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세습이 고교평준화 탓?


서울대 사회과학원은 지난 1월 28일에 고소득층 자녀들이 서울대에 많이 들어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런데 엉뚱하게도 보수언론과 서울대 총장은 입이라도 맞춘 듯이 학력세습의 원인을 평준화교육 탓으로 돌리는 궤변을 늘어놓았다.

근대 이후 보통교육제도가 확립되기 전까지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계층은 소수 특권층에 불과했다. 인류가 문자를 쓴 가장 오래된 기록인 기원전 4000년경의 수메리안 비문부터 고대 중국 사회의 한자와 로마시대의 라틴어까지 문자를 해독할 수 있는 계층은 왕이나 귀족, 신부나 승려 같은 일부 계층뿐이었다. 여성과 노예를 비롯한 대부분의 피지배계층은 학교는 커녕 자신의 이름조차 쓰지도 못하는 문맹이었다.

우리나라도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서원이나 향교, 성균관 같은 교육기관과 과거제도 같은 관리선발제도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봉건왕조의 국가경영에 필요한 관리를 양성하기 위한 특수한 목적 기관일 따름이지 국민 대중을 위한 보통 교육 기관은 아니었다.

1895년에 이르러서 소학교를 설립하고 근대적 아동 교육을 시작했고, 1906년에야 보통학교령이 공포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보통 교육은 일제시대 때 식민지 통치의 편의를 위해서 왜곡된 형태로 시작되었다. 결국 국민 대중을 위한 보통 교육은 해방 이후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수 있었다.

보통 교육제도를 통하여 지식과 권력의 독점은 예전보다 약화되었고, 민주주의와 민권의식이 강화되어 보통 선거제도의 확립을 가져왔다. 왕이나 귀족의 남자들만이 누리던 특권을 평민이나 흑인, 여성들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현대의 역사는 보통교육의 혜택을 받은 평민이나 흑인, 여성 중에서 훌륭한 학자나 정치가가 많이 배출되었음을 생생히 증명하고 있다.

학력세습의 원인은 평준화 교육과 어떠한 상관도 없다. 오히려 사회적 불평등, 학벌주의, 사교육, 입시제도 같은 사회구조적 모순이 학력세습의 원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학력세습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바로 이러한 사회구조적 모순을 해결하고, 오히려 대학의 평준화와 대학교수의 인사교류 같은 보통교육의 확대가 필요하지 않을까?

박상표
2004/03/01 00:00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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