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내가 초콜릿을 한 개 사먹을 때마다 저 먼 나라 누군가가 조금 더 편하게 살 수 있다면, 초콜릿의 단 맛이 조금 더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 않을까요?

아, 지금도 핫초콜릿을 먹으면 얼었던 몸이 조금은 녹는 것 같고 긴장도 풀리고 충분히 좋다고요? 글쎄요, 한 번 여러분이 먹는 그 초콜릿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듣고도 그렇게 100% 마음 편할 수 있나 볼까요?

달콤한 초콜릿의 원료는 아동 착취

초콜릿의 원료인 코코아 열매는 주로 코트디부아르, 가나, 인도네시아, 나이지리아, 브라질, 카메룬 등 여섯 개 나라에서 생산된답니다. 그 중에서도 코트디부아르와 가나는 나라 경제가 코코아 농사에 좌우될 정도지요.

세계 최대의 코코아 생산국가인 코트디부아르의 경우는 이곳에서 나오는 코코아가 전세계 코코아의 43%에 이르지요. 그런데 문제는 이 코코아 산업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인데요. 제일 먼저, 여러분이 마시는 그 핫초콜릿, 여러분이 깨물어먹는 그 초콜릿 바가 14살 미만의 아이들의 피와 땀으로 얻어진 거라는 거 알고 계셨어요?

코트디부아르, 가나, 나이지리아, 카메룬 등의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고 있는 대략 28만4000명의 아이들은 새벽 6시부터 밤 늦게까지 정말 쉬지도 못하고 일을 한답니다. 그 여린 손으로 커다란 칼을 들고 코코아 열매를 자르고, 자른 열매들을 가득 담은 짐을 등에 지고 하루에도 몇십번씩 나르기도 하고요. 살충제를 뿌릴 때가 되면 아이들은 마스크 하나도 쓰지 않은 채 맨몸으로 나가서 살충제를 뿌립니다. 살충제에 중독되어 머리가 아프고 구토하고 쓰러지면 반나절 쉬는 호사(?)를 부리게 해준다고는 해요. 농장주나 감독관에게 얻어맞는 일도 다반사지요. 몇 년 전 겨우 코코아농장에서 벗어난 알리 다이아베이트는 “구타는 제 생활의 일부였어요. 코코아를 가득 담은 짐을 등에 메고 가다가 지쳐서 쓰러지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아요. 오히려 다시 일어나서 짐을 나를 때까지 채찍으로 때리지요.”라고 말하기까지 해요."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 농장에서 일하는 아이들 중 겨우 34%만이 학교에 다닙니다. 그나마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오전만 나가고 오후에는 밤늦게까지 일하다보니 교과과정을 제대로 끝마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고요.

결국 너무도 가난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이렇게 일을 할 수밖에 없다는 건데요. 실제로 서아프리카 지역에서는 돈을 받고 아이들을 팔아넘기는 가정들이 많다고 해요. 미 국무부의 지난 2000년에 나온 보고서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에서만 9살에서 12살 사이의 아동 약 만5000명이 목화, 커피, 코코아 농장 등에 팔려갔다고 합니다. 또 이 아이들은 인근의 더 가난한 나라들인 말리, 부르키나 파소, 토고 등에서 팔려온 경우가 많아요. 가족들은 인신매매에 대한 소문이라든가, 노예나 다름없는 강제노동에 대한 소문을 들은 바는 있지만 도저히 다른 살 길이 없는 데다가 혹여 내 아이만큼은 좋은 주인,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러면 이 아이가 집에 돈을 부쳐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아이들을 보내는 거지요. 하지만 어디 세상이 그리 만만한가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부모 손을 떠나온 이후로 가족에게 돈을 부쳐주기는커녕, 다시는 부모 얼굴도 보지 못한 채 노예 생활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같은 하늘과 땅, 생활은 극과 극

