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와 맞서 건강을 지키자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모든 것을 시장화한다. 지식과 정보, 교육과 의료, 전력과 상수도 같은 영역뿐만 아니라 심지어 개인의 신용과 연대(카드 위기와 다단계판매망을 보라!)마저도 상품의 논리에 휘말려버리고 만다. 건강에 있어서도 세계화의 흐름은 의료를 상품화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삶의 구석구석을 침투하여 건강을 파괴하고 있다.

민중의 건강을 위협

사회적 생존의 기초가 되는 생산과정에서부터 세계화는 민중의 건강을 위협한다. 유해 기술 및 유해 물질의 전지구적 유통이 활발해지면서, 각종 유해사업이 제3세계로 이전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포스트 포드주의적 축척체계는 다수 노동자들의 고용의 안정성을 해쳐 고용의 형태가 비정규직화 되고 실업을 극대화한다. 실업에 의한 영향은 단지 소득의 축소뿐만 아니라 사회적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해침으로서 육체적, 정신적으로 인간을 황폐화한다. 그 귀결로 노동강도가 점증하는 것은 필연이다(노동운동의 발달로 인한 산업재해의 감소가 90년대 말 이후 다시 그 빈도와 강도가 높아졌음은 이를 반증한다).

날로 치열해지는 세계 경쟁 속에서 노동자들이 투쟁으로 획득한 노동자 보호를 위한 규제 및 제도적 장치들은 사라져가고 있다. ‘자유화된 전지구적 시장’이라는 구호 아래 자유로운 자본의 이동을 위해 각종 규제가 철폐되고 완화됨으로써 노동자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건강의 빈부격차 확대

집합적 소비로 인정되어 사회적으로 보장받던 보건과 의료가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로 인하여 축소된다. 보편적 복지의 개념이 ‘잔여 복지’의 개념으로 축소되면서, 사회가 책임지는 보건은 영역뿐만 아니라 질적으로도 저하되는 것은 당연하고, 결과적으로 건강에서의 빈부의 격차는 확대될 것이다.

우리의 경우 2002년 통과된 '경제구역특별법'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내의 외국인 자본 병원이 들어오면, 의료의 시장화, 상품화가 가속될 것이다. 외국인 자본은 이윤의 송환을 위해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설립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윤의 확보를 위해 특별구역 내의 외국인분만 아니라 내국인 진료마저 가능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의료기관에 대한 의료보험가입의 강제지정마저 없애도록 요구하면서, 국내의 의료보장체계 자체를 뒤흔들려 하고 있다.

가뜩이나 공공의료의 확보가 불충분한 국내 보건의료여건에서 국민 건강은 파멸로 치달을 것이 불 보듯 자명한 상태이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시장의 효율성을 핑계로 국민건강보험을 강화하기보다는 외국 독점 자본이 판치고 있는 사적 의료보험제도를 도입하겠다고 나서고 있다.

초국적 독점 제약자본의 생명을 담보로 한 장사

거대 독점 자본화 된 제약자본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나아가 과학기술의 상품화를 보장하기 위한 지적재산권이란 규제적 장치를 무기로 한 채 생명을 담보로 한 장사를 시작하고 있다.

글리벡과 같은 특허약의 개발이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키기보다 거대독자본의 독점이윤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인류의 죽음을 방치하고 있다. 약을 더 싸게 공급하는 것을 방해하는 이들 자본의 로비력으로 이제 환자들은 약이 없어서가 아니라 약이 비싸 못 먹어 죽을 판이다. 최근에는 말기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레사’란 신약이 뒤를 잇고 있어 앞으로 대장암 특효약이 발매될 예정이라 한다. 적정한 상식선의 특허료를 뛰어넘는 폭리를 보장받기 위해, 저렴한 복제품들의 생산 및 강제가격실시를 금지하는 등 독점 자본의 이해를 대변하는 국제적 시장질서가 강요되고 있다.

상수도마저 사유화?

세계화는 시민의 일상생활을 이루는 영역을 시장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먹거리이다. 세계 곡물시장의 80%가 5개의 곡물독점자본이 지배하고 있는 구조에서 이들의 지배력은 자유로운 시장질서가 세계화되면서 구매.판매에서 막대한 정보력과 자금력으로 엄청난 폭리를 취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유전자 변형을 통한 종자에 대한 특허권뿐만 아니라 연관되는 농약, 살충제 등에 대한 특허권까지 가지고 있어 생산에서의 지배력마저 강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로 이들은 제3세계 민중의 생살여탈권(生殺與奪權)을 쥐게되었다. 지구적인 종의 다양성을 해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아직 밝혀지지 않은 위험의 세계적 확산이 어떤 생태적 재앙을 초래할는지 누구도 알 수 없다. 광우병 파동은 이의 불안한 암시일지도 모른다. 몇몇 독점자본은 전통적으로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상수도수마저도 사유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정도이다. 이제 생명의 기본적 조건인 수돗물마저 독점 자본의 손에 맡겨지게 될 위험에 처한 것이다.

공급 중심의 경제정책은 생산과 소비에 있어 유발되는 환경의 파괴와 건강의 침해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으로 확대시킨다. 공급 중심의 개발 논리는 그나마 최소화된 자연을 훼손하고 있고, 대기, 토양, 및 하천을 오염시키는 각종 규제는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다.

공공의료의 양과 질적 확대 절실

건강에 있어 세계화가 초래할 문제는 가히 위협적이다. 위기이다. 하지만 우리는 세계화에 의해 초래될 보건 의료체계의 시장화의 상을 그리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화에 대한 기본적 인식마저도 부족하다.

세계화는 사회 곳곳에서 실현되면서 그나마 우리가 확보해왔던 삶의 질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들을 해체하고 있다. 당연시 돼왔던 공공 영역조차 자본의 침투로 시장화되어 가고 있다. 건강에서도 20 대 80의 사회가 우려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이제 보건의료분야에서 세계화와 맞서 건강을 지키기 위한 투쟁은 2004년 사회운동의 중요한 과제이다. 우선적으로 공공의료의 당위를 사회적으로 설득해 내고, 정부로 하여금 지난 공약에서 약속한 대로 적어도 30%의 공공의료 확보를 실천하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말뿐인 건강보험이 진정 사회보험 본래의 공공성을 갖추어 환자의 부담을 낮추고 보장성을 확대하도록 보험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그나마 사적의료의 공적 역할을 강제해 왔던 제도적 장치, 즉 영리법인의 의료기관 개설 금지, 건강보험 의료기관의 강제지정 제도, 건강보험에서의 사적보험 등을 해체하려는 독점 자본과 권력의 검은 욕구를 막아내야 할 것이다.

박한종
2004/03/01 00:00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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