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민운동의 돌파구, 환경운동
2005/2005년 04월 :
2005/04/01 00:00
『참여사회』3월호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에서는 개혁개방 이후 민간조직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국가에 대해서도 일정한 자율성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가 계속되는 한 민간조직에 대한 국가의 통제가 금방,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중국 시민사회의 발전도 국가와의 관계에서 보면 당분간은 ‘종속적 발전’의 수준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언제 종속적 위치에서 벗어나 자율적 조직으로 발전할 것인가는 중국공산당의 정치개혁에 대한 태도, 국민 권리의식의 진전 정도 등 여러 요인들의 영향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국가로부터 받는 제약이 아직 크지만, 부분적으로는 국가의 개입이 차츰 약화되어가고 시민사회의 능동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중국 시민사회 발전은 이러한 공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상당부분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2001년 중국 청화대학 NGO 연구센터가 중국 사회단체로 등록된 민간조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활동영역을 분류했는데 그 결과는 <표1>과 같다. NGO들은 평균 4.15개의 활동영역을 선택했는데 <표1>은 10%이상이 답한 활동영역만을 열거한 것이다(응답단체 총수는 1508개).
물론 <표1>의 조사대상 단체들의 상당수는 형식적으로는 민간조직으로 분류됐지만 국가의 직·간접적인 관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순수한 의미에서 NGO로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활동영역도 동호인 성격의 모임, 직업직능별 조직, 국가의 사회관리기능을 보완하는 사회사업 관련 분야에 편중돼 있다. 앞으로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민간조직들도 국가와 정치적, 정책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표1>의 영역들에서 먼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표1>의 영역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순수한 의미의 NGO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나름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한 영역이 있는데, 이는 환경보호 영역이다. 위의 설문에서 환경보호는 9.95%를 기록했다. 환경보호 영역이 중국 시민사회의 발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회사업은 국가와의 관계에서 보완적 성격이 강한 반면, 환경운동은 국가 발전주의와의 갈등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민간부분의 자율성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가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이다.
두쟝옌(都江堰) 보호운동
최근 몇 년 사이에 환경보호활동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민간조직 활동이 정책결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드문 사례가 되고 있다. 우선 2003년의 두쟝옌(都江堰) 보호운동 성공이 그 첫 사례이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근방에 2000여 년 전 건설된 두쟝옌 댐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그런데 2003년 4월 두쟝옌 관리국이 효과적인 관리를 이유로 주변에 새로운 제방 건설을 추진했다. 이 계획은 많은 반대에 직면했지만 두쟝옌 관리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계획을 반대하는 주민이 중국청년보 기자인 장커지아(張可佳)와 중국인민방송국 왕영천(王永晨)에게 상황을 알리면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이들은 모두 자발적인 환경보호단체인 뤼지아위엔(綠家園)에서 주도적 활동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로 같은 해 6월 현장을 방문하게 된다. 이들은 현지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유네스코 베이징 사무소에 상황을 알렸다. 왕용천은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작성한 원고를 기자살롱이라는 모임을 통해 다른 기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장커지아는 2003년 7월 9일 중국청년보를 통해 상황을 보도했다.
이후 중국의 약 180여 개 매체가 이 사건을 보도했는데 대부분 건설 반대 입장을 취했다. 두쟝옌 관리국은 건설사업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여론을 수용하여 건설 반대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으며 8월 29일 공사계획 중단이 공식 결정됐다. 이는 민간의 목소리가 지방 차원이기는 하지만 정부 결정에 제동을 건 매우 드문 사례이다.
누쟝(怒江)보호운동
두쟝옌 보호운동에 이어 전개된 누쟝(怒江)보호운동은 두쟝옌보다 더 사회적 반향이 큰 사건이었다. 누쟝보호운동이 중국정부가 정책적으로 매우 중시하고 있는 전력발전사업과 충돌했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련된 이익주체들도 두쟝옌 때보다 훨씬 많고 비중 있는 집단들이었기 때문이다.
