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총선 후 한국사회 개혁과제. '개혁과 통합'을 통한 참여정부를 기대한다
2004/2004년 05월 :
2004/05/01 00:00
민주주의 공고화와 새로운 발전전략을 위해 노력
참여정부 출범 당시 국민들은 개혁과 변화를 기대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실망을 거듭했다. 17대총선 결과에 비추면 참여정부 예상이 가능하다. 과연 출범당시의 참여정부 슬로건을 이뤄낼 수 있을지, 노무현정부 1년2개월을 돌아보며 전망해본다. 편집자주
참여정부가 출범한 지 1년 2개월이 지났다. 임기의 5분의 1 이상이 경과한 셈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탄핵 정국을 맞이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지난 1년 2개월은 참으로 격동의 시간들이었다. 먼저 주목할 것은 지난 1년 2개월간 참여정부의 지지율이 그리 높지 않았다는 점이다.
‘개혁’과 ‘변화’는 무리였나?
어느 정부이건 전반기에는 기대를 포함한 높은 지지율을 보여준다. 하지만 참여정부의 지지율은 집권 초 몇 개월을 제외하고 그리 높지 않았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먼저 집권하자마자 부딪힌 북핵위기는 참여 정부에 적지 않은 어려움을 안겨 주었다. 실용적인 방미외교를 추진하는 등 나름대로 고심했으나 지지 세력의 일부로부터 상당한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경제 또한 상황이 좋지 않았던 만큼 ‘2만 달러 시대의 개막’으로 상징되는 실용노선을 천명했지만 그 반응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와중에 사회갈등들이 대거 폭발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새만금 개발, 부안 핵폐기장 유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그리고 각종 파업들은 참여정부를 단숨에 새로운 시험대 위에 세워 두었다. 이에 정부는 탈권위주의적인 대화와 타협에 의거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자 했지만, 그 과정이 만만치 않았고 결과도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권위주의에서 탈권위주의로 가는 게 결코 쉬운 길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한 1년 2개월이었다.
‘통치 패러다임의 전환’ 모색
돌아보면 참여정부 출범이 갖는 의미는 ‘3김 정치’를 넘어서 민주주의를 공고화하는 데 있었다. 이 공고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권위주의를 넘어서서 민주적인 국정운영을 정착시켜야 함은 물론이다. 이 점에서 탈권위주의적 리더십은 중요했다. 수직적.일방적 권위를 넘어서 수평적.상호소통적 권위를 창출해 나가려 했던 것은 21세기에 걸맞은 리더십이며, 이는 무엇보다 제왕적 대통령의 폐해를 극복하려는 의지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이 탈권위주의적 리더십이 우리 문화에 낯선 만큼 논란을 일으켜 왔다는 점인데, 중장기적으로는 통치 패러다임 전환기의 과도기적 상황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통치 패러다임의 전환은 이른바 ‘민주화 제2단계’에서 매우 중대한 과제다.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지닌 대통령이 당과 행정부의 정책결정 권한을 독점한 배타적 통치모델에서 당정분리, 장관의 권한 확대, 검찰과 국가정보원의 자율성을 제고하는 분권적 모델로의 전환은 참여정부가 표방한 일관된 전략이었다. 특히 국가정보원, 검찰 등을 포함한 국가제도들을 제자리에 돌려놓겠다는 의지는 민주주의의 공고화에 작지 않게 기여할 것이다.
‘집권’과 ‘집중’을 ‘분권’과 ‘분산’으로
참여정부의 또 하나의 성과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등을 통해 균형발전의 기반을 마련했다는 데 있다. 산업화 초기에는 불균형 발전전략이 나름대로 효력을 발휘해 왔으며, 집권과 집중은 경제적 자원동원을 극대화해 수도권 중심의 고속성장을 가능하게 했다. 그러나 이 전략의 잠재력은 이미 한계에 도달해 있다. 수도권이 주택, 교통, 교육에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지방은 지방대로 적지 않은 취업난과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과거 성장을 가져 왔던 발전논리가 이제는 그 발목을 잡는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다.
오늘날 균형발전 논리가 중요한 것은 성장과 분배, 중앙과 지방간의 균형이야말로 시장의 전횡을 완충함으로써 국가, 시장, 시민사회간의 생산적인 긴장을 가능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권과 집중에 맞서는 분권과 분산에 대한 일관된 노력은 참여정부가 추진하는 국가발전의 한 축을 이루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구체화할 것인가에 우리사회의 미래가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가균형에 대한 근본적 발상의 전환은 물론 법과 제도의 정착이 대단히 중대한 시점이다.
새로운 도전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로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또한 참여정부가 모색하는 또 하나의 목표라 할 수 있다. 지난 20세기 후반 격동하는 동북아에 수동적으로 적응해 왔다면, 동북아 시대의 천명은 이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프로젝트다.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동북아의 지역적 조건 아래 놓여 있음은 오늘날 너무도 자명하다. 세계화와 정보화도 동북아를 매개로 할 뿐만 아니라 동북아는 우리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중요한 통로 가운데 하나다. 이런 상황 아래서 적극적으로 동북아 시대를 열어가겠다는 것은 우리 현대사에서 중대한 도전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으로 보건대 참여정부는 국민적 공감대를 창출하는 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으나 21세기에 걸맞은 민주주의 공고화와 새로운 발전전략을 위해 노력해 왔다. 특히 분권을 위한 발전전략과 동북아 시대의 개막에 대한 참여정부의 전략은 중장기적인 우리사회 발전의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지난 60년간 진행돼 온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종합하는 것이자 동시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려는 것이기도 하다.
‘올바른 원칙’의 의미 재조명 필요
이제 총선도 끝났다. 열린 우리당이 과반이상 의석을 차지함으로써 참여정부는 새로운 기회를 맞이하게 되었다. 현재 우리사회는 이중적인 과제에 직면해 있다. 그것은 한편에서 박정희 시대의 유산인 개발독재와 완전히 결별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시장의 원리를 특권화하는 신자유주의를 제어하는 데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복지 프로그램을 강화하는 사회통합적 발전전략을 적극 추진하는 것, 바로 이것이 참여정부가 모색해야 할 패러다임의 전환일 것이다.
이를 위해 참여정부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참여정부다움’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데 있다. ‘참여정부답다’는 것은 문제를 풀어갈 때 원칙을 중시하는 것을 뜻한다. 원칙을 바로 세운다는 것은 반칙을 하지 않는 것만으로 성취되는 게 아니다. 올바른 원칙이란 다름 아닌 질 높은 민주주의와 민주적 시장질서를 이루기 위한 일관된 ‘개혁의 원칙’, 분열된 시민사회를 치유하기 위한 사려 깊은 ‘통합의 원칙’일 것이다. 개혁과 통합을 통해 참여정부가 우리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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