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운동] 정치개혁과 여성의 정치세력화
2004/2004년 04월 :
2004/04/01 00:00
17대 총선과 여성의 정치참여
탄핵정국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한 상태에서 17대 선거를 맞이하게 되었다. 선거국면이 민주와 반민주로 양분됨에 따라 그동안 정책을 중심으로 부문운동을 열심히 해오던 그룹들의 활동은 자칫하면 묻혀버리는 분위기이다. 여성운동, 특히 17대 총선을 앞두고 여성의 참여확대를 위해 힘써온 여성단체들도 한 편으로는 탄핵가결 반대운동에 참여하면서 또 다른 편으로는 여성의 참여확대운동을 어떻게 지속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 중이다.
문제점 초래하는 성적 불균형
흔히들 21세기를 상징하는 개념으로 디지털시대, 참여시대와 함께 여성을 꼽는다. 그동안 가정과 육아에만 머물러 있던 여성의 역할은 교육기회의 신장, 여성에 대한 인식변화와 함께 이제는 여성이 참여하지 못하는 분야가 없고, 여성의 참여율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경제활동참가율이 50%에 이르며, 여성CEO도 늘어나고, 각종 고시에서 여성의 비율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유엔에서 매년 발표하는 인간개발지수는 175개국 중 30위, 여성 관련 개발지수는 144개 국 중 30위로 상위권에 속해 있다. 그러나 유독 여성의 참여율이 낮은 분야가 정치 분야라 할 수 있다. 현재 국회의원 중 여성비율은 273명 중 15명으로 5.5%의 비율이며, 지난 2002년에 선거를 치룬 지방의회도 마찬가지여서 기초자치단체장에는 0.4%(2명), 광역의원 9.2%(63명), 기초의회 1.6%(77명)의 낮은 비율을 보이고 있다. 이는 세계 여성국회의원 비율 15.8%에도 한참 못 미치며, 유엔에서 매년 발표하는 여성권한 척도를 보면 2003년 70개국 중 63위를 나타내고 있다.
이처럼 유권자 구성에서는 51%를 차지하면서 대표성에 있어서는 5~6%에 달하는 정치에 있어서 성적불균형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여성의 이익과 관심이 제대로 법안제정이나 정책결정에 반영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 동안은 여성의 문제도 모두 남성이 맡아서 해결해 주는 형식이었으며 따라서 여성이 관심을 가지는 문제들이나 여성에게 이익이 되는 법안들은 아예 상정되지도 못했다. 예를 들어 모성보호법이 통과될 때도 남성의원들의 반대가 많았으며, 국민의 70%가 찬성하는 호주제도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못한 채 머물고 있다.
두 번째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로 여성의 대표성이 이 같이 낮은 상태에서 민주주의가 온전하게 발전할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민주주의는 각계각층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사회를 이른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꾸준히 민주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며 이제 민주화의 단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여성의 대표성이 10분의 1로 절하된 상황을 과연 진정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가를 심각하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정치개혁의 지름길
위와 같은 문제의식을 기반에 깔고 진행되는 여성의 정치세력화 운동은 1990년 이후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하였다. 여성단체들은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발굴 및 추천운동, 여성후보 지원운동, 할당제 도입을 위한 여성단체들의 연대활동, 낙천낙선운동 참여운동으로 맥이 이어져 왔으며, 17대 총선에 대비해서는 더욱 체계적이고 폭넓은 활동을 벌이고 있다. 17대 총선에 대비한 여성의 정치세력화운동은, 321개 여성단체가 모여 발족한 17대 총선을 위한 여성연대(이하 총선여성연대)활동과 여성후보 발굴을 위해 개인들이 모여 만든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 활동, 정치에 나서려고 하는 여성후보들을 지원하기 위한 기금을 모으고 있는 맑은정치여성기금모으기 운동 등 세 가지로 구분하여 볼 수 있다.
총선여성연대는 2003년 8월 19일 전국의 321개 여성단체가 모여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확보와 여성의 참여를 통한 정치개혁’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발족하였으며 제도개선운동을 중심으로 활동해왔다. 활동내용을 요약하면 우선 여성의 참여확대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 이를 통해 비례대표 50% 할당과 비례대표 의석수 확대, 지역에 30% 공천할당, 깨끗한 선거문화를 통한 정치자금법 개정, 당직에 여성 30% 할당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제안서를 만들어 각 정당,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전달하고 각 정당의 대표 등을 면담하여 여성의 참여를 위한 제도개선을 실시할 것을 약속 받았다. 그 결과 비례대표에 여성 할당 50%가 정당법으로 확정되었으며, 비례대표 의석은 10석이 증가하였다. 이러한 제도개선을 위해 총선여성연대는 2개월에 걸쳐 정개특위 회의를 매번 방청하여 압력을 넣고 각 당의 대표와 정개특위 위원들을 방문하여 시위 등의 활동을 전개했다.
맑은정치여성네트워크(이하 맑은네트워크)는 제도개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정치권에 진출할 여성인재들을 발굴해 보자는 취지로 2003년 11월에 박영숙 한국여성재단 이사장 등이 제안했으며 25명의 운영위원이 중심이 되어 회원을 모으고 여성인재들을 찾아내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이는 그 동안 여성의 정치참여확대를 요구할 때마다 정치권의 남성들의 ‘쓸만한 여성인재가 없다’는 반응에 대한 대답이기도 하였다. 따라서 이미 정계에 진출했거나 진출하고 있는 여성들보다는 새로운 여성들을 발굴하는데 주력하였으며 회원들이 골고루 여성들을 추천하고 이를 각계의 신망 받는 인사들로 구성한 추천위원회의 심사를 거쳐 발표하는 형식을 취했다. 2004년 1월 8일 맑은네트워크는 102명의 여성후보명단을 발표하였으며, 이는 이제까지 여성계에서 주로 활동했던 제도개선 사업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간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주요 활동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맑은네트워크는 이 명단을 토대로 각 당에 이러한 여성들을 공천할 것을 촉구했다.
여성의 정치진출에 있어 가장 어려운 점을 꼽으라면 단연코 돈과 조직의 부재를 들 수 있다. 한 선거구에서 한 명만을 뽑는 소선거구제와, 지금처럼 연고와 스킨십정치가 판을 치는 선거문화에서 여성의 진출에 발목을 잡는 걸림돌은 단연코 재정문제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제도 개선 등을 통해서 정치를 맑게 만드는 작업과 함께 여성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총선여성연대와 맑은네트워크, 그리고 여성재단이 힘을 모아 기획한 활동이 ‘맑은정치여성기금모으기’ 사업이다. 이 기금 모으기는 우선 여성후보들에게 구체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과 함께 여성이 여성을 돕는다는 정신적인 후원 면에서도 여성후보들에게 큰 힘을 실어 줄 수 있는 사업이며 깨끗한 돈을 모아 정치개혁을 이룩한다는 면에서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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