누쟝은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에 있는 강으로 독특한 자연지형 덕분에 200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서쪽으로는 티베트, 남쪽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결되는 지역에, 교통로도 거의 발달되지 않은 원시적 자연상태에 가까운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2003년 8월 위난성 누쟝주정부가 제출한 누쟝중하류수력발전계획보고를 중국 국가발전 및 개혁위원회가 통과시키면서 누쟝은 전국적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는 742㎞에 이르는 누쟝 중하류는 자연 낙차가 1,578m나 되는 등 풍부한 수력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총 13조 원을 들여 13곳에 수력발전소를 세우는 사업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 개발사업이 관개, 관광, 홍수방지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계획은 대형 국유기업인 전력회사와 윈난성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인데, 지역주민들을 빈곤에서 탈피시킨다는 것을 중요한 명분으로 내세웠다. 누쟝 주변 주민들은 대부분 소수민족이고 화전에 의존하는 등 중국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쟝 주정부의 수입은 2002년 140억 원도 안 되고 농민 1인당 연간 총수입이 100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중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윈난성의 발주로 시행된 한 연구보고는 수력발전 건설이 완료되면 누쟝 주정부의 수입이 1300억 원 이상 증가하고 44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예측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이 지역의 정부와 주민에서 매우 매력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계획이 발표되자 중국의 환경전문가와 민간부분은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두쟝옌보호운동에서 승리를 거두었던 이들은 더욱 강화된 네트워크를 동원해 “자손들에게 원시적 강을 그대로 물려주자”는 구호를 걸고 반대운동을 폈다. 이 운동은 베이징을 주요 무대로 하는 환경보호단체들인 위지아위엔과 자연의벗(自然之友), 윈난에 있는 윈난녹색유역 등이 주도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누쟝 개발의 부당성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환경문제를 관장하는 국무원 산하 환보총국 주관 토론회 및 환경평가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이 개발에 반대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사업은 세계자연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하는 중국정부의 의무와 상충된다. 둘째, 커다란 자연적, 문화적 가치를 가진 천연 협곡이 매몰될 것이다. 셋째, 누쟝은 동남아 민물어류 서식지역과의 가장 중요한 연결 지점이므로 독단적으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 넷째, 단층지대가 있기 때문에 건설사업은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다섯째, 농민들의 대규모 이주가 불가피하다. 여섯째, 이 지역의 빈곤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대형수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벗어나기는 힘들다.
물론 윈난지역의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누쟝 상류인 티베트에 이미 수력발전소가 건설돼 있고 양쪽 협곡도 주민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어 있는 상태에서 완전한 자연상태를 운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 말고 빈곤에 시달리는 이 지역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지를 방문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많은 주민들이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로 수력발전소 건설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개발사업이 지방정부의 재정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만 농민들에게는 현실적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수력발전 건설은 농민이 대다수인 이 지역에서 그나마 가치가 높은 토지를 수몰시킬 것이며, 농민들은 더 열악한 지역으로의 이주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수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이민정책은 이미 산샤(三峽)댐 건설 등에서도 문제가 됐다. 2004년 쓰촨성의 한 지역에서는 이민 문제를 둘러싼 지방정부와 농민들의 충돌이 폭동으로 비화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과 지방정부, 지방 전문가들 사이의 대립은 팽팽했지만 중앙정부에서의 논의는 점차 환경단체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지난해 4월 국가발전과 개혁위원회의 누쟝개발사업계획안이 국무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공사에는 제동이 걸렸다. 특히 “신중히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결정하라”는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의 지시가 환경단체 쪽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환경운동과 중국 시민사회의 발전
누쟝 수력발전소 건설 문제는 소강상태에 빠져 있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와 전력기업은 환경보호와 개발사업의 조화를 내걸고 규모를 줄여서라도 환경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윈난성과 전력회사는 원래 계획된 발전소 중 가장 작은 곳부터 공사를 재개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에 심각한 전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점은 이들의 개발논리에 커다란 힘을 보태고 있으며 다른 지방정부들도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민간부분 활동이 성 단위의 지방정부와 대형 국유기업에 주도되는 계획을 일단 중단시켰다는 것은 중국의 민간역량이 크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양한 활동가와 단체들이 연대할 수 있었던 점과 개발론과의 논쟁을 거치면서 새로운 발전관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된 점은 이후 시민사회발전에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졌던 배경에 이들 자신의 대중적, 조직적 기반보다 언론매체와 환보총국이라는 국가기구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환경보호론이 개발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새로운 발전관을 형성해나갈 수 있을지는 중국만이 아니라 아시아, 세계의 미래와도 연결된 문제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는 국가로부터 받는 제약이 아직 크지만, 부분적으로는 국가의 개입이 차츰 약화되어가고 시민사회의 능동성이 효과적으로 발휘될 수 있는 공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실 중국 시민사회 발전은 이러한 공간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에 상당부분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2001년 중국 청화대학 NGO 연구센터가 중국 사회단체로 등록된 민간조직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활동영역을 분류했는데 그 결과는 <표1>과 같다. NGO들은 평균 4.15개의 활동영역을 선택했는데 <표1>은 10%이상이 답한 활동영역만을 열거한 것이다(응답단체 총수는 1508개).
