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의정서 발효 더워지는 지구를 잡아라
2005/2005년 03월 :
2005/03/01 00:00
지난해 12월 제 10차 유엔 기후변화 총회가 열리던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미국은 세계 각국에서 모인 비정부기구들에 의해 ‘오늘의 배출왕’으로 뽑히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교토의정서에 조인하지 않고 버티면서 얻게 된 ‘훈장’이었다. 국제사회가 미국을 ‘왕따’시키는 분위기는 올 1월 말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도 이어졌다. 포럼의 사회자는 “당면한 지구온난화문제의 해결에 있어 강대국이 다른 국가들과 긴밀한 협의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 강대국이 누구인지는 여러분들의 추측에 맡긴다”고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미국에 대한 조롱임을 눈치 챈 참석자들이 회의장 곳곳에서 폭소를 터뜨렸음은 물론이다.
지구촌 대재앙 예고하는 지구 온난화
교토의정서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 3차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국제 협약이다. 2008년에서 2012년까지 39개 선진 산업국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CO2)처럼 대기 속에서 온실의 유리처럼 열을 가둬 지구 표면의 온도를 높이는 가스를 말한다.
교토의정서가 국제 정치무대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 환경계획과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기후도전에 대한 대응’보고서는 더워지는 지구를 계속 방치할 경우 나타나게 될 결과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무렵인 1750년 이후 0.8℃ 상승했다”며 “최근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져 이런 추세라면 온도가 2℃쯤 올라가게 되는 향후 10년 내에 기상이변 등 엄청난 환경재앙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쯤 더워지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2℃ 올라가면 열대 산호초들이 하얗게 죽어가는 백화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지중해 지역은 잦은 산불과 극심한 병충해에 시달리게 된다. 또 강물 온도가 높아져 송어나 연어가 자취를 감추고, 중국의 넓은 숲도 죽어가기 시작한다. 세계는 지역별로 사막화가 진행되거나 집중 폭우와 홍수가 빈발해 재해와 흉작 및 식수부족, 전염병 만연 등의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총성 없는 환경전쟁 시작돼
지구온난화가 해류의 흐름을 변화시켜 북반구가 빙하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예측도 있다. 화제를 모았던 영화 <투모로우>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엮인 전 세계의 해류 시스템이 온난화로 기후 조절 기능을 잃게 될 경우 벌어질 사태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미국이 소극적인 까닭은 무엇인가? “미국이 필요 없는 세계가 오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교토의정서가 자국 경제와 산업에 미칠 충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산화탄소, 메탄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3분의 1을 내뿜는 초거대 산업국이다. 미국에서 1년에 소비하는 석유의 양은 약 70억 배럴로 추정된다. 전 세계 연간 석유생산량이 약 270억 배럴이니, 미국이 세계 석유 생산량의 25% 이상을 소비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은 “온실가스 감축량의 의무화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석유재벌의 이해관계에 따라 춤추는 미국의 정치도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석유업계의 막대한 로비자금을 이용해 권좌에 올랐다. 부통령 딕 체니를 비롯한 부시 행정부 안의 많은 고위간부들이 석유회사 출신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어쨌든 지난 2월 16일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으로서 총성 없는 환경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철강 1톤을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물은 얼마나 썼는지를 따지게 된다. 감축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막대한 돈을 들여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나라의 산업 전체가 무너지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를 잡아라
우리나라는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의무 감축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2013년 이후에도 감축의무를 면제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득 대비 국민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역시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이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무엇보다도 지난 30년 간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굳어진 우리 산업의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화석에너지에 많은 세금을 물리는 대신 근로소득세는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가는 비싸게 치르게 만들고 노동부담은 값싸게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이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에너지 비용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근로소득세가 줄어 전체적으로 조세 부담은 늘어나지 않는다. 또 생활양식과 생산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꿀수록 환경세 부담이 적어져 오히려 실질소득이 증가한다는 이점도 있다.
절전형 제품을 개발하여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풍력이나 태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또한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정부나 기업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시민 각자가 겨울철 난방 온도를 1℃씩 낮추고 휴식시간에 컴퓨터와 복사기의 전원을 끄는 일을 실천한다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 자동차 이용 횟수를 줄이고 물을 절약하면 할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든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다. 빈곤이나 전쟁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작은 발걸음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교토의정서의 발효가 인류 모두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구촌 대재앙 예고하는 지구 온난화
교토의정서는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제 3차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국제 협약이다. 2008년에서 2012년까지 39개 선진 산업국의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1990년 수준보다 평균 5.2%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온실가스란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탄소(CO2)처럼 대기 속에서 온실의 유리처럼 열을 가둬 지구 표면의 온도를 높이는 가스를 말한다.
