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와의 설렛던 첫 만남

대기업에서의 짧은 직장 생활과 대학원 공부, 그리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현재의 삶까지 오면서, 사람이 자기와 자기가 속한 집단의 안위와 이익만을 위해 살 때 얼마나 추해질 수 있으며, 공동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지 목격해 왔습니다.

이런 고민 속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미약하나마 뭔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스레 시민단체가 떠올랐고, 시민단체 하면 당연히 참여연대였죠.

3월 말 참여연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 가입을 하고 얼마나 뿌듯하고 신나던지……. 회원 가입을 하고 나니, 이제 나의 새로운 동지들도 만나고 싶었고, 참여연대 사무실도 가보고 싶던 차에 4월 9일 토요일 오후 3시부터 북촌기행 및 신입회원 한마당을 개최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어요.

용기를 내어 수화기를 들고 혼자서 모임에 간다는 게 얼마나 쑥스러운지 속내를 전하니, 전화를 받은 간사는 “저희도 쑥스러워요. 꼭 오세요. 좋은 시간 되실 거예요.”하며 용기를 주더군요. 순수하고 정감 어린 권유에 감동했습니다.

행사 며칠 전부터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기다렸는데, 막상 그 날이 되니, 그날따라 일도 늦게 끝나고 비도 오더군요. 부랴부랴 갔지만 20분쯤 늦게 도착했어요. 친절한 간사님들 덕분에 북촌기행 중간에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헌법재판소 자리에 있는 박규수 선생의 집터와 고증이 잘못되어 있다는 광혜원 표지석, 우리나라에 세 그루 밖에 없다는 백송, 칼국수 집이 들어선 여운형 선생의 집터, 현대 본사 안에 남아 있는 조선시대 천문관측대인 관상감 관천대, 그리고 가까이에 있는 건국준비위원회 터 등을 둘러보았습니다.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수없이 인사동, 안국동 일대를 오간 사람이 이 곳에 깃든 역사에 대해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이 새삼 부끄러웠습니다.

오후 4시쯤 참여연대 사무실로 돌아와 시작된 신입회원 한마당은 간사들과 신입회원 소개, 박영선 사무처장의 참여연대 소개, 뒤풀이로 이어졌습니다. 모두 순수하고도 열정 있는 사람들임이 단박에 느껴져 유쾌했습니다. 이런 분들과 함께라면 권력 및 재벌의 횡포를 감시하는 일이 힘들지 않겠구나, 열심히 회비를 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들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하고 있는 일,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지금 이 순간,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 이라는 불경의 한 구절이 떠오른 흐뭇한 주말 오후였습니다.

장경숙
2005/05/01 00:00 2005/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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