결국은 그 사회가 너무나 가난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들인데요, 실제로 일반 코코아 농부들의 생활도 비참함, 그 자체랍니다. 물론 대규모 기업 농장같은 경우는 엄청난 수입을 올리면서 몇 백 명씩 노예(?)를 거느리고 사업을 하기도 하지만 가족 단위로 소규모로 이루어지는 코코아 농사로는 기본적인 생필품을 살 돈도 벌기 어렵다는 거죠. 온 가족이 매달려 뼈빠지게 일해서 이들이 벌어들이는 월수입은 기껏해야 30달러에서 110달러 정도입니다. 가나의 니베네소 마을 대표 마나 오세이 야우의 말은 이들의 삶이 얼마나 비참한지를 잘 보여주죠. “마을에는 깨끗한 물이 없어서 더러운 강에서 물을 길어다 먹어요. 어느 집에나 아픈 사람이 꼭 한 명씩은 있고요,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깨끗한 물을 구하는데 보낼 정도랍니다. 이런 상황에서 도대체 언제까지 이 마을에 머물러 살 수 있을까 의심이 될 정도예요. 자체 우물을 마련하라고요? 우리가 정부에 코코아를 팔아서 얻는 돈으로는 마을에 펌프를 설치할 만한 돈을 마련할 수가 없어요.”

어디에서는 수 백 명을 거느리며 코코아 농사를 짓고 어디에서는 아무리 힘들게 일해도 마을 펌프 하나 설치할 돈이 없는데, 초콜릿 가공.판매 회사인 허쉬, M&M 같은 회사는 전세계로 손을 뻗치면서 엄청난 성장을 거두고 있고. 도대체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을까요? 그건 바로 이 대기업들이 코코아 원료 구매 가격을 전세계적으로 지나치게 낮게 설정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코코아 농사에 들어가는 비용이라든가, 코코아 농부들의 생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자기 이윤만을 위해 담합해서 구매 가격을 정하는 바람에 소규모로 코코아를 팔아봐야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돈을 받을 뿐인 작은 농장의 농부들은 가난을 벗어날 수가 없는 거죠. 또 대규모 농장의 경우도, 돈을 주지 않고 마음껏 부려먹을 수 있는 아이들을 고용해야만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거고요.

그런데, 초콜릿 가공, 판매로 엄청난 수익을 벌어들이고 있는 회사들은 뻔뻔하게 이렇게 말한답니다. “우리가 코코아 농장 소유자도 아닌데 왜 우리에게 책임을 지라고 하는 거냐?”정말 그럴까요? 허쉬와 M&M의 경우는 13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초콜릿 시장의 2/3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 두 기업만 초콜릿 원료 구매 가격을 노동자들의 최저생계비를 보장할 수 있을 정도로만 높여주어도, 이 두 기업만 자신들이 구매하는 코코아 열매가 아동노동이나 강제노동이 없는 공정한 노동환경에서 생산되도록 요구해도 상황은 전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공정거래 마크 초콜릿 먹읍시다”

그런데 아직까지 거대 초콜릿 가공, 판매 기업들은 요지부동입니다. 그래서 새롭게 구상된 방법이 바로 대규모 도매상을 이용하지 않고 소규모 코코아 농장들로부터 직접 원료를 구입해서 판매하는 공정거래(fair-trade) 상품을 구입하는 것이죠. 소규모 코코아 농장들에게 시장 가격보다 높은 가격, 적어도 이들이 기본적인 생필품을 구할 수 있을 만한 가격으로 초콜릿 원료를 구입해서 이 초콜릿 원료로 만든 상품의 수익금 일부는 다시 지역 사회로 돌려져 아이들에게 공책, 연필, 신발을 사주거나 지역 주민의 삶을 개선시키는데 사용하게 되는거죠.

최근 미국에서는 이 공정거래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알려져서 대규모 식료품 체인점들에서도 공정거래 마크(공정거래 방식을 통해서 원료를 구입했거나 수익금의 일부를 지역 생산자에게 돌리는 기업, 상품들에게 부여하는 공정거래 인증서)가 들어있는 초콜릿을 들여놓거나 각 학교 식당들에서 공정거래 핫초콜릿이나 초콜릿을 판매하는 일들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슈퍼마켓에서 허쉬나 M&M 대신에 공정거래 마크가 들어있는 초콜릿 하나 고름으로써 제3세계 가난한 생산자들의 삶을 조금이나마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그 초콜릿이 조금 더 달콤하고 행복하지 않을까요?

아, 그런데 불행히도 아직 우리나라에는 공정거래 마크가 있는 초콜릿 상품이 없답니다.

그래도 혹 그런 상품을 취급하고 싶거나 사고 싶은 상점, 사람들이 있으면 http://www.globalexchange.org/ campaigns/fairtrade/cocoa/retailers.html에 들어가 보세요. 생각보다 행복은, 더 가까이 있을지도 모른답니다.

강은지 (민족21 기자)
2004/01/01 00:00 2004/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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