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풍경] "포드, 시동을 걸어라"
2004/2004년 03월 :
2004/03/01 00:00
포드자동차, 환경,인권,국가안보를 먼저 생각해야
벌써 미국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여전히 전 세계를 위험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던 그 대량살상무기는 코빼기도 안 보이니 말입니다)이라크를 침공한 지 1년이 다 되어가는군요. 저 같은 일반인이 이해할 수 없는 이런 저런 복잡한 정치적, 사회적, 국제적 이유가 ‘물론’ 있었겠지만, 1991년 1차 걸프 전쟁 때부터 해서 지난해의 이라크 전쟁에 이르기까지 세계 2위의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의 석유가 중요한 이유였었다는 거, 이제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죠. 자, 이번에는 그 석유와 관련된 이야기입니다.
석유중독이 부르는 피해
혹 지난해 미국에서 “SUV(스포츠 유틸리티 차량)가 테러를 돕는다”는 30초짜리 TV 광고가 화제가 됐던 거 기억하세요? 친환경주의 단체인 ‘디트로이트 프로젝트’가 내보낸 이 광고는 “석유를 많이 사용하는 SUV를 몰면 중동의 오일 달러를 늘려 테러조직을 간접 지원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지요. 글쎄, 실제로 SUV를 몰면 테러조직을 간접 지원하게 되는지 어떤지 그 복잡한 커넥션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일반 차량보다 많은 석유를 꿀꺽꿀꺽 먹어치우는 SUV가 환경문제며 인권문제, 국가 안보의 문제까지 무언가 심각한 많은 문제를 일으키는 건 사실인가 봅니다.
최근 미국에서는 SUV를 비롯해 석유 소비량이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는 포드 자동차를 대상으로 하는 캠페인, ‘포드, 시동을 걸어라(Jumpstart, Ford)’가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캠페인은 글로벌익스체인지와 열대우림보호네트워크(Rainforest Action Network)가 공동으로 벌이고 있는데요, 이들은 지금 미국이 심각한 석유 중독 상태에 빠져있으며 이로 인해 앞서 말한 환경, 인권, 국가안보의 문제 등이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포드 자동차가 앞장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석유 중독이라, 다시 말해 미국이 다른 모든 에너지들 중에서도 유독 석유에 의존하고 집착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실제로 미국 인구는 세계 인구의 5%밖에 되지 않지만 세계 석유의 25%를 소비하고 있을 정도로 석유 의존도가 높습니다. 그런데 이 과도한 석유의존, 석유중독은 미국 내외에서 심각한 문제들을 발생시키고 있다고 하는데요. 먼저 인권유린 문제부터 봅시다.
지난 10년 간, 유출된 석유 정화를 요구하는 지역 시위대들은 석유 회사 경비원들이 살해하는 등 나이지리아 델타 지역에서만 다국적 석유 기업에 고용된 군벌들에 의해 2000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에서는 미국의 석유기업 엑슨모빌이 인도네시아 군대에 엄청난 병참지원을 해주는데, 이들은 그 보답으로 석유 채굴 지역에서 엑슨모빌에게 골칫거리인 지역 활동가들을 고문하고 납치하고 심지어는 살해도 해왔습니다. 미국 정부는 또 콜롬비아에 있는 미국의 옥시덴탈 정유회사 소유의 석유 파이프라인을 지키라고 콜롬비아 군대에 매년 9800만 달러를 꼬박꼬박 지불하고 있습니다. 이 파이프라인 경비 임무를 맡고 있는 군대는 18명의 민간인이 살해당한 사건에 연루되어 있음에도 아무런 조사 작업조차 이루어지고 있지 않습니다.
열대우림 파괴문제도 심각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매일 21만4000에이커의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있는데 그 주된 원인 중의 하나가 바로 석유 수요를 충당하기 위한 것입니다. 우선 열대우림 지역에 도로가 뚫리면서 생태계 파괴, 대기오염, 토양침수 등의 피해가 발생하고 트럭과 석유 채굴 소음은 민감한 야생동물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지요. 에콰도르에서는 1971∼1991년 사이 텍사코 석유기업의 석유 채굴 행위로 200만 에이커의 삼림이 파괴되었으며 1680만 갤런의 석유가 유출되었고, 이들이 버리고 간 발암성 물질과 기타 유독성 폐기물만 해도 430만 갤런이 넘습니다.