물론 <표1>의 조사대상 단체들의 상당수는 형식적으로는 민간조직으로 분류됐지만 국가의 직·간접적인 관리를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을 모두 순수한 의미에서 NGO로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활동영역도 동호인 성격의 모임, 직업직능별 조직, 국가의 사회관리기능을 보완하는 사회사업 관련 분야에 편중돼 있다. 앞으로 자율성을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는 민간조직들도 국가와 정치적, 정책적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은 <표1>의 영역들에서 먼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표1>의 영역에 포함되지는 않지만 순수한 의미의 NGO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나름의 사회적 영향력을 확보한 영역이 있는데, 이는 환경보호 영역이다. 위의 설문에서 환경보호는 9.95%를 기록했다. 환경보호 영역이 중국 시민사회의 발전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은 사회사업은 국가와의 관계에서 보완적 성격이 강한 반면, 환경운동은 국가 발전주의와의 갈등적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국가에 대한 민간부분의 자율성이 얼마나 증가하고 있는가를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사례인 것이다.
두쟝옌(都江堰) 보호운동
최근 몇 년 사이에 환경보호활동은 사회적으로 커다란 주목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민간조직 활동이 정책결정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 드문 사례가 되고 있다. 우선 2003년의 두쟝옌(都江堰) 보호운동 성공이 그 첫 사례이다.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근방에 2000여 년 전 건설된 두쟝옌 댐은 2000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다. 그런데 2003년 4월 두쟝옌 관리국이 효과적인 관리를 이유로 주변에 새로운 제방 건설을 추진했다. 이 계획은 많은 반대에 직면했지만 두쟝옌 관리국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계획을 반대하는 주민이 중국청년보 기자인 장커지아(張可佳)와 중국인민방송국 왕영천(王永晨)에게 상황을 알리면서 새로운 변화가 시작됐다. 이들은 모두 자발적인 환경보호단체인 뤼지아위엔(綠家園)에서 주도적 활동을 하고 있었던 사람들로 같은 해 6월 현장을 방문하게 된다. 이들은 현지에서 자료를 확보하고 유네스코 베이징 사무소에 상황을 알렸다. 왕용천은 방송되지는 않았지만 작성한 원고를 기자살롱이라는 모임을 통해 다른 기자들에게 나누어주었다. 장커지아는 2003년 7월 9일 중국청년보를 통해 상황을 보도했다.
이후 중국의 약 180여 개 매체가 이 사건을 보도했는데 대부분 건설 반대 입장을 취했다. 두쟝옌 관리국은 건설사업이 정당하다고 주장했지만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여론을 수용하여 건설 반대 입장을 밝히기 시작했으며 8월 29일 공사계획 중단이 공식 결정됐다. 이는 민간의 목소리가 지방 차원이기는 하지만 정부 결정에 제동을 건 매우 드문 사례이다.
누쟝(怒江)보호운동
두쟝옌 보호운동에 이어 전개된 누쟝(怒江)보호운동은 두쟝옌보다 더 사회적 반향이 큰 사건이었다. 누쟝보호운동이 중국정부가 정책적으로 매우 중시하고 있는 전력발전사업과 충돌했을 뿐만 아니라 이 문제에 관련된 이익주체들도 두쟝옌 때보다 훨씬 많고 비중 있는 집단들이었기 때문이다.
누쟝은 중국 서남부 윈난(雲南)성에 있는 강으로 독특한 자연지형 덕분에 200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록됐다. 서쪽으로는 티베트, 남쪽으로는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연결되는 지역에, 교통로도 거의 발달되지 않은 원시적 자연상태에 가까운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2003년 8월 위난성 누쟝주정부가 제출한 누쟝중하류수력발전계획보고를 중국 국가발전 및 개혁위원회가 통과시키면서 누쟝은 전국적 이슈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 보고서는 742㎞에 이르는 누쟝 중하류는 자연 낙차가 1,578m나 되는 등 풍부한 수력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하고 총 13조 원을 들여 13곳에 수력발전소를 세우는 사업을 제안했다. 보고서는 이 개발사업이 관개, 관광, 홍수방지 등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계획은 대형 국유기업인 전력회사와 윈난성 정부의 주도로 만들어진 것인데, 지역주민들을 빈곤에서 탈피시킨다는 것을 중요한 명분으로 내세웠다. 누쟝 주변 주민들은 대부분 소수민족이고 화전에 의존하는 등 중국에서도 가장 원시적인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누쟝 주정부의 수입은 2002년 140억 원도 안 되고 농민 1인당 연간 총수입이 100달러가 조금 넘는 수준으로 중국에서 가장 빈곤한 지역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윈난성의 발주로 시행된 한 연구보고는 수력발전 건설이 완료되면 누쟝 주정부의 수입이 1300억 원 이상 증가하고 44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예측은 빈곤에 시달리고 있는 이 지역의 정부와 주민에서 매우 매력적인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계획이 발표되자 중국의 환경전문가와 민간부분은 적극 반대하고 나섰다. 이미 두쟝옌보호운동에서 승리를 거두었던 이들은 더욱 강화된 네트워크를 동원해 “자손들에게 원시적 강을 그대로 물려주자”는 구호를 걸고 반대운동을 폈다. 이 운동은 베이징을 주요 무대로 하는 환경보호단체들인 위지아위엔과 자연의벗(自然之友), 윈난에 있는 윈난녹색유역 등이 주도했다. 이들은 인터넷과 언론 등을 통해 누쟝 개발의 부당성에 대한 홍보활동을 강화하는 한편, 환경문제를 관장하는 국무원 산하 환보총국 주관 토론회 및 환경평가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다.
