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17대 국회에서 제일 주목받는 ‘스타’를 꼽는다면 누구일까? 아마도 4.15 총선이 끝난 4월16일 새벽 3시까지 우리를 잠 못 들게 한 사람. 10선 국회의원이라는 기네스 기록을 갖고 싶어했던 김종필과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제로섬 게임을 펼치며 TV에서 눈을 못 떼게 만든 민주노동당 사무총장 노회찬 당선자일 것이다.

사실 그가 유명세를 타게 된 것은 총선 결과 때문만은 아니다. 그는 TV 토론에 나와 기존 정치인 누구보다 속시원한 발언으로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며 일약 이번 총선 최대의 ‘미디어 스타’로 떠올랐다.

그런 그가 5월17일, 참여연대 회원특강의 강연자로 나섰다. 그의 인기를 증명하듯 2층 강당은 앉을 자리 하나 없이 꽉 들어찼다. 강연이 시작하고 시간이 조금 흐른 뒤에는 강당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문밖에 서서 강연을 들어야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것은 단지 노회찬 당선자 개인에 대한 관심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 땅에 대의민주주의제도가 들어선 지 반세기만에 국회에 진출한 진보정당, 민주노동당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노회찬 당선자는 공화당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쇠퇴한 것은 단순히 제17대 총선에 그칠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변화하는 ‘경향’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한국의 정치가 왼쪽으로 갔다”는 뉴욕타임즈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았다. “출발점이 워낙 오른쪽에 있었기 때문에 왼쪽으로 조금 움직였지만, 우리 정치는 여전히 오른쪽에 있다”는 지적이다. 노 당선자는 이를 특유의 비유법으로 “냉탕에 더운물 한 바가지 부었을 뿐, 사람의 체온에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로 표현했다.

노 당선자는 새롭게 형성된 정치지형에서 펼쳐질 ‘2개의 전선’을 이야기했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전선은 신문 지면의 80%를 차지하는 큰 전선이다. 아직은 미약하지만 보수정당 대 진보정당이라는 또 하나의 전선이 점점 커지는 것은 시대적인 흐름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 1전선에서는 우리 서민들의 행복과는 무관한 일들이 벌어지면서 이라크 파병 문제나 한.칠레 FTA 등과 같은 중요한 정책이 너무 쉽게 합의됐다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의 비약적인 성장을 전망하는 얘기도 빠지지 않았다. 최근 한나라당과의 지지율 경쟁에서 거의 대등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고, 내후년에나 가능할 것이라 예상했던 20% 지지율이 이미 이뤄졌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를 “이제 보수정당과 진보정당의 전선은 국회의원 비율인 ‘289 대 10’의 대결이 아니라, ‘80 대 20’의 대결”이라는 말로 압축했다.

물론 노 당선자는 이런 상황을 마냥 기뻐하고, 자만해서는 안 된다고 반성과 당부를 잊지 않았다. “본래 민노당의 지지율에 기대감이 더해진 지지율로 파악하고 있으며, 이제까지 해온 것보다 더욱 열심히 노력하지 않으면, 유지될 수 없다는 것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노 당선자는 이어서 평등, 절대 평화, 개혁 과제 등 민주노동당의 3대 분야 개혁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노 당선자는 평등 앞에 ‘기회균등으로서’라는 수식어를 붙였는데 이는 “평등이란 말에 여전히 우려와 불안의 느낌을 갖는 우리의 척박한 현실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평등의 문제는 아주 기본적인 복지정책에 불과한데도, 이를 색깔론이나 하향평준화 같은 가치로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강하다는 것이다.

경제가 어려운데, 나눠먹자는 거냐식의 ‘먼저 파이를 키워야한다’는 성장론에 대해 노 당선자는 “민주노동당이 실현하고자 하는 복지는 그 자체의 의미도 크지만, 성장론자들이 말하는 성장을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수출이 아무리 잘돼도 구매력이 떨어진 서민들의 경제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한 극심한 내수부진은 회복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부유세의 철학을 설명하는 노 당선자는 예의 비유법을 또 꺼내들었다.

“암소갈비 먹는 사람, 자장면 먹는 사람, 굶는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암소갈비만 먹는 사람이 암소갈비 대신 불고기를 먹고, 그 만큼의 차액으로 굶는 사람에게 라면이라도 사 먹이자는 것입니다. 동물의 왕국에선 힘 센 동물이 잡은 만큼 먹고, 힘없는 동물은 굶어 죽거나 잡아먹힌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것은 나눠 가질 줄 알기 때문이다. 내 옆집 사람이 굶고 있는데, 나만 배부르면 그것이 행복입니까?”

우리나라처럼 부자들이 세금을 적게 내는 나라가 없다고 한다. 부유세는 외국에서 이미 실시하고 있는 정책으로, 민주노동당은 7억 원 이상의 자산 보유자에 대해 적용하는 프랑스에 비해 훨씬 낮은 10억 이상의 자산에 대해서 부유세를 적용하자고 하는데도, 보수세력은 이를 거부하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리고 보수세력의 주장대로 부유세가 그렇게 큰 문제가 된다면 프랑스, 스웨덴, 독일 경제는 이미 무너졌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는 가슴이 후련했다.

강연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는 노회찬 당선자가 얼마전 조선일보 노조에서 가진 강연발언에 대한 문제제기가 청중으로부터 나왔다. 노 당선자는 “우리가 조선일보를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거두절미해 왜곡보도 때문이 아니냐”며 자신이 조선일보를 비판한 부분은 빠지고, 인사말로 한 덕담만 ‘과장보도’ 됐다면서, 여전히 자신은 ‘안티조선 운동’을 지지하며 조선일보와의 인터뷰 거부는 당론이라고 답했다.

조선노보 사건을 포함해서, 민노당의 앞길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의 말 한 마디 한 마디는 이제 보수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며, 더 심한 왜곡과 과장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보에 대한 굳은 믿음과 냉철한 비판으로 진보를 더욱 성장시키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 아닐까 생각했다.

임은정 시민운동공부모임 회원
2004/06/01 00:00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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