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탄핵 찬반과 유권자 선택
2004/2004년 04월 :
2004/04/01 00:00
유권자의 바른 선택이 절실
탄핵은 총선정국을 탄핵 찬성 대 반대 구도로 재편했다. 혼란스런 17대 총선 정국, 바른 선택을 위한 유권자의 혜안이 절실하다. 편집자 주
선거 한 달을 앞두고 정치판에 폭풍이 몰아쳤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손잡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자 야당들은 내심 신이 났을 것이다. 두 차례의 대통령 선거에서 잇달아 패했던 한나라당으로서는 ‘대통령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노무현 대통령을 벼랑 끝으로 밀어낸 것이 얼마나 기분 좋았겠는가. 잘 되면 노무현 대통령을 중도 하차시키고 보궐선거를 통해 정권을 ‘탈환’할 수도 있다. 못 돼도 17대 국회를 지배함으로써 노무현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자신들의 뜻대로 끌어나갈 수 있다. 어찌 기분이 좋지 않겠는가. 소수당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인 민주당도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을 제치고 원내 제2당을 굳힐 수 있게 되었다고 흡족해 했을 것이다.
‘탄핵반대’는 노무현 지지와 무관
선거 구도를 ‘친노’대 ‘반노’의 대결 구도로 가져간 뒤 ‘반노’세력의 결집을 꾀해 승리를 거머쥐겠다던 한나라당의 전략은 바로 깨져버렸다. 노무현을 ‘배신자’로 몰아 호남 지역의 전통적 ‘김대중 지지자’들을 끌어들임으로써 제2당을 유지하려던 민주당의 야무진 꿈도 무참히 깨졌다. 국민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통과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각종 여론조사결과는 70%가 넘는 국민이 탄핵에 반대함을 보여주었다.
탄핵 반대는 자연스럽게 열린우리당 지지로 이어졌다. 열린우리당 지지도는 거의 50% 수준으로 가파르게 치솟고 한나라당과 민주당 지지도는 뚝 떨어졌다. 한나라당 지지도는 열린우리당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지지도는 거의 한 자리 수에 머물렀고, 원외정당인 민주노동당에게도 뒤지는 것으로 나타난 여론조사도 있었다. 정국 구도가 ‘친노’ 대 ‘반노’가 아니라 ‘탄핵찬성’ 대 ‘탄핵반대’구도로 짜여진 것이다. 거센 탄핵반대 여론에 놀란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그 책임을 방송 탓으로 떠넘겼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방송사를 직접 찾아가 윽박질렀지만 떠나간 민심은 더욱 싸늘해질 뿐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자뿐만 아니라 반대자까지도 탄핵을 반대하는 까닭은 탄핵소추안 의결이 정당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은 헌법에 보장된 국회의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아무 때나 탄핵을 소추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헌법 제65조는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하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때 탄핵소추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뚜렷한 범죄행위가 없는데도 몇 가지 실수를 빌미로 탄핵을 한 것은 정당성을 찾을 수 없는 정략적 행위이다.
어쨌든 국민이 선출한 노무현 대통령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되었다. 대통령 지위는 유지되지만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결정될 때까지 노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된다. 노 대통령이 직무를 행한다면 그것은 무효가 된다. 대통령 권한은 국무총리가 대행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는 탄핵심판 절차를 시작했다.
탄핵심판의 최종결론이 내려지기 전에 4.15총선이 치러진다. 유권자는 4.15총선에서 소중한 주권행사를 해야 한다. 지금의 분위기로 보면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은 열린우리당에게 표를 주고, 탄핵에 찬성하는 국민은 한나라당과 민주당에게 표를 줄 것이다. 뜻밖의 상황에 열린우리당은 느긋한 태도지만, 다급해진 한나라당은 ‘탄핵반대’를 ‘친노’로 몰아붙이고 있다. ‘조.중.동’으로 불리는 거대족벌언론도 한나라당과 같은 주장이다.
탄핵 찬반과 유권자의 선택
한나라당과 거대족벌언론의 분석은 사실이 아니다. ‘탄핵찬성’이 ‘반노’인 것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다. ‘탄핵찬성’의 상당수가 탄핵이 옳고 그른가를 따지지 않고 노 대통령을 혼내줬다는 점에만 만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탄핵반대’는 다르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지지나 반대와는 무관하게 탄핵이 옳지 않다는 판단이 탄핵을 반대하는 것이다.
비판으로 끝날 일을 의회민주주의를 거스르는 잘못을 저지르면서까지 탄핵한 국회의원들은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탄핵에 찬성한 국회의원은 무조건 떨어뜨려야 하고, 반대한 국회의원은 무조건 지지해야 하는가. 비리 의원일지라도 탄핵에 반대했으면 지지해야 하는가. 이라크 파병에 반대한 의원일지라도 탄핵에 참여했으면 거부해야 하는가. 참으로 고민스러운 문제이다.
열린우리당의 ㅅ의원은 올해 초 선거법 위반 문제가 불거지자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의원꿔주기’의 당사자였던 ㅅ의원은 당연히 총선시민연대의 낙천대상자가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ㅅ의원은 탄핵 이후 열린우리당 지지도가 올라가자 출마의 뜻을 밝혔다. 탄핵국회에서 분노하는 자신의 모습을 본 유권자들 사이에 자기 같은 애국자가 국회의원이 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커져 이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ㅅ의원이 탄핵에 반대했으므로 지지해야 할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유권자들은 어느 때보다도 깐깐하게 주권을 행사해야 한다. 국민의 대표로서 필요한 자격과 자질을 갖추었는지 어느 때보다도 꼼꼼하게 따져야 한다. 그래야 다시는 이번과 같은 어이없는 일을 저지르지 못할 것이다.
16대 국회는 역대 어느 국회보다도 의회의 권능이 강했다. 오랫동안 국회는 정치의 변두리로 밀려나 있었다. 권위주의적 독재자들이 국회를 귀찮아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회는 입법부(立法府)가 아닌 통법부(通法部)였고, 행정부의 시녀, 또는 거수기로 전락했었다. 그러던 국회의 위상이 높아지고 독재자가 빼앗았던 권한을 되찾은 것은 바로 민주화를 열망하는 국민의 힘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권한을 16대 국회는 국민을 위해서가 아니라 엉뚱한 데에 써먹었다. 불법행위를 저지른 의원들을 지키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었고, 체포동의안을 모조리 부결시켰다. 심지어는 ‘교도소 습격사건’을 감행해 구속되어 있는 의원을 석방시키는 짓까지 서슴지 않았다. 할 일은 제대로 못하면서 해서는 안 될 일들을 예사로 저지르는 제멋대로 노는 국회를 국민은 결코 그대로 두고 보아서는 안 된다. 4월 15일의 총선에서 국민은 16대 국회에 대해 엄정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