이들이 개발에 반대하는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사업은 세계자연문화유산을 보호해야 하는 중국정부의 의무와 상충된다. 둘째, 커다란 자연적, 문화적 가치를 가진 천연 협곡이 매몰될 것이다. 셋째, 누쟝은 동남아 민물어류 서식지역과의 가장 중요한 연결 지점이므로 독단적으로 개발해서는 안 된다. 넷째, 단층지대가 있기 때문에 건설사업은 자연재해의 위험성을 증가시킨다. 다섯째, 농민들의 대규모 이주가 불가피하다. 여섯째, 이 지역의 빈곤은 여러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므로 대형수력발전소 건설을 통해 벗어나기는 힘들다.
물론 윈난지역의 관료들과 전문가들은 이들의 활동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취했다. 이들은 누쟝 상류인 티베트에 이미 수력발전소가 건설돼 있고 양쪽 협곡도 주민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개발되어 있는 상태에서 완전한 자연상태를 운운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또한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 말고 빈곤에 시달리는 이 지역에 경제적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해 현지를 방문한 환경단체 활동가들은 많은 주민들이 개발이익에 대한 기대로 수력발전소 건설에 긍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개발사업이 지방정부의 재정에는 분명히 도움이 되겠지만 농민들에게는 현실적 이익이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수력발전 건설은 농민이 대다수인 이 지역에서 그나마 가치가 높은 토지를 수몰시킬 것이며, 농민들은 더 열악한 지역으로의 이주를 강요당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측한다. 수력발전소 건설에 따른 이민정책은 이미 산샤(三峽)댐 건설 등에서도 문제가 됐다. 2004년 쓰촨성의 한 지역에서는 이민 문제를 둘러싼 지방정부와 농민들의 충돌이 폭동으로 비화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환경단체들과 지방정부, 지방 전문가들 사이의 대립은 팽팽했지만 중앙정부에서의 논의는 점차 환경단체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결국 지난해 4월 국가발전과 개혁위원회의 누쟝개발사업계획안이 국무원을 통과하지 못하면서 공사에는 제동이 걸렸다. 특히 “신중히 연구하고, 과학적으로 결정하라”는 원자바오(溫家寶) 국무원 총리의 지시가 환경단체 쪽에 큰 힘을 실어주었다.
환경운동과 중국 시민사회의 발전
누쟝 수력발전소 건설 문제는 소강상태에 빠져 있지만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지방정부와 전력기업은 환경보호와 개발사업의 조화를 내걸고 규모를 줄여서라도 환경평가를 통과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윈난성과 전력회사는 원래 계획된 발전소 중 가장 작은 곳부터 공사를 재개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작년부터 중국에 심각한 전력부족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한 점은 이들의 개발논리에 커다란 힘을 보태고 있으며 다른 지방정부들도 수력발전소 건설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민간부분 활동이 성 단위의 지방정부와 대형 국유기업에 주도되는 계획을 일단 중단시켰다는 것은 중국의 민간역량이 크게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양한 활동가와 단체들이 연대할 수 있었던 점과 개발론과의 논쟁을 거치면서 새로운 발전관을 적극적으로 고민하게 된 점은 이후 시민사회발전에 중요한 자양분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활동이 사회적으로 큰 영향력을 가졌던 배경에 이들 자신의 대중적, 조직적 기반보다 언론매체와 환보총국이라는 국가기구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는 점에서 가야 할 길이 여전히 멀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환경보호론이 개발론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새로운 발전관을 형성해나갈 수 있을지는 중국만이 아니라 아시아, 세계의 미래와도 연결된 문제이다.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