에 즈음한 회원들의 평가의견과 제안을 수렴할 예정이다. 이 기간 동안, 참여연대 전직임원 초청 간담회, 회원의견수렴 온라인-오프라인 여론조사, 참여연대 평가 공청회 등이 개최된다.

오는 9월 10일 창립기념일은 창립이래 10년간 참여연대와 함께 고락을 같이 했던 열성회원, 역대임원, 활동가들이 함께 어울리는 축제의 날이 될 것이다. 그 날 행사 참가자들은 참여연대가 10년 동안 제작한 1000여 종의 플래카드로 만들어진 대형 걸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참여연대 10주년은 내부의 잔치일 수만은 없다. 참여연대 내외의 비판과 제언을 경청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참여연대 10년을 한국사회운동 발전과 한국사회 변화의 맥락에서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학술대회가 오는 6월 기획된다. 정책위원회와 참여사회연구소가 준비하는 이 학술대회는 참여연대 외부의 연구자들의 예리한 분석적 시각으로 참여연대를 해부하는 의미 있는 자리가 될 전망이다. 한편, 참여연대식 권력감시운동은 이미 아시아 시민운동의 한 전형으로 인식되어 아시아 지역 엔지오(NGO)들에게 빠르게 전파되고 있다.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의 엔지오와 함께 아시아 권력감시운동의 사례를 나누는 아시아권력감시운동워크숍이 9월 전후 개최될 전망이다.

희망의 씨앗 뿌리기 - 참여연대 장기발전기금 모금운동

참여연대를 지탱해온 힘은 자립재정이었다. 향후 10년을 준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일 역시 장기발전을 위한 안정적 재정기반을 구축하는 일이다. 참여연대 장기발전기금이 그것이다. 참여연대는 지금까지 회원들의 노력으로 적자재정을 면하는 수준까지는 이르렀지만 장기적 발전에 필수적인 투자재원까지 마련하는데는 역부족이었다. 예를 들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현 사무실은 순수한 사무공간으로 활용하기에도 비좁은 수준으로 회원과 자원활동가들의 자유롭게 오고갈 수 있는 공간마련은 엄두도 못 내고 있는 실정이다.

조만간 확장이전 등이 불가피하다. 창립 10년을 맞은 참여연대로서는 상근 인력들에게 안정적인 근무여건이나 재충전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적지 않은 고민거리다. 희망과비전위원회가 창립 10주년을 맞는 올해를 중요한 ‘앵벌이 기간’으로 설정한 것은 이 같은 고민에서다.

희망과비전위원회는 산하에 ‘(가칭) 참여연대 씨앗기금 조성위원회’를 설치하여 연중 장기발전기금 모금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참여연대는 장기발전기금 자체에 후원하는 방안, 건물기금, 상근자 재충전 기금, 참여연대 사무환경개선기금, 연대기금 등 다양한 목적형 기금에 지정기탁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 등 기탁방안을 다양화함으로써 후원자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는 탄력적인 모금 프로그램을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위원회는 3월 총회를 통해 발족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제시된 일정 외에도 희망과비전위원회는 오는 3월 총회와 이후의 회원의견 수렴을 통해 10주년 사업계획을 추가로 확정해나갈 예정이다.

이태호
2004/03/01 00:00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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