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개혁경쟁에 나서라
2004/2004년 06월 :
2004/06/01 00:00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17대 국회 개혁과제
변화와 개혁에 대한 국민의 열망으로 완성된 17대 국회가 우선적으로 추진해야 될 개혁과제는 무엇인지 참여연대가 제시하는 개혁과제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편집자주
17대 국회가 문을 연다. 누구나 이야기하듯 지난 4.15총선에서 국민은 변화와 개혁을 선택했다. 이제 국회가 문을 열면 그 변화와 개혁의 방향을 놓고 각 정당과 시민사회가 갑론을박을 벌일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개혁해야 할 것인가? 17대 국회개원에 즈음하여 시민운동 진영이 주문하는 개혁의 방향은 크게 세 가지이다. 첫째, 낡은 정치를 청산하고 민주주의를 더욱 심화 발전시켜나가야 한다는 것, 둘째, 냉전질서를 걷어내고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 셋째, 빈곤문제 해결 등 사회경제적 구조개혁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낡은 정치 청산과 민주개혁의 강화
탄핵사태와 총선을 거치며 국민은 낡은 정치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이제 정치권은 물론이고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 언론 등 권력기관의 부패를 척결하고 민주주의를 심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국회자체의 탈바꿈이 시작되어야 한다. 정치인들의 기득권유지와 정쟁의 장이 되었던 국회가 이제는 국민을 위한 정책경쟁의 장이 되어야 할 것이다.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 실시는 열린우리당의 공약인 만큼 지켜야 할 것이다. 나아가 면책특권이나 불체포특권 같은 국회의원의 특권을 제한하기 위한 가시적 조치들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 국회개혁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각종 회의의 ‘철저한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 상임위 산하 소위 공개는 국회개혁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인터넷이나 케이블TV 등을 통해 국회의 모든 회의를 생중계 함으로써 의원들 스스로 시민들의 눈과 귀를 의식해 불성실 의정활동과 정쟁으로 일관했던 구태를 벗도록 해야 한다.
국회의원을 포함해 고위공직자들의 주식 등 재산에 대한 백지위임신탁제도 도입, 고액현금거래 신고의무화 등 돈세탁방지법 개정, 공직자윤리법 강화 등 현재 시행되고 있는 반부패시스템을 보다 획기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필수적이다.
사법개혁도 이미 진행되고 있는 ‘사법개혁위원회’의 활동을 보다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한 국회의 노력이 요구된다. 당장 8월로 다가온 신임 대법관 임용과정이 국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보다 민주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대법관 제청과정 등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법원 내 서열에 따라 보수일색의 인사들이 대법관, 헌법재판관이 되는 관행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정간법개정 등 언론개혁의 과제도 이미 사회적 의제가 되었다. 신문시장의 독과점적 요소를 제어하여 언론기관 간의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도록 하자는 것을 이른바 ‘조중동’은 언론자유 침해라고 왜곡하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니 언론개혁의 어려움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스스로 수구 정치세력처럼 작동하고 있는 조선, 중앙, 동아 등 수구언론의 개혁 없이는 우리사회의 개혁이 진전되기를 기대하기 어렵다.
냉전질서 청산과 평화정착
17대 국회개원과 더불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과제가 이라크파병 재검토라는 것은 분명하다. 이라크전쟁은 미국의 탐욕이 부른 명분 없는 전쟁이라는 점을 넘어 학살과 성학대 등 미군의 야만성을 여지없이 드러내고 있다. 이제 전 세계인이 부시와 미군을 규탄하고 있으며 이미 파병했던 나라들조차 속속 자국의 군대를 철수하고 있는 마당에 군대를 추가로 파병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용기있게 파병철회를 결의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미국이 자신의 세계전략에 따라 주한미군감축 등 재편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자주적 입장을 견지하는 새로운 안보전략을 수립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남북대결 구도를 획책하고 냉전질서를 옹호하며 일방적인 숭미사대주의로 일관해왔던 냉전수구적 정치만이 횡행했던 과거와 확실히 단절하고 국회는 이제 남북공존과 평화정착, 보다 대등한 한미관계 구축이라는 미래지향적 한반도정책을 제시해야 한다.
혹시라도 현 정권이 주한미군의 감축에 대응한다는 미명으로 미국산 첨단무기를 도입하여 군비증강을 이루는 것으로 결론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군비증강, 전력증강은 소모적인 남북대결만을 부추길 따름이다. 국회는 이같은 흐름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 이제는 군비축소를 통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정착을 모색할 때이다.
소파개정, 주한미군기지 문제 등 현안에 대해서도 이제는 국회가 본격적인 답을 내놓을 시기가 되었다. 더불어 남한 사회 내부의 냉전잔재를 털어내기 위해 국가보안법 철폐를 이뤄내는 것도 시대적 과제이다. 모처럼 한나라당이 국가보안법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이고 있어 기대가 크다.
빈곤문제 해결 등 사회경제적 구조개혁 착수
먹고사는 문제가 만만치 않은 때이다. 중국쇼크, 고유가 행진, 미국발 금리인하와 같은 외부요인에다, 카드사태 이후 내수경기의 극심한 부진,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실업상황 등 한국경제는 어렵다. 이를 경제위기론으로 포장하며 재벌의 이해를 대변하는 전경련은 기업투자활성화를 위해서는 재벌개혁을 유보해야 한다는 공공연한 압력을 넣고 있고, 조중동과 경제신문들도 민생을 앞세워 개혁 속도조절론을 유포하고 있다. 민생을 우선 챙겨야한다는 논리가 은근슬쩍 재벌개혁, 경제구조개혁 포기의 근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재벌개혁과 경제체질개선을 포기한다면 더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할 수밖에 없음을 직시해야 한다. 기존의 재벌개혁 정책을 후퇴시켜서는 안 되며 산업자본과 금융자본 분리의 원칙을 확고히 하여 금융지주회사제도 개선 등 제도개혁을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경제구조개혁과 더불어 사회보장정책의 획기적인 강화를 모색할 때이다. 실업과 빈곤문제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확고히 하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국민연금제도 등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비정규노동자의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제도개선, 복지와 공공서비스 분야를 확충하여 노동인력을 흡수하는 등의 실업대책도 제시되어야 한다. 신용불량자 대책, 부동산투기근절, 공공임대주택의 확충 등 서민주거안정화 정책과 구체적인 민생현안에 대한 국회 차원의 대책도 절실하다.
국회가 국민으로부터 요구받고 있는 개혁의 과제는 말 그대로 산적해 있다. 개혁과제를 제대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정책으로 싸우는 정당, 개혁 경쟁을 벌이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상생의 정치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17대 국회와 정치권이 정치공세나 정쟁으로 허비할 시간은 없어 보인다. 부디 이 번만은 국민을 실망시키지 않는 국회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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