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인 양성제도 변화는 사법개혁의 초석
2003년 사법시험 응시자 수는 3만2401명이며, 최종 합격자 수는 906명이었다. 합격률 2.8%, 그나마 매년 합격자수를 증가시켜온 결과다. 한국사회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신분상승의 기제인 사법시험 합격은 당사자에게 있어 남은 여생을 최고 권력층이자 상류층인 판.검사, 변호사로 살아가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때문에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든 아니든 상관없이 신림동 고시촌은 사법시험 합격을 통해 인생역전을 시도하는 수많은 응시생들로 북적인다. 이 가운데는 인생의 절정기인 청춘을 다 바치며 사법시험에 목숨을 걸다시피 한, 일명 고시폐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숱하다.

일종의 사회병리 현상으로까지 해석되는 이같은 고시열풍으로 인한 각종 폐해를 해소하고, 국민들이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사법시험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에 최근 힘이 실리고 있다. 사법시험 제도를 폐지하고 변호사자격시험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상당수 관련자 뿐 아니라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가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대안으로 제시되는 변호사자격시험에서 시험을 볼 수 있는 자격을 누구에게 줄 것인지와 선발적정인원, 이와 맞물려 법학전문교육기관을 어떻게 선정할 것인지 그리고 국가에서 독점하고 있던 법조인력 충원.양성과정을 어떠한 방식으로 민간에 위탁할 수 있을지 등에 대한 논란이 여전해 실질적인 제도개선이 이뤄지기까지는 더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통한 개선요구가 절실하다.

이와 관련, 참여연대는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법학전문대학원은 ▲학부과정에서의 전공과 상관없이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이 가능토록 하고 ▲3년간 집중적으로 강도높은 법률전문교육을 시행하고 ▲이들에게 변호사자격시험을 치를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특히 법학전문대학원이 도입될 경우 (1)사법시험의 폐지와 변호사자격시험으로의 전환 (2)변호사, 판.검사 선발과정이 분리됨으로써 사법연수원을 통해 형성된 기수문화 등이 해소될 수 있다. 실제 현행 사법연수원 제도는 이해가 상충될 미래의 변호사와 판.검사를 2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공동교육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한다. 이러한 관계는 향후 소송당사자의 이해를 대변해야 할 변호사가 도리어 판.검사와 일정한 이해를 공유하며 부적절한 결과를 가져오는, 이른바 ‘법조비리’의 불씨가 될 수 있다.

때문에 법조인 양성과 충원제도의 변화는 사법부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개혁과제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법이라는 단어 자체가 근접하기 어려운 전문적 냄새를 풍기고 있는 탓에 일반 시민들의 관심에서 상당히 동떨어져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법치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구성원이 ‘법’과 결코 떨어져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비록 어렵고 관심분야가 아니라 할지라도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만이 사회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이송희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간사
2004/06/01 00:00 2004/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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