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마당] 역사로 풀어보는사회이야기
2004/2004년 04월 :
2004/04/01 00:00
특별사면제도, 현대판 소드방 놀이
소드방은 제주도 사투리로 솥뚜껑이란 말이다. 현기영은 소설 『소드방 놀이』에서 조선 후기에 만연한 관료들의 부정부패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그렸다. 사또의 사주를 받아 사창미를 축낸 기민창 색리 윤관형이 부형(釜刑)을 받게 된다. 죄를 지은 주범인 사또가 하수인에게 소드방 놀이라는 가벼운 벌만 받으면 된다고 약속을 한다. 부형이란 끓는 가마솥에 죄인을 집어넣어 찜 쪄 죽이는 증살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아궁이에다 불을 때는 척하면 죄인은 죽는 시늉을 해 보이거나 더욱 약식화해 솥뚜껑 하나 달랑 갖다 놓고 올라갔다 내려오는 것으로 끝나기도 했다고 한다. 이렇게 가벼운 처벌을 받은 아전들은 가산을 정리해서 다른 지역으로 떠나 버리기만 하면 그만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윤관형은 재수 없게도(?) 성난 백성들에게 맞아 죽고 사또는 적당히 넘어가는 것으로 소설은 끝난다.
네덜란드에서도 17세기에 ‘가짜 사형’이라는 독특한 제도가 있었다고 한다. 서양사학자 주경철은 심한 폭행, 고의적이지 않은 살인, 혹은 정황이 뚜렷하지 않은 살인 등의 경우 가짜 사형을 했다고 한다. 완벽하게 연극을 해서 당사자는 정말로 사형을 당하는 것으로 믿도록 했다고 한다.
소드방 놀이나 가짜 사형제도는 정의와 평등이 실현되는 민주공화국과는 병립할 수 없는 봉건적이고 군주제적인 특권이다. 그런데, 해방 이후 한국사회에서는 특별사면제도라는 현대판 소드방 놀이가 반복되어 왔다.
국민화합이라는 명분으로 부정과 비리로 얼룩진 정치인들, 고위 관료들, 재벌들을 특별 사면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전두환, 노태우, 장세동, 정호용, 김현철, 정태수, 김선홍 등이다. 전두환의 경우 1997년 4월 대법원에서 12.12 군사반란 및 내란수괴, 5.18 내란목적 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재벌총수들로부터 거둬들인 수천억 원의 비자금을 뇌물로 인정, 2205억 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고작해야 구속 수감된 지 750일만에 사면.복권돼 풀려났다.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면서 추징금의 85%를 내지 않고 버티고 있는 전두환은 얼마 전 6000만 원을 들여 집을 수리하고 연하장까지 발송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전두환의 둘째 아들 전재용이 수백억 원의 괴 자금을 쓴 것이 들통 났으며, 아직까지 미성년자인 전두환의 손자손녀들이 수십억 원대 이상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다고 한다.
특별사면이 아니라도 친일파, 병역비리, 불법대선자금 비리(일명 차떼기와 책떼기), 세풍사건, 안풍사건, 한보비리 등 현대의 소드방 놀이를 벌였던 특권층은 널려 있다. 대다수의 서민들은 작은 죄를 짓고도 주어진 형량대로 형기를 살아야만 한다. 가석방의 경우도 평균 90% 이상의 형기를 살아야만 심사를 통과한 일부가 혜택을 받을 뿐이다. 그런데 정치인, 고위 관료, 재벌 등 특권층들은 더 큰 죄를 짓고도 가벼운 처벌을 받거나 그것도 모자라 특별사면 등으로 우대를 받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범죄를 저지르고 TV에 대문짝만하게 얼굴이 나오면 교도소에서 금방 나온다는 얘기가 널리 회자되고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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