교토의정서가 국제 정치무대에서 초미의 관심사가 된 이유는 지구온난화 현상이 인류를 포함한 모든 생명체의 대재앙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유엔 환경계획과 미국 영국 오스트레일리아의 과학자들이 발표한 ‘기후도전에 대한 대응’보고서는 더워지는 지구를 계속 방치할 경우 나타나게 될 결과의 심각성을 말해준다.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산업혁명 무렵인 1750년 이후 0.8℃ 상승했다”며 “최근 지구온난화 속도가 빨라져 이런 추세라면 온도가 2℃쯤 올라가게 되는 향후 10년 내에 기상이변 등 엄청난 환경재앙이 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2℃쯤 더워지는 것이 무슨 대수냐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구 평균 기온이 2℃ 올라가면 열대 산호초들이 하얗게 죽어가는 백화현상이 자주 일어나고, 지중해 지역은 잦은 산불과 극심한 병충해에 시달리게 된다. 또 강물 온도가 높아져 송어나 연어가 자취를 감추고, 중국의 넓은 숲도 죽어가기 시작한다. 세계는 지역별로 사막화가 진행되거나 집중 폭우와 홍수가 빈발해 재해와 흉작 및 식수부족, 전염병 만연 등의 대재앙을 맞게 될 것이다.
총성 없는 환경전쟁 시작돼
지구온난화가 해류의 흐름을 변화시켜 북반구가 빙하기를 겪게 될 것이라는 역설적인 예측도 있다. 화제를 모았던 영화 <투모로우>는 컨베이어 벨트처럼 엮인 전 세계의 해류 시스템이 온난화로 기후 조절 기능을 잃게 될 경우 벌어질 사태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토록 인류의 생존이 걸린 문제에 미국이 소극적인 까닭은 무엇인가? “미국이 필요 없는 세계가 오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이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미루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가?
두말할 것도 없이 교토의정서가 자국 경제와 산업에 미칠 충격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산화탄소, 메탄을 비롯하여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의 3분의 1을 내뿜는 초거대 산업국이다. 미국에서 1년에 소비하는 석유의 양은 약 70억 배럴로 추정된다. 전 세계 연간 석유생산량이 약 270억 배럴이니, 미국이 세계 석유 생산량의 25% 이상을 소비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은 “온실가스 감축량의 의무화가 경제성장을 저해한다”는 주장의 근거가 되고 있다.
석유재벌의 이해관계에 따라 춤추는 미국의 정치도 교토의정서의 비준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다. 부시 미 대통령은 석유업계의 막대한 로비자금을 이용해 권좌에 올랐다. 부통령 딕 체니를 비롯한 부시 행정부 안의 많은 고위간부들이 석유회사 출신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어쨌든 지난 2월 16일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으로서 총성 없는 환경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제 철강 1톤을 생산하는데 이산화탄소를 얼마나 배출했는지, 물은 얼마나 썼는지를 따지게 된다. 감축량을 달성하지 못하면 막대한 돈을 들여 온실가스 배출권을 사들여야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한 나라의 산업 전체가 무너지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산화탄소를 잡아라
우리나라는 1997년 교토의정서 채택 당시 의무 감축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2013년 이후에도 감축의무를 면제받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소득 대비 국민 1인당 에너지 사용량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온실가스 배출증가율 역시 세계 최고이기 때문이다.
이제 화석연료 사용을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됐다. 무엇보다도 지난 30년 간 압축 성장의 과정에서 굳어진 우리 산업의 에너지 과소비 구조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문제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선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화석에너지에 많은 세금을 물리는 대신 근로소득세는 낮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환경을 오염시키는 대가는 비싸게 치르게 만들고 노동부담은 값싸게 만들자는 것이다. 국민이나 기업의 입장에서는 에너지 비용이 늘어나지만 그만큼 근로소득세가 줄어 전체적으로 조세 부담은 늘어나지 않는다. 또 생활양식과 생산구조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바꿀수록 환경세 부담이 적어져 오히려 실질소득이 증가한다는 이점도 있다.
절전형 제품을 개발하여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고 풍력이나 태양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의 보급 또한 확대해야 한다. 하지만 기후변화 문제를 정부나 기업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시민 각자가 겨울철 난방 온도를 1℃씩 낮추고 휴식시간에 컴퓨터와 복사기의 전원을 끄는 일을 실천한다면 지구온난화를 늦추는데 기여할 수 있다. 자동차 이용 횟수를 줄이고 물을 절약하면 할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어든다.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다. 빈곤이나 전쟁과 마찬가지로 인류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로 인식되어야 한다.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한 작은 발걸음에 불과할지도 모르는 교토의정서의 발효가 인류 모두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되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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