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 분배구조의 악화, 이를 풀어가기 위해 참여연대가 제안하는 ‘사회적 합의 기구’의 필요성에 대해 들어본다. 편집자주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을 위해 분배구조의 개혁이 필요하다.’ 참여연대가 2004년 초여름 또다시 ‘분배’의 중요성을 들고 나왔다. ‘사회보장제도의 확대를 통한 분배’는 참여연대가 익히 주장해 온 바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다르다. 사회복지 뿐 아니라 조세와 노동 등 포괄적 영역의 개혁을 주장하고 있고, 사회적 합의기구를 통해 이러한 주제들을 논의하고 해결하자고 한다. ‘분배’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하더라도 사회적 합의기구의 구성,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진정한 사회적 합의가 가능할 것인가? 참여연대는 이것이 가능해야 하고, 가능하지 않을 경우 우리 앞에 닥쳐 온 성장의 위기,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의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장 패러다임의 위기

일부 언론에서는 ‘경제위기’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의 과제라고 말한다. 그러나 우리 앞에 놓여있는 위기의 실체는 지난 40년 간 양적 성장만을 추구해 온 성장패러다임의 위기이다. 경제성장을 통해 파이를 키워 빈곤과 분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였고, 과거 이 방식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은 정규직 노동시장의 지속적 팽창과 실질임금의 상승, 젊은층이 중심이 된 인구학적 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상황은 바뀌었다. 비정규노동자의 확대와 계층간의 양극화,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는 양적 경제성장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내주고 있다. 성장패러다임은 그 자체로 위기를 맞았을 뿐 아니라 주택과 교육, 의료, 그리고 아동과 노인에 대한 보호를 과도하게 시장과 가족에게 의존하는 구조를 만들어놓았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소득을 재분배하는 조세나 복지정책의 기능이 미흡해도 가구의 재생산이 가능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분배구조를 개선하는 노력 없이는 우리 사회의 성장잠재력이 발휘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외환위기 이후 분배구조가 급격히 악화되었다는 점은 강조할 필요조차 없이 피부로 느껴지는 바다. 정규직 노동자의 월평균임금이 182만 원인데 반해, 비정규노동자는 절반 수준인 96만 원을 받고 있고, 여성비정규노동자의 경우 남성정규노동자의 38.1% 수준의 임금을 받고 있다. 임금 뿐 아니라 퇴직금과 상여금 등의 기업복지와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적용에서도 극심한 차별을 받고 있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의 격차 역시 점차 커지고 있다. 분배구조의 개선은 단순히 절대빈곤층에게 최저생계를 보장하는 문제를 넘어서는 것이다. 시장과 가족에게 일방적으로 맡겨져 있는 교육과 의료, 주거 등 지출비용을 사회적 지출로 전환하여 절감시키고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을 강화해 사회의 양극화를 막아내는 사회적 투자전략이 바로 ‘분배구조의 개선’인 것이다.

사회적 합의기구를 제안한다

사회적인 부와 가치를 함께 나누자는 것에 대해 내놓고 반대의사를 표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으나, 막상 분배구조개선이라는 주제 앞에는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조세개혁을 통해 소득 재분배기능을 강화하자고 하면, 기존의 각종 감면제도를 없애고 특히 부실한 자산소득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여야 한다. 간단히 말하면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다. 물론 소득과 재산이 많은 사람들의 부담이 더 클 것이나, 다양한 분배정책을 취하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돈’이 드는 것이 사실이고, 세부담이 늘어날 것에 대해 납세자들이 흔쾌히 감수해 줄 것을 바라기는 어렵다. 문제는 내가 낸 세금이 잘 쓰여지고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느냐인데, 조세제도를 비롯한 분배정책, 주택과 교육, 의료에 있어서의 적극적 사회정책의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세문제 만이 아니다. 분배정책은 기업과 노동자, 자영자와 정부 등 사회의 다양한 주체들과 관련되어 있고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갈등의 잠재성을 안고 있다. 하나하나의 정책이 서로 연관되어 있기도 하다. 참여연대가 사회적 합의기구 구성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개별 정책적 수준, 혹은 개별 당사자 간의 합의를 기초로 분배정책이 추진되기 어려우며 따라서 사회정책 변화의 방향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하여 각 주체들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며 그 과정에서 효율성과 정책조정능력이 발휘될 수 있다.

우리에게 사회적 합의의 경험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현재 민주노총의 불참으로 반쪽짜리 기구이기는 하나 노사정위원회를 통해 경제위기 이전 몇 가지 사회적으로 유의미한 합의를 이끌어낸 경험이 있다. 따라서 노사정위원회를 발전적으로 전환하여 노-사-정 관련 이슈 뿐 아니라 분배정책 일반으로 의제의 범위를 확대하고 구성에 있어서도 각 사회세력을 포함하는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

분배구조개혁이 없이는 지속가능한 사회발전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위기적 인식을 안고 있으나, 이러한 주제들이 짧은 시일 내에 해결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데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덕목이 ‘인내심’이 될 수 있다. 과거 40년 동안 경제성장을 위해 쉼 없이 달려왔고, 이제 달려가야 할 목표지점을 바꿔야 하는 상황에서 한 숨 깊게, 숨고르기할 필요가 있다. 참여연대가 던진 문제에 대해 정부와 국회, 기업과 노동자 모두가 진지한 고민을 함께해 줄 것을 기대한다.

분배구조 개선을 위한 6대 분야 22개 정책 제안

비정규직 보호 대책

- 비정규직 사회보험 적용 확대

- 최저임금제의 상향 조정

- 사내근로복지기금의 사회화

- 퇴직금의 기업연금화와 전근로자 적용

주거분야

- 공공임대주택의 재고 20%로 확대

- 주거비보조제도의 현실화 및 대상자 확대

소득보장 분야

- 조세방식에 의한 전국민 기초연금제 도입 적극 검토

- 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개혁을 통한 빈곤층 보호 강화

- 사회보험료 부과 징수 기능의 국세청 이관과 사각지대 해소

의료분야

- 공공의료비율 30% 확대

- 진료비 총액예산제 도입

- 본인부담총액 상한제 확대 시행 및 급여 확대

- 공공 노인요양시설 확대

복지서비스 확대와 일자리 창출

- 공공보육의 대폭 확대와 일자리 창출

- 자활부분의 사회적 일자리 창출 확대

조세개혁

€ 자산관련 세제개혁을 통한 과세형평의 실현

- 보유세 현실화와 종합부동산세의 도입

- 상장주식의 고액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실시

- 1가구 1주택 양도소득세 비과세를 소득공제방식으로 전환

- 금융소득종합과세 기준점 현실화

® 근로소득과 사업소득간의 조세형평의 실현

- 근로소득면세점의 축소

- 근로소득세액환급(EITC) 초기 제도의 조기 도입

- 자영업자의 소득파악을 위한 제2기 과제의 추진

문혜진 참여연대 사회인권팀장
2004/07/01 00:00 2004/07/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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