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버려!


전국의 참여연대 회원을 찾아서

시민의 힘으로 세상을 바꾸는 참여연대. 참여연대를 이끄는 힘은 전국 방방곡곡의 회원이다. 멀리 있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고 그들의 존재가 작은 건 아니다. 서울의 중앙 단일 조직으로 운영되는 참여연대가 지역회원을 만나고 의견을 듣기란 쉽지 않다. 『아름다운사람들이 만드는 참여사회』는 회원 인터뷰 코너를 통해 지역회원을 찾아가 의견을 들으며 전국의 회원들과 함께 하고자 한다. 3월호부터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의 회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편집자주.

동대구역에 도착했을 땐 막 정오가 지나고 있었다. 북비산 사거리까지는 택시를 탔고, 그후엔 조금 걸었다. 대구에 발을 딛고 바라본 거리는 서울과 많이 달랐다. 한낮이어서 일까, 북쪽 서울의 냉기로부터 제법 떨어진 남쪽 땅이어서 일까. 아직 추운 겨울이이지만 대구의 거리는 따스했다. 대구의 햇살에 봄을 느끼기 시작할 무렵, 서구 정신보건센터가 눈에 들어왔다.

김동권 회원이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몇 번이나 전화통화를 했지만 초행길 손님이 걱정스러웠나 보다. 필자를 기다리고 있는 건 그만이 아니었다. 안내 받은 온돌방엔 그의 센터 동료들이 있었고, 그들이 선사하는 반가움 가득한 웃음이 있었다. 점심시간이라고 미리 시켜둔 돌솥밥이 있었고, 손님이 낯설지 않을 따뜻한 배려가 있었다. 솥뚜껑을 열기 전부터 필자는 배가 불렀다.

김천신경정신병원에서 임상심리사로 근무하다 2001년부터 서구 정신보건센터에서 활동하고 계신다는 김동권 회원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애정과 센터 일에 대한 높은 긍지를 갖고 있는 분이다.

“임상심리를 전공하고 신경정신병원에서 심리사로 일하던 중 병원에서 근무하는 것에 한계를 느꼈습니다. 더욱 적극적으로 병을 회복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었고, 재발이 많은 이 병의 특성상 지역사회의 재활과 예방이 시급하다고 생각해 이곳 정신보건센터로 옮겨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편견’이 치료와 재활 기회 박탈

2003년 대구지하철 참사를 언급하며 사회의 편견이 치료와 재활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설명하는 그에게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대구지하철 참사 당시 사고의 발단이 되었던, 지하철 안에서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지른 사람이 정신장애인이라고 언론마다 대서특필되었죠. 장애가 없는 일반인들에게는 그가 정신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로 치부할 지 모르지만 정신장애를 앓고있는 이들과 가족에게는 사회의 한 구성원에서 배제되고 위험인자로 낙인찍히는 상처라는 것을 알고 계신지요? 이 사회에 정신장애인은 해를 끼치는 위협적인 존재라는 편견이 깔려 있는 거죠. 실제 사건사고 통계를 보면 정신장애인보다 비장애인들의 비율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편견은 정신장애인이 점점 더 병을 숨기고 쉬쉬하게 만들어 치료와 재활을 어렵게 만듭니다. 하루 빨리 편견이 해소돼 이들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그런 그가 참여연대 회원이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너무 오래 전 일이라 구체적인 계기는 가물가물 하지만, 언론을 통해 참여연대의 활동을 접하면서 이곳은 사회를 바로잡는 일을 하는 곳이려니 느꼈고, 직접 참여하고 싶지만 여건상 안 되고, 회원으로라도 가입하여 날 대신하는 참여연대와 함께 해야겠다는 맘에서 회원가입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는 참여연대의 낙천낙선운동에도 적극적인 지지와 성원을 보냈다.

“최근 대구 분위기는 2000년 총선 때와는 다릅니다. 성주와 청송에 계시는 부모님과 장인 어른만 해도 찍을 사람이 없다고 혀를 차고 계신답니다. 예전과는 완전히 딴판이죠. 짜증나는 정치인, 부패한 정치판에 대한 낙선운동에 나서고 싶은 심정입니다. 이런 시민들의 의견을 대변해서 참여연대가 낙선운동을 벌이는 것을 지지합니다.”

“정신장애인 권리 대변하는 시민로비단 만들 터”

김동권 회원은 곧 둘째 아기가 태어난다고 한다. 기쁘면서도 한 편으로 맞벌이하는 처지에서 걱정이라고 했다. “대학원에서 함께 공부하다 만나 결혼했습니다. 임상심리사로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보육이 문젭니다. 지금은 시골 부모님께 큰아이를 맡겨온 형편이라 주말가족인 셈이죠. 요새는 제법 자란 아이가 헤어지면서 “어디 가냐”고 물을 땐 발길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곧 둘째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죠. 일에 대한 스트레스는 그리 크지 않지만 재충전의 기회가 부족하고 보육 등 직원에 대한 복지, 급여 등이 열악하여 이직률이 높습니다.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일할 수 있도록 바꿀 건 바꿔야 하죠.”

“사회엔 불평등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정신장애인 분야에도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300명 이상 입원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대형 정신병원 입원자 중에 퇴원가능한 사람들이 50%가 넘습니다. 국가 전체적으로 볼 때 비효율적이고 장애인들에게도 비효과적인 치료 방법이죠. 환자에 대한 정부지원비 보조를 받으려는 대형정신병원들의 밥그릇 지키기 운영 행태가 개선돼야 하고 턱없이 부족한 지역사회 정신장애인 재활시설 확대를 위한 예산확보가 시급합니다.”

날카로운 시각으로 정신장애 분야의 문제를 짚어내는 그는 단지 문제를 지적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았다. “참여연대는 사회문제를 알리고 다른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활동을 잘한다고 봅니다. 이런 활동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어 해보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건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극복하기 위한 로비단을 꾸리는 것입니다. 자치단체장, 관련 정부기관을 만나 정신장애를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득하는 활동이죠. 대구지역의 정신보건센터와 사회복귀시설 종사자를 중심으로 해서 시작해 볼까 합니다. 이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고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예약한 서울행 기차시간에 쫓겨 서두르는 필자에게 정신장애인 보호작업장을 소개해주지 못하고 보내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던 김동권 회원. 지역에 참여연대 지부가 없어서 직접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까워하던 그에게선 소박하면서도 당당한 삶이 느껴졌다.

■ 사과 드립니다 : 지난 2월호 회원 인터뷰 기사에서 인터뷰 회원 당사자께서 비공개를 요청했던 부분이 반영되지 못하는 등 일부 착오가 있었던 점에 대하여 인터뷰 회원께 사과 드립니다.

정지은
2004/03/01 00:00 2004/03/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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