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적 정비계획 조속히 마련하고 건전레저산업의 발전방안 모색 필요


우리나라는 형법 제246조 이하에서 도박을 범죄로 규정하고 비교적 엄격한 처벌규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각 개별법들을 통해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등을 합법화시키고 있기도 하다. 같은 도박장이나 이론적으로는 그것이 개인의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가 공리를 목적으로 하는가에 따라 합법과 불법이 나뉘어 지는 것이다. 물론 사업의 주체가 정부인가 민간인가 역시 합법과 불법을 나누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고 하겠다.

도박이 주는 폐해 사회적 부작용 가져와

문제는 합법과 불법의 논리를 떠나 도박이라는 것이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로 인한 폐해가 얼마만큼 심각한가이다. 도박은 개인을 파괴시킬 뿐 아니라 가정과 이웃과 사회에까지 파괴의 영향력을 확산시키는 능력(?)을 갖고 있다. 이유는 중독성이 강하고, 배팅액수가 크므로 순식간에 패가망신이 가능하다는 것과, 자금 마련을 위한 거짓말에서 쉽게 헤어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왠지 나에게만은 행운이 따를 것 같은, 곧 대박을 터트릴 수 있을 것이라는 환상에 일상의 생활이 어려울 정도라고 한다.

실제로 도박으로 인한 폐해는 이미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믿을만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도박중독자를 성인인구의 9.3%에 해당하는 3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중 병적 도박자의 수는 3.8%에 이른다. 이는 미국, 호주, 캐나다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수치에 해당한다. 반면 도박 중독자 치료를 위한 클리닉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도박중독 예방을 위한 조처도 전무하다시피 하다. 또한 지난 한 해 도박 참여자의 총 손실액이 5조 3천768억 원이었으며, 도박으로 인한 생산성 저하와 범죄 등 국내의 사회적 손실액이 연간 10조를 넘어서고 있다. 이는 도박산업 전체 매출액보다도 오히려 많은 금액으로 산업적 측면에서도 전혀 득실이 없는 상황인 것이다.

도박중독자 양산하는 장외발매소

그렇다면 애초 정부는 왜 이러한 도박 산업을 합법화 시키고 마구잡이로 추진하게 된것일까? 경륜.경정법 제정취지를 살펴보면 “경륜.경정을 시행하여 국민의 여가선용 및 청소년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고, 경륜.경정에 의한 수익금을 국민체육진흥.청소년육성 및 자전거와 모타보트산업 등의 발전을 위한 기금 등에 출연할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자전거 및 모타보트 등의 경기수준향상에 이바지하려는 것임”으로 규정되어 있다. 즉 국민의 여가선용과 국민체육진흥, 나아가 청소년 육성을 그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취지와 현실은 마치 물과 기름처럼 겉돌고 있는 것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위 법에서 제시하고 있는 목적과는 상관없이 경륜.경정의 도박성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실례로 한국마사회 2002년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도박시설 이용고객 가운데 병적도박자로 진행되는 비율 중 경륜이 33.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소위 합법화된 도박산업이 원래의 목적에 충실하지 못한 예는 또 다른 곳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전국 7개소에 해당하는 경마, 경륜, 경정장의 수익모델로 등장한 장외발매소가 그것이다. 현재 전국에 50여 개소에 해당하는 장외발매소는 그야말로 배팅만을 위한 공간으로서 좁은 공간에서 스크린을 통해 게임을 즐긴다. 이러한 장외발매소는 시내 중심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용객들의 접근성이 용이하며, 결과적으로 손쉽게 도박중독자를 양산하는 핵심 축으로 등장하고 있다.

이렇게 실질적으로 국민들의 여가선용이나 국민체육진흥, 청소년 육성과는 전혀 관계도 없을 뿐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의사에도 반하는 도박 산업이 그럴싸하게 포장되어 육성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그 실질적인 이유는 우선 열악한 지방 세수에서 찾을 수 있다. 모든 것이 수도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되어지는 행정 시스템, 지방자치를 실시한다고는 하나 재정 능력이 열악한 지자체에게 단번에 돈을 벌게 해주는 도박장은 실로 커다란 유혹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장들은 더 이상 단순한 경제논리만으로는 지역주민들을 설득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도박산업의 파괴력은 개인과 가정과 사회에 이르기까지 실로 엄청난 것이기 때문이다. 마치 유행처럼 번져가는 지차체들의 앞다툰 도박장 유치계획, 지역 주민들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배팅에 다름 아니다. 마치 이를 증명이나 하듯이 앞으로 경마, 경륜 외에도 우(牛)권장, 경견(犬)장 등이 개장하게 되고 2~5년 내에 경북 청도, 문경, 부산, 대전, 광주, 청주, 전주 등지에서 각종 도박장이 100여 개로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도박산업규제를 위한 법제도화, 관리위원회 구성 시급

이에 그동안 지역별로 투쟁을 벌여온 몇몇 도박장유치반대 대책위들을 주축으로 2003년 6월 전국 300여 시민, 사회, 종교단체들의 연대체인 ‘도박장반대전국네트워크’가 탄생했다.

도박장 확산이 전국적으로 이루어지며, 정부차원에서 대대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라 전국연합의 대책위원회가 필요했던 것이다. 2004년에 이르러서는 지역사안들을 좀 더 효율적으로 이슈화하고, 도박산업 자체의 제도를 개선하는데 주력해야겠다는 단체들의 공감에 의해 조직을 강화하기도 했다. 참여연대의 긴밀한 협조하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사무처를 맡고 도박산업 관련 전문가들을 정책자문위로 위촉했으며, 도박산업을 적절히 규제할 수 있는 특별법 제정과 개별 도박산업들의 주무부처가 농림부와 문광부로 흩어져 있는 점 등을 감안해, 도박산업 전반을 총괄 관리할 수 있는 국무총리산하의 기구구성에 주력하고 있다.

도박심리가 인간의 기본 욕구에 포함되고 자본주의 사회 체제하에서 완전히 근절할 수 없는 요소라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즉, 몸에 해로운 담배가 꾸준히 소비되어지나 그 폐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제 장치들을 두는 것과 같이 도박에도 그와 같은 규제 및 폐해를 알리는 홍보, 예방 조처 등이 다각적으로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흔히들 도박은 개인의 선택과 의지의 문제이므로 그 책임은 전적으로 개인이 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도박의 강한 중독성과 그로 인한 폐해와 사회적 손실 등을 감안할 때, 언제까지 도박을 개인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그나마 그동안 도박자체가 불법이어서 상당히 음성화되어 있었고, 비교적 소수의 인구가 참여하므로 그 심각성이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 정부가 합법화된 도박의 영역을 만들어 놓았고, 더 나아가 도박산업의 대중화에 주력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에 대한 책임을 언제까지고 개인의 몫으로 떠넘길 수만은 없게 된 것이다. 담배를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 보지 않듯, 도박에 대한 대책도 정부차원에서 체계적으로 고려되어야할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

김희경 도박산업규제 및 개선을 위한 전국네트워크 사무처장
2004/08/01 00:00 2004/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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