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참여연대 10주년 '희망과 비전을 찾아서'2] 인터뷰-김중배 전 대표
2004/2004년 05월 :
2004/05/01 00:00
운동의 뇌관을 찾아라
“인터뷰를 통 안 하다가 얼마 전부터 하기 시작했는데, 저는 인터뷰한 후 기사를 끝까지 읽지 않아요. 제가 충분히 전달을 못하고 기대를 하는 것인지, 말이라는 게 딱 부러지게 해야 하는 것이지만 한편으로 말은 여운을 남기기 마련이거든요. 그러면 이상하게 표현이 됩디다.”
참여연대 전 대표이면서 언론계의 원로이기도 한 김중배 전 대표를 만나기 전부터 잔뜩 긴장하고 있던 터라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첫 마디였다. 비록 ‘객설’이라 하셨지만….
“말을 제대로 할 줄 알아야 글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글쓰기의 기본은 ‘말’이지요. 운동이요? 결국 ‘운동’도 ‘말’입니다. 행동으로 표현하지만 촛불집회가 하나의 메시지였던 것처럼, 현재 국면에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고민을 운동하는 분들은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기자에서부터 출발해 언론사 편집국장, 신문사.방송사 사장을 역임하며 47년간 ‘말’에 종사해 온 김중배 전 대표는 역시 말에 대한 당부로 시작했다.
김중배 전 대표는 참여연대 창립부터 2001년 MBC 사장직을 수락하기 전까지 가장 오랫동안 공동대표직을 맡은 바 있다. 참여연대 10년을 돌아보면 7년이란 시간에 김중배 전 대표가 있다.
참여연대가 올해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오랜시간 함께 하셨을 때와, 지금은 조금 떨어져 계신데 밖에서 바라본 참여연대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안과 밖, 이렇게 명확하게 구분을 짓지 않습니다. 한 번도 다른 직업을 가지지 못하고 미디어일만 해왔던 사람이라 모든 사안을 거리를 둬 지켜보고 들여다보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지요. 물론 한계는 있었겠지만 다른 사람들보다는 최대한 객관화된 측면에서 판단하고 조정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참여연대 진로나 개혁방향을 논할 때도 항상 비판적 입장에 서 있었죠.”
부끄럽습니다만, 그래도 참여연대가 잘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만한 점이 있다면 말씀해 주시지요.
“참여연대 초기 명칭이 무언지 아세요? ‘참여민주사회와 인권을 위한 시민연대’입니다. 이름 자체가 참여연대 역사성과 동시에 정사를 반영하고, 참여연대를 형성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의지를 나타내는 명칭이지요. 연합(alliance)이 아닌 연대(solidarity)를 추구하는 것이 참여연대의 성향이라고 할 수 있지요. 10년 동안 참여연대가 실질적으로 연대운동을 주도했다고 자부해도 좋다고 생각해요. 시민사회운동 역사에서 큰 의미가 있는 1995년 12.12기소운동, 5.18특별법제정운동 등 전국연합부터, 민주노총, 경실련까지 함께 한 연대운동이 2000년 총선연대에 이어 지금까지도 활발할 수 있었던 중심이 되는 매개체 역할을 참여연대가 충실히 했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입니다.”
최근 참여연대 뿐 아니라 시민사회단체들이 ‘권력감시운동’을 하면서 많이 들어왔던 말이죠.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요구와 공격이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언론과 시민사회운동하고 비슷한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언론에도 중립성을 요구하지 않습니까? 그러나 정확한 표현은 중립성이 아니라 ‘독립성’이 맞는 말인 것 같습니다. ‘달걀춤 언론’이라는 언론의 닉네임이 있어요. 어느 쪽도 건드리면 안 된다는 말이죠. 참여연대의 원칙과 지향을 명백히 이행한다면 괜찮다고 봅니다. 다만 정치권이 보여준 것과 같은 동일한 오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긴장감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하겠지요.”
더불어 함께 사는 삶 위해 고민해야…
화제를 바꿔 보겠습니다. 최근 한국사회 모습을 보면 하실 말씀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노암 촘스키(Noam Chomsky)가 말했던 ‘구경꾼 민주주의(Spectator Democracy)’가 생각나더군요. 국회 결정사항이다, 헌재의 판결을 기다려라. 구경꾼이 되라고 얘기하죠? 미디어도 마찬가지고요. 국민은 당연히 토로할 권리가 있는데 말이죠. 우리 사회 도처엔 이미 구경꾼 민주주의가 깔려있습니다. 사내 권위주의나 가정에서의 가부장적 제도만 봐도 알 수 있죠.
또 한 가지는 이젠 국내적인 시야로 한정되는 운동은 스스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다분히 한국적 특성에 기인하는 운동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10년 추세를 보면 점차 줄어들고 있고 이젠 세계적 보편성에 맞게 풀어가야 하는 과제가 많다고 봅니다. 그래서 참여와 연대를 세계적으로 확대해 가는 그런 안목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현재 우리 삶을 통제하고 압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파악해야 합니다. 권력인가요? 진짜 권력은 자본의 독재에 의해 진행된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세계자본 독재에 예속되어 있지요.
그래서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글로벌 거버넌스(Global Governance)에 깊은 관심을 가졌으면 합니다. 이미 현실로서 진행되고 있는 이러한 현상들, 장벽을 없앤다면서 새로운 장벽을 만들고 가고, 더 높이 쌓고 있다고 보는데, 세계 인류가 더불어 살 수 있도록 희망으로 이상으로 바꿔가는 글로벌 가버넌스를 위한 선구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참여연대가 앞으로 중점을 두어야 할 방향은 어떤 점이라고 보십니까?
“물론 지금까지 참여연대가 많은 활동과 성과를 이뤄냈지만 이것에 상근자들이 자족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봐요. 활동가는 만족이라는 것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민주주의의에 완성이 있습니까? 저는 민주주의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종착점이 없지요. 당부하고 싶은 것은, 운동의 뇌관을 찾으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호소하고 제대로 전달하려 한다면 우리 삶과 밀착된 것에 비롯된 운동의 동기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계몽적이고 선동하는 그런 방식은 이제 통하지 않죠. 참여연대 10주년 모토(희망과 비전, 회원의 힘으로)처럼 참여연대 회원들을 비롯하여 어느 누구나 누릴 수 있는 희망과 비전, 환상이 아닌 비전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디자인을 해야 하겠지요. 국민소득 1만 불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우리는 오래전 100불 시대보다 100배 더 행복한가 하는 문제는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그들과 함께 공유하는 삶 속에서 동기를 찾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한 가지 현재, 또 앞으로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 ‘참여와 연대’라고 생각합니다. 지금보다 더 적극화되고 심화되어야 하죠. 그러나 산술적인 연대가 아닌, 또 연대라는 것이 이념이나 지향이 100% 일치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만 명확한 기준을 가졌으면 합니다.
끊임없이 참여연대가 발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참여연대의 발전이라…. 전 이말에 거부감이 듭니다. 참여연대가 발전하는 겁니까?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것이고, 민주주의가 발전하는 것이라고해야지요. 참여연대의 역할은 심부름꾼일 뿐입니다. 사회발전의 밑거름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깊이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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