또 아주 오래 전부터 미국 대외 정책 결정자들의 정책 결정에서 석유가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게 되면서 심각한 국제 분쟁을 유발했지요. 1953년, CIA는 석유 국유화를 주장했다고 해서 민주적으로 선출된 이란 지도자에 대한 쿠데타 공작을 한 바 있습니다. 최근 사례로는 중요한 석유 생산국인 콜롬비아에 주둔하는 미군을 대폭 증강시킨 것과 두 번에 걸친 이라크 전쟁이 있지요. 그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의 왕정 독재를 묵인하는 등, 순순히 필요한 만큼의 석유를 미국에 팔아주기만 하면 이란이나 이라크, 북한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는 그렇게도 소리 높여 외치던 민주주의와 인권은 단 한 마디도 내비치지 않습니다
미국 석유소비량의 40%는 자동차
그런데 이러한 문제들의 직접적인 주범인 석유 기업들을 공격해야지 왜 한 발짝 물러서 있는 자동차 회사들을 겨냥하는지 궁금하시지요? 물론 이들의 책임을 면제해 준다는 것은 아니지만 슬프게도 이들은 아무리 비난하고 떠들어도 쉽사리 개선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들을 타깃으로 해서는 석유 중독을 고치기가 어렵다는 겁니다. 따라서 이 석유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석유 수요량을 대폭 감소시키는 수밖에 없는데 미국의 총 석유 소비량의 40%는 바로 이 자동차들이 먹어치우고 있거든요. 게다가 자동차 배기가스가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는 거, 여러분도 다 아시지 않아요? 자동차들이 이렇게 석유를 게걸스럽게 먹어대다가는 몇 십 년 지나지 않아 전 세계가 지구온도 상승, 홍수, 가뭄, 산불, 전염병 확산, 생물 멸종 위기에 처하게 될 거구요. 도시환경 오염이야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거구요. 그러니 석유 소비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감소시키고 석유 중독 체질을 개선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차량의 연비를 높인다거나 가솔린과 전기 혼용 차량, 수소 연료 이용 차량을 개발해서 석유 소비량을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것이라는 결론이 나오게 되는 것이지요. 자동차 연비만 두 배로 높여도 미국에서만 연간 16억 배럴의 석유 소비를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또 하나 묻고 싶은 것이 있죠? 그 많은 자동차 회사들 중 왜 포드 자동차만 콕 찍어서 공격 하냐고요? 사실 미국 연간 석유 소비량의 9%를 차지하는 포드 자동차들의 현재 연비가 80년 전의 모델들보다도 나쁘다던가 지난해 5월 SUV의 연비를 높이겠다는 약속을 철회해버렸다던가, 이산화탄소 배출에 있어서는 그야말로 최악이라든가 해서 미움을 받은 것도 있지만 포드 자동차만 공격한다기보다는 모든 자동차 회사의 하나의 상징으로 포드를 내세운 겁니다. 1903년에 탄생해서 미국 자동차의 대표 브랜드가 된 포드가 먼저 움직여준다면 다른 자동차 회사들도 그 뒤를 따를 수밖에 없을 거라는 거죠. 여기에 또 하나 이유가 있다면 포드가 스스로를 환경친화적인 기업이라고 선전하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는 세계 최악의 환경, 사회 문제의 주범이면서 자기네 회사에는 환경을 사랑하고 보호하고자 하는 신념으로 가득한 ‘환경영웅’들이 많다고 선전을 해대는 포드에게 “말로만 떠들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봐라”고 요구하는 거지요.
‘포드, 시동을 걸어라’ 캠페인이 포드를 비롯한 자동차 회사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먼저 2010년까지 자동차 연비를 50mpg로 높일 것, 둘째 2020년까지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0%로 만들 것. 이 요구사항들은 아주 어려운 것일 수도 있고, 전혀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들 자동차 회사들은 목표를 달성할 만한 기술력은 충분히 가지고 있지만 그럴 의지는 그다지 없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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