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는 매년 3월이면 바쁘다. 대부분 회사들이 3월에 정기 주주총회(이하 주총)를 열기 때문인데, 어떤 회사들은 2월 말에 주총을 열기도 하거니와 사실상 1월부터는 주총 참석을 준비하므로,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에서 1/4분기를 두고 ‘주총사업시즌’이라 부를 만한 것이다.

‘주주권’에 기반 둔 재벌개혁운동

김기식 사무처장(당시 정책실장)에게 주총 의장이었던 삼성전자 윤종용 부회장이 했던 “야 너 이리 나와! 나랑 한판 붙어”라는 말로 상징되었던 2001년 삼성전자 주총 이후 참여연대가 기업의 주총에 적극적으로 참석한 적은 없었다. 물론 2002년에 외환은행 그리고 2003년에는 두산(주)의 주총에 참석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큰 사건 없이 지나갔다.

그러나 3년 만에 참석한 2004년 삼성전자 주총은 “야, 너 몇 주 있어”라는 말로 상징되듯이 엉망진창이었다. 왜 주총이 그리 긴장되고 또 많은 사건이 발생하는 자리가 될까? 그 이유는 주주총회라는 자리가 기업감시운동을 벌이는 참여연대를 비롯한 회사 경영에 비판적 의견을 가진 주주들과 기업의 경영자가 공개적인 방식으로 직접 부딪히는 흔치 않은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고 그만큼 기업들로서는 부담스러워한다.

물론 주총장에서의 치열한 설전과 공방을 통해 참여연대의 활동이 극적인 장면으로 표현되기는 하지만, 주총 참여는 그야말로 1년에 한 번뿐이니 주총 참여가 참여연대 재벌개혁운동의 모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총 참여는 참여연대와 기업 측이 공개적인 자리에서 직접 마주보며, 또 ‘주주권’이라는 법적 수단을 100% 활용한다는 점에서 참여연대 재벌개혁운동을 상징해왔다.

참여연대의 재벌개혁운동 모두가 주주로서의 권리, 다시 말해 ‘주주권’에만 기반을 둔 것은 아니지만, 상당 부분은 상법이나 증권거래법 등에 정해져 있는 소액주주권을 활용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자금을 빼돌려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90억여 원을 뇌물로 준 사건과 관련하여 이 회장에게 90억 원을 삼성전자에 반환하라고 한 ‘삼성전자 주주대표소송’도 주주로서의 자격을 근거로 해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주총장에서 대표이사에게 항의하고 답변을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주주라는 자격이 있기 때문이다.

참여연대의 운동이 높게 평가되는 이유 중의 하나는 그동안 어느 누구도 적극적으로 주목하지 않았던 주주로서의 권리를 근거로 하여 현실 문제에 대처하고 있다는 점이다. 참여연대는 시민사회 단체가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수단을 잘 발굴했던 것이다.

주주권을 기반으로 기업 경영진과 대주주의 불법행위에 대해 책임을 묻는 것은 상당히 효율적인 운동 방법이었고, 그래서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어 왔다. 주주권은 상대방에게 법적인 의무를 부여하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활동의 기본은 사회정의 또는 경제정의와 같은 추상적인 의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이를 실현하는데 추상적인 구호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효과적인 ‘무기’를 적절한 때에 잘 이용한 셈이다.

불균형적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주력

참여연대가 이러한 주주권 이용을 통해 얻고자 한 것은 무엇인가? 이건희 회장의 불법자금 제공사건, 이재용 씨에 대한 변칙증여사건, 두산그룹 등의 특혜성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이용한 기업지배권 승계사건,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등 개별 기업 문제에 참여연대가 관심을 가진 근본적인 이유는, 주주들의 권익 침해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사회정의와 경제정의에도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참여연대가 주주권익 보호뿐만 아니라 사회정의, 경제정의라는 추상적인 목표를 기업이라는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려는 것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이라는 것이다.

기업지배구조는 기업내부의 권력관계를 나눈 구조, 달리 말하자면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권리와 의무를 조정,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영리를 추구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기업에 적용될 수 있는 민주주의 제도에 해당하는 것이다. 기업과 관련된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의 권리를 침해하는 식으로 시스템이 구성되어 있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 예를 들어 대주주의 권리가 소액주주 권리를 침해한다든지 또는 경영자의 권력이 너무 강하다든지 하는 것이다.

참여연대 활동은 불균형한 기업내부의 권력관계를 정상화 또는 민주화하는 하자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제도적으로 불균형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각 기업의 정관개정운동을 벌였고, 상법이나 증권거래법 등에서도 그러한 부분을 고치기 위해 애쓴다. 그리고 이해관계자들의 권리.의무관계가 불균형한 상태에서 발생했던, 그리고 그나마 존재하던 법제도조차 지키지 않아 발생했던 불법 부당행위의 시정을 촉구하고, 또 그 책임자에게 법적인 문책과 처벌을 요구해 왔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재산을 엉뚱하게 이용한 대주주와 경영인에게 손해배상소송을 낸다든지 형사고발을 하는 것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는 미국식 기업지배구조이든 유럽대륙식 기업지배구조이든 상관없이 어떤 경우에도 공통적으로 중요한 기업의 책임성 향상을 위한 활동이다.

SK그룹의 핵심기업인 SK주식회사와 소버린의 자산운용간의 대결사례는 민족주의적 정서와 맞물려 외국자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근거로 거론되었다. 하지만 SK그룹 경영인들의 주장과 소버린측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주주들과 여러 이해관계자들에게 지배구조를 누가 더 잘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한 한 판의 대결이었다. 아쉬운 것은 국내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점 지적을 왜 외국인이 그렇게 주도적으로 열심히 했느냐 하는 점이다. 시민단체가 모든것을 나서서 할수도, 정부가 이 일을 다 할 수도 없다. 각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나서야 한다.

참여연대의 재벌개혁운동, 특히 개별 기업을 상대한 운동에서는 제각각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여러 집단(소액주주, 기관투자자, 채권은행, 노동자 등)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데 기여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박근용
2004/04/01 00:00 2004/04/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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