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바꾸기] 환자 건강권 침해하는 불법 임상시험
2004/2004년 05월 :
2004/05/01 00:00
무분별한상업 활동 규제해야
2000년대로 들어오면서 바이오 벤처의 무분별한 상업 활동이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일부 바이오 벤처가 ‘롱 다리’, 치매, 알콜 중독과 같은 소인에 대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해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소인과 관련 유전자 사이의 과학적 연관성도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여서 의료계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또한 개인의 민감한 정보 중 하나인 유전정보를 다루면서 사전 동의서 조차 제대로 받지 않는 기업도 있었고, 일부 기업은 수집한 유전자정보(DNA)를 당사자 동의 없이 다른 용도로 사용하고 있다. 아직까지도 이런 업체들은 정부의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몇몇 바이오 벤처기업들과 병원들이 환자들을 대상으로 불법 임상시험을 실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식약청은 사전 승인 없이 세포 치료를 실시한 벤처 4곳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했다. 세포치료는 특정한 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하거나 변형해 다시 환자에게 투여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간질환 환자에게 새로운 간세포를, 치매환자에게 새로운 뇌세포를 투여해 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치료에 사용되는 세포는 성체나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얻는다. 세포치료에 대한 연구가 진전된다면 이론적으로는 난치병 극복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도 세포치료에 대한 산업적, 의학적 관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벤처들은 환자에게 세포치료제를 투여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동물실험을 하지 않았고, 임상시험 계획조차 수립하지 않은 곳도 있었으며, 일부 업체와 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사전 동의조차 받지 않고 투여했다. 즉 과학적 안정성과 유효성이 검증 되지 않은 위험한 치료제를 환자들에게 투여한 것이다. 이 사건 이후 일부 벤처들은 이런 실험은 일본에서도 하고 있고, 세포치료제 투여가 약이 아닌 의료행위로 파악해 식약청의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발뺌하고 있다. 식약청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규제를 더욱 완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규제완화로 관련산업 발전을 꾀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욱 큰 문제는 환자의 건강에 대한 논의가 없다는 것이다. 불법 세포치료를 받은 환자들의 건강상태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시민과학센터 조사나 언론 보도에 의하면 이번에 치료를 받은 환자들 중에는 상태가 더욱 악화돼 다른 치료시기를 놓친 경우도 있었고, 획기적 치료라는 말만 믿고 수천만 원을 지불한 사람도 있었다. 식약청이나 복지부는 환자의 건강상태는 자신의 영역이 아니라고 외면하고 있고, 불법 치료를 실시한 의료진에 대한 조사도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세포치료에 대한 산업적 의학적 기대로 인해 앞으로 관련 임상시험은 더욱 증가할 것이다. 산업발전도 중요하겠지만 상업적 이해관계로부터 환자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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