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GPR 구상과 한반도 안보변화
2004/2004년 07월 :
2004/07/01 00:00
안보공백 아닌 미국의 대북 군사위협 증대
주한미군 감축은 미국의 세계군사전략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해외주둔미군재배치(GPR)의 내용과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최근 주한미군 감축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가운데, 동일한 사안에 대해 남북한에서 상반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남측에서는 일부 보수파를 중심으로 ‘안보공백론’이 제기되고 있는 반면, 정작 북한은 미군 감축을 자신을 공격하기 위한 예비 수순이라고 주장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작년부터 주한미군 재배치를 예의주시 해온 북한은 최근 “주한미군 재배치는 미국이 한반도에서 전쟁을 일으킬 경우 병력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북침 전쟁준비 완성을 위한 것”이라며, 자신들 역시 이에 맞서 군사적 준비태세를 갖춰나갈 방침을 밝히고 있다. 이 같은 북한의 반발은 한미동맹 재조정과 맞물려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더욱 예측하기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점에서 면밀한 분석과 치밀한 대처가 요구되고 있다. 자칫 남북 상호간의 불신과 경계심이 확대재생산되면서 군사적 긴장과 군비경쟁이 고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시 독트린’의 근간, GPR
실제로 부시 행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해외 주둔 미군 재배치(이하 GPR)의 내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이해할 법하다. 부시 행정부가 21세기 새로운 안보위협에 대처한다는 명분으로 추진하고 있는 GPR을 비롯한 신안보전략을 보면, 북한이 1차적인 고려 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예방전쟁’ 개념에 기초를 두고 있는 부시 독트린은 미국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테러집단이나 깡패국가에 먼저 행동할 수 있다는 ‘선제공격론’과, “어느 국가가 미국과 대등해지려는 것을 사전에 좌절시킨다”는 ‘수위(primacy) 전략’을 두 축으로 삼고 있다. 전자는 주로 부시 행정부가 지목한 “악의 축” 국가들을, 후자는 중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이와 같은 내용은 9.11 테러 이후에 채택된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도 명시되어 있으며, 2002년 12월 초 부시 대통령이 승인한 ‘국가안보 대통령 지침 17호’(NSPD-17)와 ‘본토안보 대통령 지침 4호’(HSPD-4호)를 통해 거듭 확인되었다. 특히 1급 기밀로 분류된 이들 문서의 ‘부록’ 부분에는 이란, 시리아, 리비아와 함께 북한이 미국의 신안보전략의 최우선 적용 대상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러한 내용은 2002년 12월 11일자 워싱턴포스트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다.
이처럼 선제공격전략과 수위 전략을 양대 축으로 삼고 있는 부시 독트린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바로 GPR이다. 부시 대통령이 2003년 11월 25일 GPR 추진을 천명하면서 “냉전해체 이후, 우리나라와 우방 및 동맹국들이 직면했던 (소련 등 공산국가의) 위협은 깡패국가와 글로벌 테러리즘, 그리고 대량살상무기와 연계된 예상치 못한 위험들에게 자리를 내주고 있다”고 말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리고 미국에 의해 대표적인 깡패국가이자 테러지원국, 그리고 대량살상무기 확산의 주범으로 규정되어온 북한이 미국의 GPR 구상의 중심에 놓이게 된다는 것도 알 수 있다. 미국의 주한미군 재배치 구상이 “한반도 방어는 한국에게 맡기고 미국은 지역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평가가 문제의 본질을 놓칠 수 있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오는 것이다.
일례로 주한미군 등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는 북한 등을 염두에 둔 ‘대량살상무기 확산 방지 구상(이하 PSI)’과도 직결되어 있다. 이와 관련해 더글라스 페이스 미 국방부 차관은 해외주둔 미군 재배치가 전지구적 전략의 맥락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그 예로 PSI를 들었다. 그는 작년 12월 미국의 국제안보전략연구소(CSIS)에서 행한 연설에서 “부시 대통령의 PSI는 생화학무기와 핵무기, 그리고 탄도미사일의 확산을 다루는 전지구적 전략의 예”라며, “우리는 이러한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적절한 군사력과 (동맹.우방국과의) 관계, 그리고 권한을 가지고 미군을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GPR은 주한미군 변형의 일부일 뿐
또 한 가지 주목할 부분은 주한미군의 ‘감축’이나 ‘재배치’는 주한미군의 ‘변형’ 가운데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최근 근거 없이 ‘안보공백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주한미군의 ‘변형’을 ‘감축’이나 ‘재배치’로 동일시하는 데에서 나오는 오류이다. 이는 지난 3월 31일 레온 라포테 주한미군 사령관의 미국 상원 증언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라포테 사령관은 이 증언에서 ‘주한미군의 변형(transformation of USFK)’이라는 개념을 제시하면서 주한미군의 재편 방향으로 세 가지를 설명했다.
첫째는 장비 현대화와 새로운 작전개념 실행을 통해 전투력을 향상시킨다는 것이다. 이는 3년간에 걸쳐 110억 달러를 투입해 해공군력과 정보력, 그리고 미사일방어체제(이하 MD) 등을 중심으로 주한미군의 군사력을 대폭 강화하고 한미연합사의 작전계획에 대북한 선제공격 작전을 포함시키는 것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둘째로 전력구조를 최적화하기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과 임무를 재정의한다는 것인데, 이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을 비롯한 ‘지역적 역할’ 강화가 핵심이다. 끝으로 지속적인 주둔을 위한 기지와 병력의 재배치로, 용산기지와 2사단의 후방 배치, 일부 병력의 감축이 여기에 해당된다.
GPR로 증대되는 미국의 대북위협
문제는 이러한 방향으로 주한미군의 변형이 상당 부분 완료되면, 미국은 북한의 보복 능력을 크게 약화시키면서 공격력과 방어력을 강화시킬 수 있게 돼, ‘부시 독트린’을 북한에도 적용할 수 있는 군사적 환경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전방 배치된 주한미군이 감축되고 후방으로 이동한다는 것은 주한미군이 북한의 장사정포 사정거리 밖으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시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의 한국 및 일본 배치, 이지스함의 동해 배치, 알래스카와 캘리포니아에 지상요격체제 배치 등 MD 구축이 이뤄지면, 북한의 탄도미사일도 상당 부분 무력화될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MD 구상은 공격작전을 통해 상대방의 미사일을 대부분 파괴하고 살아남은 미사일을 MD로 요격한다는 것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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