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말이 유행이다. 아침 5시에 일어나는 아침형 인간은 남들보다 4시간을 더 많이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야행성의 생활 습관을 고쳐서 아침잠을 줄이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제안은 너무나 그럴듯해서 당장이라도 새벽같이 일어나고 싶어진다. 아침을 바꾸면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유혹의 실체는 어떠한가? 사장님이 건네는 ‘아침형 인간’이라는 책은 직장인들에게 부담스럽기만 하다. 일찍 출근해 열심히 일하라는 소리로 들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아침형 인간’ 신드롬은 ‘일 더 시키기 운동’에 불과하다며 경고한다. 이제 ‘성공’은 퇴근 후 영어 공부나 상사와의 술자리 정도의 정성으로는 어림없는 이야기가 된 모양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잠자는 시간과 아침 시간까지 바쳐야 하게 되었으니 우리는 언제쯤에나 그 ‘성공’ 언저리에나 가 볼 수 있을까?

하지만 일상의 시간을 재구성하려는 시도가 경쟁에서 낙오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인 것만은 아니다. 아침 시간을 바꾸든 저녁 시간을 바꾸든 내 삶의 끊임없는 활력을 위해서 변화를 모색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내가 아는 한 교수님은 아침 7시면 연구실에 도착한다. 학자는 본연의 업무인 연구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되는 법인데 몇 가지 단체 일을 하다 보니 시간도 나지 않고 집중도 되지 않아 시작한 것이 아침을 일찍 맞이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분에게 학문적 성취는 사회적 기여 못지않게 실현해야 할 중요한 가치였던 것이다.

우리에게 성취하고자 하는 삶의 꿈이 있다면, 그 절절함이 있다면, 아침형 인간이면 어떻고 한밤형 인간이면 어떻겠는가? 중요한 것은 얼마나 일찍 일어나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큰 삶의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가 아니겠는가?

무슨 신령이 지폈는지 올해 나는 덜컥 한 모임에 발을 깊숙하게 담그게 되었다. 지난 주말 그 모임의 몇 사람과 힘차게 살겠다는 결의를 다질 요량으로 강화도 마니산 참성단에서 천제를 지냈다. “바라옵건대, 우리들이 민족을 넘어서는 지구문명의 길잡이가 되도록 밝은 눈과 맑은 마음과 깊은 지혜 그리고 강건한 기운을 일으켜 주시옵소서.” 이 큰 바람을 감당하기 위해 나는 작은 다짐을 했다. 모름지기 꿈이 크다면 작은 일부터 살펴볼 일이었다.

‘아침형 인간’은 언감생심이라 아침형까지는 못되어도 ‘아침밥 인간’은 되기로 다짐했다. ‘아침밥은 꼭 먹고 다닌다.’ 맞벌이 신혼부부에게 아침밥은 예상외로 힘든 도전이지만 그 성취감은 아직까지는 뿌듯하다. 우리 부부에게 아침식사는 식탁에서의 마주하는 유일한 시간이고 하루 계획을 점검하는 자리이다. 아침 식사 준비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보며 서투른 살림 솜씨가 자리 잡아 가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이기도 한다. 설을 맞아 내친김에 더 도전하기로 한다. 지각하지 않기. 늦어서 택시타지 않기. 이렇게 공개적으로 다짐하면 조금이라도 더 노력하게 되지 않을까?

이왕재
2004/02/01 00:00 2004/02/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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